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일찍 집에 가자>

    
-이상국-

    
오늘은 일찍 집에 가자

부엌에서 밥이 잦고 찌개가 끓는 동안

헐렁한 옷을 입고 아이들과 뒹굴며 장난을 치자

나는 벌 서듯 너무 밖으로만 돌았다

어떤 날은 일찍 돌아가는 게

세상에 지는 것 같아서

길에서 어두워지기를 기다렸고

또 어떤 날은 상처를 감추거나

눈물자국을 안 보이려고

온몸에 어둠을 바르고 돌아가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는 일찍 돌아가자

골목길 감나무에게 수고한다고 아는 체를 하고

언제나 바쁜 슈퍼집 아저씨에게도

이사 온 사람처럼 인사를 하자

오늘은 일찍 돌아가서

아내가 부엌에서 소금으로 간을 맞추듯

어둠이 세상 골고루 스며들면

불은 있는 대로 켜놓고

숟가락을 부딪치며 저녁을 먹자

-이상국, <어느 농사꾼의 별에서> 중에서-

--------p.s.

집 떠나 본 마음을 잘 그리고 있지요.

인생은 집에서 태어나, 집을 떠났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나도 하던 일 얼른 마치고 집에 돌아가 숟가락을 들고 싶어라.

예. 집이 있습니다. 아버지 집. 너무 오래 밖으로 돈 건 아닌지.

딴은 압니다. 편치 못해 나갔음을. 집구석이 맘에 들지 않음을.

‘상처’와 ‘눈물자국’이 얼룩져 마음문이 닫혀 있음을.

우리는 모두 깨진 유리 조각들인 것을.

그래도 집에 돌아와야 합니다. 언젠가 돌아올 아버지 집입니다.

이번 주일은 정말, 일찍 집에 들어들 오셨으면 좋겠어요.

아버지가 저-기 동구 밖에서 기다리고 계신 지

너무 오래 되셨으니.

    
/사랑으로 샘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