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에 걸린 가시

도림교회때 일이에요. 어느 주일 아침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아침을 먹다 생

선 가시가 목에 걸린 것이에요. 침을 삼키는데 아파서 불편해요. 말을 하기

도 어려워졌습니다. 점점 걱정이 돼요. 4부예배가 청년부 예배여서 항상 제

가 인도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주일에 갑자기 누구에게 맡길 수도 없습니다.

급기야 안되겠어요. 근처에 고대구로병원 응급실을 찾았습니다. 내시경을 통

해 들여다봤더니, 식도 깊숙한 곳에 가시가 박혀 있었습니다. 얼마나 깊은

곳에 단단히 박혀 있었는지 내시경을 통해서도 겨우 찾아냈습니다. 결국 가

시를 뽑고 나니 아픈 게 멈추고 편안하게 설교를 할 수 있었습니다.

가시는 고통스럽습니다. 견딜 수 없습니다. 하물며 몸에 중병과 마음에 깊은

상처를 가지고 계신 분들이겠어요? 창이나 말뚝이 박혀 있는 것입니다.

⦁ 은총의 통로

바울에게 가시가 있었다 하지요. 간질 혹은 안질이라. 어릴 때 간질 걸려 소

위 ‘발작’하는 사람들을 많이 봤어요. 갑자기 미친 소처럼 쓰러져서 거품을

냅니다. 바울은 또 눈이 많이 나빴어요. 편지를 큰 글자로 쓴다고 하고, 갈

라디아 교인들에게는 ‘너희의 눈이라도 빼어 나에게 주었으리라’(갈4:15)면

서 선대해 준 것을 감사했습니다. 이것들은 강단에 서야 하는 목회자 입장

에서 보면 크나 큰 장애가 아닐 수 없습니다.

상상해 볼까요. 바울이 강단에서 설교를 하는데 갑자기 거품을 물고 쓰러집

니다. 미친 소처럼 발작을 합니다. 거룩한 예배 중에, 그것도 능력의 종이.

눈이 안 보여 할 수 있는 실수는 또 얼마나 많을까. 성도들에게 덕이 되지

않지요. 가지나 바울을 반대하는 이들에게 약점이 잡힙니다. 스스로에게도

얼마나 실망이 될까? 이 치명적인 약점 때문에 수없는 날들을 괴로워 기도

했습니다.

“주님, 도대체 제게 왜 이 고통을. 이 가시로 인해 너무 힘듭니다. 도와 주

세요”

그러나 주님은 그 기도대로 응답하시지 않으시지요. 네 은혜가 네게 족하다

는 것입니다. 오히려 그 가시가 은총이 임하는 통로이라. 아닌게 아니라 놀

라운 것은, 이렇게 바울이 연약함을 고백하며 하나님만을 의지할 때 능력이

강하게 임했습니다. 학자들에 의하면 아덴에서의 선교는 실패했다고 하지요.

내 능력 내 지혜를 앞세웠기 때문이라. 그래서 고린도로 옮겨가서 첫 설교

는 십자가였습니다.

"내가 예수 그리스도와 십자가 외에는 아무 것도 알지 아니하기로 작정하였

음이라”(고전2:2절)

사도 바울에게 이 가시 ‘조차도’ 하나님 은혜였습니다. 아니 가시 ‘ 때문에’

은혜가 임했습니다. 사탄의 사자인 줄 알고 벗어나려고만 했는데 알고 봤더

니 이것이 하나님 주신 은혜였습니다. 가시 안에, 연약함 속에 하나님의 뜻

이 있었습니다. 가시조차도 합력해서 선을 이루게 하셨습니다. 세상적으로

보면 불행한 일이지만, 주안에서 보았더니 복된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말씀

합니다. “내 은혜가 네게 족하도다. 약할 때 강함이라. 내 은혜가 약한 데서

옴이라”

⦁ 능력의 도구

새들백교회 릭 워렌 목사. 세계적인 교회, 유명한 목사님이지요. <목적이 이

끄는 삶>은 한국 교회들에도 교과서와 같은 책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분은 큰 약점을 가지고 있었다 해요. 이 분이 설교할 때 중보기

도팀이 운영된다 하는데, 설교를 잘 하게 해 달라는 것이 아닙니다. 단지 목

사님이 설교하는 동안 쓰러지지 않고 잘 버틸 수 있도록 기도한다는 것입니

다.

이 분은 어릴 때부터 ‘뇌기능 부전증’이라는, 미국에 16명만이 가지고 있는

희귀병을 앓고 있습니다.

