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람 데오(coram Deo)

    
1.

어느 날 밖이 갑자기 어두워지고 번개와 천둥이 치기 시작했습니다.

창 밖을 내다보고 있던 아들이 아버지에게 물었습니다.

“아빠! 왜 천둥이 치는 거예요?”

아빠가 대답합니다.

“그건 하나님이 번쩍 하고 우리 모습을 사진 찍으시는 거야”

   
카메라만 들이대도

옷매무시를 고치는 우리들.

하물며 나를 보시는 ‘하나님 앞에서’

바르게 행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2.

언젠가 친구 목사가 했던 이야기입니다. 이 친구가 좀 무대포인데, 전도사

시절에 섬기던 교회 교회학교 부서에 문제가 있었습니다. 모이면 소리가 높

고 싸워서 결정이 나지 않는 것입니다. 부장 집사님과 함께 꾀를 냈습니다.

교사들이 모인 모임에 몰래 녹음을 해 보자는 것입니다. 좋은 방법은 아니

지만 오죽하면 그리했을까! 그 날도 여느 때처럼 언성이 높고 다투어서 결

론이 나지 않았습니다. 모임이 끝나갈 때쯤, 급기야 부장님이 녹음한 것을

틀었습니다. 들어 보니 부끄럽지요. 서로 소리가 높아지고 자기 목소리가 나

올 때마다 머리를 긁적였습니다. 그 다음 주 모임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예

전에 없이 아주 조용했습니다. 문제가 있을라치면 “제가 하지요. 괜찮습니

다”, 녹음도 안하는데 목소리가 낮춰지고 격한 말도 줄어들어 은혜롭게 결

정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녹음기 앞에만 서도

반듯해 지는 우리들.

하물며 나를 들으시는 ‘하나님 앞에서’

바르게 말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3.

‘쇼펜하우어 증후군’(Schopenhauer Complex)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독일의

쇼펜하우어는 소위 ‘염세주의 철학자’로 불립니다. 그는 지나치게 자기애가

강하고 다른 사람을 의식해서 자신의 평판에 집착했습니다. 당시 베를린 대

학에서 잘나가는 철학 교수 헤겔(Hegel)이 있었습니다. 쇼펜하우어는 이 헤

겔에 대한 경쟁의식이 강해서, 헤겔과 같은 시간에 강의를 개설합니다. 결과

는 쇼펜하우어의 참패였지요. 헤겔의 강의에는 수많은 학생들이 몰린 반면,

쇼펜하우어 강의실에는 인원이 너무 적어 강의가 폐강될 정도였습니다. 자

존심이 상한 쇼펜하우어는 교직을 그만두었고, 은둔생활을 하면서 홀로 집

필과 연구에만 몰두했다고 합니다.

    
물론 사람은 누구나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며 삽니다. 또 어느 만큼은

의식하며 살아야 하지요. 남을 의식하지 않고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만 행

동한다면 그도 문제가 있습니다. 그러나 지나치게 사람의 눈을 의식하면 ‘시

선의 노예’가 됩니다.

    
신앙을 갖고 산다는 것은 곧 하나님을 의식하며 산다는 뜻입니다. 비록 하

나님이 눈에 보이지 않지만, 은밀한 중에 보시는 하나님을 의식하며 하나님

앞에 선 존재(coram Deo)로 사는 사람이 신앙인입니다. 내가 진정 하나님

이 내 앞에 계신다고 믿는다면, 오늘 내가 그렇게 행할 수 있었을까?

    
그래서 저 위대한 종교개혁자 마틴 루터(M. Luther)는 신앙인의 존재양식을

‘coram Deo’로 규정합니다. 칼빈(J. Calvin)에게도 일생을 지배했던 삶의 원

칙이 있었으니 ‘코람 데오’ 입니다.

    
우리 혹, ‘사람 앞에서’(coram hominibus)만, ‘세상 앞에서’(coram mundo)

만 사는 것은 아닌가? 사람 눈을 의식하고 세상 가치에 물들어 사는 것은

아닌가? 진정 하나님을 믿는다 하면서 삶 속에서 하나님을 의식하며 사는

가?

"베드로와 요한이 대답하여 이르되 하나님 앞에서 너희의 말을 듣는 것이

하나님의 말씀을 듣는 것보다 옳은가 판단하라”(행4:19)

    
/사랑으로 샘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