잡초는 없다

• 신경통이 있는 사람들

어떤 집에 강도가 들었습니다. “손들엇!”. 강도는 집주인에게 총을 겨누면서

손을 들라고 했습니다. 주인이 손을 드는데 왼손만 듭니다. 강도는 오른손도

들라고 소리쳤습니다. 주인은 찌푸리면서 말했습니다.

“오른팔은 신경통 때문에 들 수 없습니다.”

그러자 강도가 주춤합니다. 왜? 자기도 한쪽 팔에 신경통이 오래 됐어요.

“언제부터 아픈데..”

“오래됐지요. 마누라도 알아주지 않아요”.

“그치, 그건 아무도 몰라줘. 나도 그래 나도.”

이렇게 해서 두 사람은 신경통 이야기로 술잔을 나눕니다. 강도는 자기가 강

도인 것도 잊어버리고 주인도 그가 강도인 것을 잊어버리고 신경통 이야기로

날밤을 샌 것입니다.

오 헨리(O. Henry)의 단편소설 <강도와 신경통>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우린

다 신경통이 있는 사람들 입니다. 그것도 오래된 신경통입니다. 남편과 아내,

부모와 자녀, 성도와 성도가 서로 그 아픔을 나눌 때, 놀라운 역사가 일어납니

다. 강도와 주인이 친구가 되는 것이지요.

• 지박사네 가는 길

벌써 일 년이 되었네요. 작년 여름에 드린 이야기지요. 당회를 마치고 장로님

들과 <지박사 냉면집>에 가는 길이었습니다. 묻겠습니다. 거기 가려면 원주역

쪽으로 해서 가야 해요, 구시청 쪽으로 가야 해요? 박장로님은 구시청쪽으로

가야 한다고 하셔요. 왜요? “내가 원주에서 60년을 넘게 살았다”. 김장로님은

원주역 쪽으로 가야 한다고 하셔요. 왜요? “나도 원주에서 40년을 넘게 살았

다”

어느 쪽으로 가야 할까요? 저는 맘속으로 이렇게 대답했어요. “아무 데로나

가도 됩니다.” 왜요? 저도 원주민 8년차니까? 아니요. 어느 길로 가든지 모든

당회원이 함께 가면 좋습니다. 좀 멀어도, 좀 돌아도 함께 가면 어떤가요. 부

족해도, 아파도 함께 하면 위로가 됩니다. 그렇게 우리는 당회로부터 각 부서

가 화평을 이루고자(?) 힘쓰고 있습니다.

(눅18장)바리새인과 세리 기도가 나오지요. 바리새인의 문제를 이렇게 말합니

다. “바리새인은 서서 따로 기도하여”. 나는 저와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생각해

서 따로 섰던 것입니다. “나는 저 세리와도 같지 아니함을 감사하나이다”. 그

러나 만약 세리가 하나님 편에 있다면, 따로 있는 내가 세상 편에 속한 것입

니다. 우리가 함부로 그를 판단하거나 따로 서서는 안 되는 이유입니다.

(롬14:1,3)“믿음이 연약한 자를 너희가 받되 그의 의견을 비판하지 말라...이는

하나님이 그를 받으셨음이라”

주께서 믿음이 약한 자들도 받으시고 세워 주셨습니다. 주님이 세우셨는데 누

가 끄집어 내리겠습니까? 누가 허물어 버리겠습니까? 그러므로 세우는 일에

힘쓰십시다. 끌어 내리는 일에 힘쓰면 사단이 좋아합니다. 하나님은 세우려고

하시는데 우리는 허물 수 있습니다. 오직 세우는 일에 깊은 관심을 가지십시

오. 믿음이 연약한 분들을, 나와 생각이 다른 분들을 사랑으로 용납하고 세워

가는 것입니다.

• 살생유택(殺生有擇)?

저희 집 아이들은 벌레를 싫어합니다. 집안에 함께 사는 거미, 파리, 개미 등,

곤충이나 다리 많이 달린 것들은 질색팔색하지요. 어떤 땐 상추 속에서 꾸물

꾸물 거리는 것이 나오면 비명을 지릅니다. 물론 저는 살생을 금하는 불가의

스님은 아닙니다. 성경을 통해 살인하지 말라는 계명은 받았지만, 살생하지 말

라는 계명은 받지 않은, 목사입니다. 그래서 내게 해코지 하는 모기는 잡습니

다. 어릴 땐, 벼룩이나 이를 잡느라 손톱에 피 좀 튀겼지요. 지난 수요일에도

자모실에 왕모기들이 많아, 예배 전에 잡느라고 혼났습니다. 말라리아 뉴스도

있고 했잖아요. 회도 먹습니다. 소를 보고 한우라 부르는 고기파는 아니지만,

고기도 잘 먹습니다.

