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교회

• “일어나서 인사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공동묘지에 가면 이유 없는 무덤이 없습니다. 평안히 안식하고 있는 듯 하지

만, 억울한 인생, 한 맺힌 사연들로 가득하지요. 할 말이 참 많은 것입니다.

묘비의 비문(碑文)도 가지가지입니다. 그 글귀들은 찾는 이들에게 인사를 하는

듯 합니다. 마치 지금이라도 벌떡 일어나서 말할 것처럼 애절하고 생생하지요.

그래서 묘비문은 고인이 세상에 건네는 마지막 인사라 합니다.

“나는 모든 것을 소유하고자 했지만 결국 아무것도 갖지 못했다"(모파상).

“우물쭈물 하다 내 이럴 줄 알았어”(버나스 쇼).

김수환 추기경은 “나는 아쉬울 것이 없어라”, 참 아름답지요.

제일 임팩트하고 유머러스한 비문은 헤밍웨이의 것입니다.

“일어나서 인사드리지 못해 미안합니다!”

(Pardon me for not getting up)

예, 맞습니다. 공동묘지에 주검은 아무도 일어설 수 없습니다. 아무 말도 하지

못합니다. 생전에 아무리 산을 옮기던 인생이라 할지라도 죽은 이후에는 풀

한포기 움직이지 못합니다. 가만히 이런 생각 해 보지요. “살았을 제 아무런

영향력도 못 미치고 산다면, 죽은 사람이나 다름없는 것이로구나”.

그렇습니다.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많은 사람들과 끊임없이 영향을 주고받습니

다. 문제는 그 영향력이 크냐 작으냐가 아니라, 선한 것이냐 긍정적인 것이냐

발전적인 것이냐에 달려 있습니다. (왕하5장)에 보면, 나아만 집에 포로로 잡

혀 온 한 히브리 소녀의 간증은 문둥병에 걸린 장군을 낫게 하는 커다란 영향

을 미칩니다.

여러분은 삶의 자리(Sitz im Leben)에서 어떤 영향을 주고 받으며 살고 있습

니까? 가정에서 가족에게 축복을 견인하고 있는지요. 교회에서 성도들에게 믿

음의 본을 보이고 있나요. 나아가 세상에서 주위 사람들에게, 선한 기운을 뿜

어내고 있습니까?

구약 열왕들의 이야기에 가면 두 왕이 대조되어 나옵니다. 다윗과 여로보암이

지요. 다윗의 길로 행한 왕들과 여로보암의 길로 행한 왕들로 나뉩니다.

“그가 주의 목전에 옳은 것을 행하였고, 그의 조상 다윗의 길로 행하여 오른

편으로나 왼편으로 치우치지 아니하니라”(대하34:2)

“저가 느밧의 아들 여로보암이 이스라엘로 범하게 한 그 죄를 따라 행하고 떠

나지 아니하였더라(왕하3:3)

다윗의 선한 영향력을 본받아 칭찬받은 왕들이 있는가 하면, 여로보암의 뒤를

쫓아 악을 행한 왕들이 있지요. 누구를 본받아 어떤 영향을 받았는가에 따라

하늘과 땅으로 갈라집니다.

• 내 아이들이 아빠를 존경할까?

모든 아버지들의 똑같은 마음이겠지요. 저도 우리 아이들이 아빠를 좋아했으

면 합니다. 착각일지 모르지만 아빠를 존경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닌 게 아니라

이 글을 쓰다가 막내 영민이에게 물어 봤습니다.

“영민아, 너는 세상에서 누구를 제일 존경하니?”

“존경이 뭐야?”

“응, 너무 좋아서 본받고 싶고 닮고 싶은 사람이 누구냐는 말이야”

“아하, 아빠 아빠요”

금방 정답을 맞힌 이유가 있습니다. 제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손가락으로 연

신 아빠를 가리키며 답을 유도했기 때문입니다. 아직 철모르는 어린 아들이지

만 아빠를 존경한다는 말을 들으니 괜히 어깨가 으쓱해집니다.

내친김에 뻔 한 걸 또 묻습니다.

“영민아, 그럼 세상에서 제일 존경하는 목사님은 누구-지?”

“당연히 아빠지”

“아 이뻐라, 우리 영민이 이뻐도, 너~~무 이뻐”

아무리 주기철 목사님도 훌륭하고 세종대왕도 위대하시지만,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 아빠엄마라는 말을 들을 때 부모는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합니다.

모름지기 신앙의 가정이라 한다면, 자녀가 부모를 보면서 삶에 도전을 받아야

합니다. 저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미치는 것이지요. 혹 교회에서 성도들이, 목

사를 그 중직자를 혹은 그 선생님을 인생에 멘토(mentor)로 생각하고 따른다

면 어떨까요? 그는 정말 성공한 인생이지요.

“당신을 보고 예수 믿게 되었어요.”

“당신을 보니 하나님이 살아 계심을 알겠어요”

내가 가장 가까이 나를 잘 아는 아내에게 도전을 주는 신앙이라면.

항상 나를 바라보고 있는 자녀들에게 존경받는 신앙이라면.

내가 자식이라 할지라도 부모 형제에게 자극을 줄 수 있는 신앙이라면...

