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의 무게

⦁ 십자가를 세우라

사순절 둘째 주일입니다. 주일마다 계속해서 십자가를 생각해 보고 있지요.

첫째, 십자가는 하나님의 공의와 사랑이 나타난 곳이라. 죄의 삯은 사망이어

서 하나님의 공의로 하자면 죽을 수밖에 없는 죄인들입니다. 그러나 하나님

의 사랑이 나타났으니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 죽으신 것입니다. 주께

서 죽으심으로 우리가 살았습니다. 그 십자가에 가면 ‘거룩한 교환(Holy

exchange)’이 있어, 우리가 죄악 상처 염려 질병 저주 수치 가난 죽음을 가

지고 나가면, 주님은 용서 위로 기쁨 나음 축복 영광 부요 생명을 주십니다.

    
둘째, 그 십자가를 바라보라! 광야 모세의 놋뱀을 바라보는 자 생명을 얻은

것처럼 십자가를 바라보면 위로와 소망과 새 힘을 얻습니다.

십자가를 바라보면 찔리고 상하신 주님이 보입니다.

십자가를 바라보면 죄와 허물된 내 모습이 보입니다.

십자가를 바라보면 하나님 자녀로 변화된 내 모습이 보입니다.

십자가를 바라보면 긍휼의 눈으로 바라보시는 주님이 보입니다.

십자가를 바라보면 내가 미워하는, 그러나 주님은 사랑하시는 그 사람이 보

입니다. 그래서 손을 잡게 되고 사랑하게 됩니다.

    
오늘은 십자가 세 번째 시간입니다. ‘세우는 십자가’.

십자가를 바라봤더니, 주님은 내게 말씀하세요.

“잘했다, 내 십자가를 잘 바라보았다. 그런데 네 십자가는 어디 있느냐? 내

가 세운 십자가는 여기 골고다에 있는데, 네가 세운 십자가는 어디 있느

냐?”

“아니 주님! 십자가는 주님이 세우시고 주님이 지시고, 우리는 그걸 바라보

고 구원받고 은혜 받으면 되는 거지 내가 무슨 십자가를 세워요?”

    
아니라는 거예요. 삶에서 내가 세워야 할 십자가가 있어요. 바라보는 십자가

가 있다면, 세우는 십자가입니다. 하나님의 교회 안상홍 집단은 십자가를 우

상숭배라 합니다. 그래서 어디에도 십자가를 세우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삶의 자리(Sitz im Leben)에서 십자가를 세워야 합니다. 우리

신앙의 핵심은 십자가이지요. 십자가는 복음의 본질입니다. 십자가를 잃어버

린 성도, 십자가를 중심이 아니라 뒤켠으로 밀어 버린 교회, 희망이 없습니

다. 먼저 마음에 십자가를 세우자. 그리고 가정에, 교회에, 삶의 자리에 십

자가를 세우는 일입니다.

온 식구가 교회 다닌다고 가정에 십자가가 세워져 있는 것은 아니지요.

교회에 첨탑에, 본당에 십자가가 걸려 있다고 십자가 교회가 아닙니다.

우리가 사순절을 맞아 <십자가 달기 운동>을 하고 있는데, 십자가를 목에

다는 것이 목표는 아니지요. 십자가를 목에 걸고는 삶의 자리 가는 곳마다

십자가를 세우자는 운동입니다. 십자가의 주님처럼 사랑의 삶을 사는 것입

니다. 십자가에 합당하게 정직하고 진실되이 사는 일입니다. 무엇보다 용서

하고 화해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십자가를 나타내고 전하는 일입니다.

    
⦁ 십자가의 무게

그런데 이 십자가 세우기가 어렵습니다. 생각보다 십자가가 무겁기 때문입

니다. 십자가가 무겁다?! 실제로 그 날의 십자가는 무거운 십자가였습니다.

“예수님의 십자가의 무게는 얼마일까?”

2005년에 미국 내셔널 지오그래픽 채널에서는 부활절을 맞아 의미 있는 방

송을 했습니다. 예수님의 십자가 처형을 고고학적으로 분석해 본 것이지요.

<진실을 찾아서> 프로그램은 1968년에 발굴된 1세기 당시 ‘예호하날’이라

는 사람의 유골함에서 못 박힌 발목뼈 등이 발견된 것을 분석했습니다. 결

과는 제대로 된 라틴 십자가는 무게가 173kg이나 되었습니다. 실험에 참여

한 예수님 대역이 끌기는커녕 일으켜 세우기조차 어려웠습니다. 예수님 당

시의 로마식 십자가도 그 무게 때문에 가로목만 양손이 묶인 채 지고 갔을

것이라는 고고학적 추론이 유력한 것으로 입증되었습니다.

    
여러 자료들을 종합해 보면, 보통 십자가 길이는 가로 2m, 세로 4m 정도

되었고 무게는 150kg 정도 되었다고 합니다. 가로목은 50여kg 정도 되었는

데, 죄수의 목덜미를 가로 질러 고정시켰고 두 어깨로 균형을 유지하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형장에 세워놓은 세로목이 있어서 그것은 가로목에 두 배

가 되는 길이와 무게였습니다. 그러니까 예수님이 지셨던 십자가의 무게는

가로 세로 합쳐서 150kg이 넘는 무거운 십자가였습니다.

    
⦁ 십자가의 진짜 무게

그런데 돌이켜 보면, 그것이 십자가 무게의 전부였을까?

예수님이 받으셨던 수치의 무게는? 침뱉음 모욕 조롱, 호산나 환호하던 무

리들에게 버림받은 수치의 무게가 십자가에 더해지셨으리라.

예수님이 당하신 고통의 무게는? 살점이 뚝뚝 떨어져 나가는 무자비한 채

찍, 온 신경을 뒤흔드는 세 개의 대못, 피가 터져 나오는 가시관, 피가 물처

럼 쏟아짐과, 뼈가 어그러지는 고통의 무게가 괴로우셨으리라.

예수님이 느끼셨던 단절의 무게는? 사랑하던 제자들에게조차 배반당하고 저

주받으신 주님, 영원전부터 함께 하셨던 아버지 하나님께 버림받은 단절의

무게가 무겁습니다.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

까”

무엇보다 예수님의 십자가에는 모든 인류의 죄의 무게가 더해져 있습니다.

하늘과 땅을 다 합쳐도 그 죄의 무게와는 견줄 수 없어 십자가상에서 절규

하십니다. “저들의 죄를 용서하옵소서. 자기들이 하는 것을 알지 못함이니이

다”

    
아, 그 수치의 무게

아, 그 고통의 무게

아, 그 단절의 무게

아, 그 죄악의 무게

아, 그 사랑의 무게

    
주께서 그렇게 그 무거운 십자가를 골고다 언덕에 세우셨으니 우리 또한 그

리하라. 사순절 또 한 주간 보내며, 십자가가 세워진 가정, 십자가가 세워진

교회, 십자가가 세워진 삶의 자리가 되시기 소망합니다.

내 마음에 세워진 십자가를 통해.

    
/사랑으로 샘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