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십자가를 지고 가지 않으면

   
“1886년 겨울, 서울 정동에 있던 한국 최초의 개신교 선교사 언더우드의 집에 낯선

손님들이 찾아왔습니다. 그들은 황해도 장연군 소래에서 올라온 사람들이었습니다.

1882년 만주에서 세례를 받고 들어온 서상륜이 의주-소래-서울을 오가며 복음을 전

했기 때문에 선교사들이 들어오기 전에 이미 세례 지원자들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이

들은 선교사가 자기 마을로 내려와 세례를 주기를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선교사들은

정부의 눈치를 보고 있었던 터라 선뜻 지방 전도에 나서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래

서 기다리다 못한 그들이 서울로 올라온 것입니다. 그들은 언더우드에게 “저희에게

세례를 주십시오” 하며 세례를 부탁했습니다. 언더우드는 “당신들이 누구인줄 알고

세례를 줍니까? 기독교에 대하여 알고 있습니까? 그러나 이미 소래 교인들은 3년 넘

게 성경을 읽으며 신앙생활을 해 왔던 터라 선교사의 질문에 막힘이 없이 대답했습니

다. 그래도 믿기지 않는 듯 언더우드가 의심하는 눈치를 보이자 그들은 두루마기를

벗고 모두 뒤로 돌아섰습니다. 돌아선 사람들의 등에는 하나같이 나무 십자가가 묶여

있었습니다. 언더우드는 놀라면서 ”그게 뭐요?”했습니다. 그들은 말하기를 “우리는 이

미 오래전부터 복음을 전해 듣고 세례를 받기로 결심했습니다. 서울에 선교사님이 오

셨다는 소문을 듣고 기다리다 못해 올라 오기로 했는데, 출발하기 전에 성경을 읽다

가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으로 올라 가시면서 제자들에게 하신 말씀, ‘누구든지 나를 따

라 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좇을 것이라’(마16:24)는 구

절을 읽었습니다. 성경에서 예루살렘은 곧 서울이니 우리가 서울에 올라가면서 그냥

갈 것이 아니라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좇으라’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따르는 것이

옳다고 생각해서 각자 십자가를 만들어 지고 온 것입니다.” 나무십자가를 지고 천리

길을 걸어온 소래 교인들을 보고 언더우드는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들에게 세

례를 주었습니다”

(이덕주, <한국교회 처음이야기>, 103-104쪽)

    
사순절 첫 주, “십자가는 거룩한 교환이라”

그러나 제아무리 십자가에서 죄를 의로 바꾼 구원의 사람이라도

자기 십자가를 지고 가지 않으면

    
사순절 둘째 주, “십자가를 세우라”

그러나 제아무리 주의 십자가를 세운 믿음의 사람이라도

자기 십자가를 지고 가지 않으면

    
사순절 셋째 주, “십자가를 바라보라”

그러나 제아무리 주의 십자가를 바라보고 생명을 얻은 사람이라도

자기 십자가를 지고 가지 않으면

    
사순절 넷째 주, “십자가를 가까이 하라”

그러나 제아무리 십자가로 가까이 가서 은혜 받은 사람이라도

자기 십자가를 지고 가지 않으면

    
사순절 다섯째 주, “십자가를 붙잡으라”

그러나 제아무리 골고다 십자가를 붙잡아 소망 있는 사람이라도

자기 십자가를 지고 가지 아니하면

    
내 몫에 태인 자기 십자가가 있다

누군가에겐 평생 속썩이는 가족이

누군가에겐 고통스러운 질병이

누군가에겐 먹고 사는 문제가

누군가에겐 쓴뿌리 그 사건이

누군가에겐 원수같은 그 사람이

    
생각만 해도 몸서리쳐지는

몸과 마음을 찔러 피가 흐르는

힘에 벅차 쓰러지게 하는

이것만 없었으면 날아갈텐데

이것만 없었다면

    
묵묵히 그 십자가를 지고 가라

그것이 주님을 따르는 길이라

그래야 주님의 참 제자이라

끝내는 내 대신 짐을 져주시리

불쌍히 여겨 구원해 주시리

    
“누구든지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를 것이니라”(마16:24)

    
/사랑으로 샘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