실로 인격이란 지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영향력에 있습니다.

“하나님을 경외하는 사람은 가는 곳마다 선한 영향을 미친다...하나님께서 경

건한 사람을 악인들 가운데 두실 때, 그는 악인들과 어울리지 않고 그들 앞에

서 말과 행동으로 거룩함을 드러낸다.”

<하나님을 경외하는 사람>중에서. 토마스 왓슨(Thomas Watson, 1620~1686)

• 빗자루에 사랑을 실고

지난주부터 가을사역이 시작되어 수요전도대가 처음 모였습니다. 전도팀, 기도

팀, 문서팀, 봉사팀으로 나뉘어 힘차게 복음의 씨앗을 뿌립니다. 특히 전도팀

은 동네 청소로 시작했습니다. 동사무소에서 청소도구와 쓰레기봉투를 지원받

아 골목골목 누비며 휴지를 줍습니다. 원주영락교회 글자가 새겨진 노란 조끼

를 입고, 삼삼오오 짝을 지어, 쓰레기를 제물삼아 청소전도를 합니다.

“나는야 하나님 나라의 거룩한 청소부. 골목 쓰레기는 우리가 책임진다!”

저도 가끔 함께 나가 동네 분들에게 인사하고 한 두 마디 건네기도 합니다.

그때에는 동네 분들이 고운 눈으로 교회를 성원해 주시는 것 같아 뿌듯해 집

니다. 작은 봉사이지만 봉산동을 깨끗이 하고 그와 함께 그리스도의 사랑이

구석구석 전해지기를 기도하며 하나님 주신 봉산동을 청소합니다. 전도지만

돌릴 때는 마뜩찮게 보고 금방 버리지만, 청소하면서 전도지를 돌리면 그래도

웃는 얼굴로 받아 주십니다. 빗자루에 사랑을 실고.

요즘 이렇게 지역봉사를 통해 전도하는 교회들이 많이 생겨납니다. 서울에 홍

성교회는 한 달에 한 번 주일예배를 마치고 거리 대청소 운동을 합니다. 어

느새 주변 다른 몇몇 교회들도 협력해서 교파를 초월해 미화작업을 하는데 호

응이 얼마나 좋은지요, 성도들이 길거리 청소를 일종의 예배처럼 생각하기도

한답니다. 청소예배? 예수께서 말씀하신 바, 세상에 빛과 소금이 되는 섬김을

입으로가 아니라 몸으로 실천하는 자리입니다.

수유리 도봉교회는 지역청소한 지가 벌써 십 수 년째, 지역을 위해 봉사하는

교회라는 인식이 널리 퍼졌습니다. 그 예로, 교회 건축 당시 지역주민들은 소

음, 먼지 등 여러 불편한 여건에도 불구하고 불평 한마디 없이 참아주는 한편,

더 나아가 입당예배때는 교회와 상관없는 지역주민들이 찾아와 격려해 주기도

했습니다.

이같은 변화는 지역교회에서 큰돈을 들여 하는 전도행사나 부흥회 등으로 거

둔 결과가 아니라, 지역을 섬기는 수고로 거둔 것이어서 더욱 귀합니다. 세상

에 선한 영향을 주는 교회라.

• 성(聖) 프란체스코의 전도

하루는 성 프란체스코(St. Francis)가 수도사들을 이끌고 마을로 전도하러 갔

습니다. 따르는 제자들의 가슴은 벅찼습니다. 이렇게 훌륭하신 스승님과 함께

전도하러 마을로 내려가는 것이 너무 기쁘고 기대되었지요. 그 분이 무슨 말

로 설교하실지, 어떻게 전도하실지 기대하면서 그 뒤를 따라갔습니다. 프란체

스코 일행은 마을의 큰 도로를 지났습니다. 수많은 뒷골목들을 찾아서 돌아

다녔습니다. 그리고 수많은 동네 사람들과 눈을 마주쳤습니다. 인사했습니다.

그리고는 다시 수도원으로 돌아왔습니다.

한 제자가 묻습니다. “선생님! 우리는 마을에 전도하기 위해서 내려간 것이

아니었습니까? 왜 한 말씀도 하시지 않고 마을만 돌아다니다가 온 것입니까?”

그때 프란체스코는 그 제자에게 이렇게 대답합니다.

“여보게! 우리는 마을에 가서 많은 전도를 하고 돌아온 것이네. 걸어 다니는

동안 많은 사람들이 우리를 보았고, 그들이 우리를 보았다는 사실만으로도 매

우 훌륭한 설교를 들은 것과 같다네!”

그는 말로 하나님을 보여 주려 하지 않았습니다. 따스한 눈길 하나에, 작은 섬

김의 손길 하나가 주님의 눈길과 손길이 되어 상한 심령을 위로하고 죽어가는

심령에게 생명의 길을 열어 주리라 믿은 것입니다.

“...또 온 백성에게 칭송을 받으니 주께서 구원 받는 사람을 날마다 더하게 하

시니라”(행2:47)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교회! 이 시대 사회로부터 손가락질 받아 공동묘지처럼

힘이 없는 교회를 향한 기도의 제목입니다.

/사랑으로 샘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