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한 십자가 붙들겠네

    
사순절 <십자가 달기 운동>,

내 목의 십자가를 자주 만져 본다.

손에 딱 들어오는 것이

예쁘고 사랑스럽다.

향기로운 냄새도 나는 듯,

“목사님 십자가가 멋져요.”

   
목양실에 걸려 있는 십자가

지난 임직식때 선물용이다.

있는 지 없는 지도 몰랐던

좋아하는 진갈색 십자가,

새삼스레 내려서 만져 본다.

“<원주영락>이 새겨 있었네?”

    
본당 강단에 세워진 십자가

가까이 다가가 만져 본다.

새벽 불빛에 영롱히 빛나는

바라 보기만 하던 십자가

맨질 맨질 부드러워

속은 텅 비어 가벼운

2천년 전 그 날의 십자가도 그랬을까?

그렇게 가볍고 멋지고 부드럽고 향기로왔을까?

    
골고다 해골 언덕의 십자가

어둔 하늘에 채찍 자국 맺혀 있고

거칠고 무거워 고통스러운

나를 위해 흘리신 피는 흥건하다

조롱하는 소리

닭울음 소리

망치 소리

거친 숨소리

마지막 주님 음성까지 고스란히 배어 있다.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

    
내 목의 십자가를 만져 골고다 십자가를 느껴보라

내 방의 십자가를 만져 갈보리 십자가를 생각하라

강단의 십자가를 만져 그 날의 십자가를 붙잡으라

장미꽃으로 둘러 싸인 십자가가 아닌,

주님 지신 험한 십자가를!

    
/사랑으로 샘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