우리가 긴장하거나 화를 내면 아드레날린이라는 호르몬이 나오는데, 그 목

사님은 아드레날린이 적정수준 이상으로 분비되는 것입니다. 아드레날린 분

비가 과해질 경우에 현기증이 나고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합니다. 설교

를 해야 하는데 앞이 안 보이는 것입니다. 온 몸을 괴롭히고 나중에는 시력

마저 가물거리게 하고 심하면 정신을 잃게 하는 병입니다. 그래서 그는 자

주 기절하곤 하였답니다. 그래서 만약을 대비해 다른 설교자를 항상 대기시

켜 놓는다고 합니다. 설교를 하는 동안 이런 현상이 나타나지 않도록 기도

를 부탁하는 것입니다. 그가 선택해서는 안 되는 직업 중에 하나가 사람 앞

에 서는 목사입니다. 설교를 할 때 설교자 몸에서는 아드레날린이 마구 분

비되기 때문입니다. 설교 강단에서 얼마나 괴로운지, 그의 표현에 의하면 엠

파이어스테이트 빌딩 끝에 손가락 하나를 걸고 매달려 있는 고통이라고 했

습니다. 설교 때마다 기도한다지요. "하나님, 제발 한 번만으로 족합니다. 더

이상 못합니다."

그러나 지금 전 세계에 영향력 미치는 목회자가 되었습니다. 그 몸에 있는

가시는 그로 하여금 기도하게 만든 것입니다. 전적으로 하나님께 맡기게 해

서 오히려 하나님의 능력을 가져오는 도구가 된 것입니다.

⦁ 가시가 있는 분들에게

제게도 연약한 부분이 여러 곳 있는 것을 여러분들께서 아십니다. 가시입니

다. 그 가운데 참으로 오래된 가시도 있습니다. 30년도 넘은 가시, 하나님만

이 아시는 가시.

“하나님 이 고통만 사라지면, 이 가시만 빼내 주시면...”

이것을 고쳐 달라고 수도 없이 기도했고 지금도 기도하고 있습니다. 이것

때문에 병원에도 수없이 갔고 그 독한 약을 오랫동안 먹기도 했습니다. 강

단에 오르는 목회자에게 너무나 고통스럽습니다. 원망이 들어옵니다. 그거

아니면 훨훨 날아가겠는데, 그 부분에만 오면 축 쳐지게 하는, 그 고삐가 나

를 잡아매고 있습니다.

그러나 요즘 저 바울을 통해 주셨던 주님 말씀을 조금씩 깨닫게 됩니다.

“네 은혜가 네게 족하도다, 약한 그때에 강하니라”.

하나님은 길고 긴 가시의 세월을 통해, 약함이 하나님의 강하심을 경험할

수 있는 열쇠임을 아주 조금씩 알게 하십니다. 가시는 제거하는 것만이 능사

가 아님을, 가시가 더 큰 은혜의 세계로 안내할 수도 있음을, 약함은 하나님

이 강하심으로 채워 넣은 공간을 만들어냄을,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남보다

더 좋은 생의 조건을 갖는 것이 아니라 더 큰 믿음을 갖는 것임을. 물론 아

직 온전하게 깨닫지는 못해서, 사도 바울과 같은 깊고 깊은 고백에 이르려면

한참을 더 가야 하겠지만요. 

영락 성도들에게도 가시, 연약한 부분이 있는 분들이 계십니다.

때론 몸에 중병이, 혹은 신체적인 장애가 나를 찌르는 가시입니다. 때론 인

생에 모진 그 사건이 내 평생에 가시가 되어 있습니다. 때론 가정에 식구가,

그 사람이 가시가 될 때도 있습니다. 남편이 가시이고 자식이 가시입니다.

불행한 가정이, 학력이나 성격이나 외모가, 닫힌 인생문이 가시로 자리해 있

는 분도 있습니다. 그 가시 때문에 늘 괴롭습니다. 고통스런 환경이 나를 짓

누릅니다.

그러나 우리 모두, 사도 바울의 그 고백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내 은혜가 네게 족하도다, 이는 내 능력이 약한 데서 온전하여짐이라...

​나의 여러 약한 것들에 대하여 자랑하리니 이는 그리스도의 능력이 내게

머물게 하려 함이라”(고후12:9)

인생의 가시가 있는 성도들을 생각하며 기도합니다. 우리 모두 이 말씀의

깊은 뜻을 온전히 깨닫는 날이 올 수 있기를 진심으로 소망합니다. 내 약점

을 보듬을 수 있는 용기를, 나의 가시가 하나님 능력의 시작임을.

“약함에 대한 내 생각은 예전과 크게 달라졌다. 과거에는 하나님이 우리의

약함에도 ‘불구하고’ 역사하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생각할수록 그게 아니

었다. 하나님은 우리가 약한데도 ‘불구하고’ 능력을 드러내시는 게 아니라

오히려 우리 약함을 ‘통해’ 능력을 나타내신다.”

<나의 끝 예수의 시작> 20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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