그러나 작은 벌레라 할지라도 죽이지 않으려 조심하는 편입니다. 개미 한 마

리 라도요. 나를 해롭게 하지 않는 것들은 아무리 미물이라도 쉽게 죽이지 않

으려 합니다. 집에 있는 거미는 부드러운 빗자루로 조심스레 잡아 밖으로 내

어 줍니다. 교회 제 사무실에 들어 온 땅벌이라 할지라도 함부로 하지 않습니

다. 문을 열어 나가도록 유도하거나, 몸이 다치지 않도록 잘 포획(?)해서 창문

밖으로 내보내 줍니다. 사무실에 잠자리채는 그래서 샀습니다. 자전거 탈 때

되도록 개미들을 피해 가려고 신경 씁니다. 매미는 7년 동안 애벌레로 있다

한 달만 산다면서요. 하루살이는 하루만 살 수 있는데 불행히도 하루 종일 비

가 올 때도 있다면서요. 그래서 비오는 날 운전할 때는 정말 조심합니다. 그

놈의 개구리들은 왜 비만 오면 거리로 나오는지.

그런데 따지고 보면 제 방으로 들어 온 벌레들, 길거리에 나온 개구리들이 무

슨 잘못이 있나요? 이나 벼룩도 마찬가지입니다. 인간에게 이로우냐 그렇지

않느냐의 잣대로 붙여진 해충(害蟲)들일뿐, 저들은 자연계를 구성하는데 다 필

요한 것들이지요. 좀 더 크게 말하자면, 인간에게 해롭다 해서 모두 없애 버린

다면 생태계의 고리가 끊어져 끝내 인간도 살아남지 못할 것입니다. 만물을

인간 잣대로 재려는 인간중심주의를 버려야, 우리가 겪고 있는 환경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잡초는 없다

그래서 윤구병 교수는 <잡초는 없다>는 책을 썼습니다. 그 분은 15년을 몸 담

았던 대학을 떠나 변산반도 시골에 내려가 농사를 짓고 삽니다. 처음에 이 농

부 교수님은 망초, 씀바귀, 쇠비름, 광대나물 등을 ‘잡초’로만 알고 모두 뽑아

버렸습니다. 그런데 그것들이 실제로는 소중한 약초이거나 나물임을 깨닫습니

다. 그 쓸모없게 보였던 잡초들을 일일이 다 베어서 효소나 술로 다 숙성 시

킵니다. 결국 이 세상에는 잡초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지요.

그러므로 ‘잡초는 없다’. 세상에 쓸모없는 것은 없다는 의미이지요. 사람이 보

기에는 불필요한 것 같지만, 모두가 필요해서 하나님이 만드신 것입니다.

도도라는 새가 있습니다. 인도양의 한 섬에 사는데요, 그 새는 너무나 우스꽝

스럽게 생겼습니다. 게다가 고기가 맛이 없어 사람들은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것으로 여겼습니다. 그런데 도도새가 멸종되고 나자 그 섬에서 자라고 있던

갈바리야 나무가 줄어든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갈바리야의 씨앗은 껍질

이 워낙 두껍기 때문에 도도새에게 먹혀서 배설물로 나와야만 싹이 틀 수 있

었던 것입니다.

모든 것에는 나름대로의 존재가치가 있습니다. 사람은 더 더욱 그렇습니다. 쓸

모없는 사람은 이 세상에 단 한 사람도 없습니다.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모

두 하나님 앞에서 동일하게 귀한 존재입니다. 날 때부터 시각장애인으로 난

사람이 누구의 죄로 인함이냐는 제자들의 질문에 주께서 이렇게 대답하십니

다. (요9:3)“예수께서 대답하시되 이 사람이나 그 부모의 죄로 인한 것이 아니

라 그에게서 하나님이 하시는 일을 나타내고자 하심이라”

그러므로 교회에서 능력이 뒤떨어지거나 믿음과 행동이 미성숙한 형제자매가

있습니까? 차라리 없는 편이 낫다고 생각되는 사람이 있습니까? 우리 성도들

은 그리스도를 머리로 모시고 한 몸으로 부름 받은 교회의 구성원들입니다.

똥구멍이 구리다고 베어 버릴 수는 없습니다. 손가락 끝만 다쳐도 온 신경이

쓰이고 몸 전체가 아픈 것처럼, 우리 안에 어떤 지체라도 없어서는 안 될 소

중한 존재들입니다. 저 멀리서 약한 지체가 더 요긴하다는 사울 바울의 고백

이 들립니다.

(고전12:22-23)"이뿐 아니라 몸의 더 약하게 보이는 지체가 도리어 요긴하고

우리가 몸의 덜 귀히 여기는 그것들을 더욱 귀한 것들로 입혀주며...”

/사랑으로 샘물

(2012,0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