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자의 음성, ‘메-나’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에 다닐 때 기독교 윤리학 김중기 교수께서 하신 이

야기입니다. 그 분이 중동 어느 지역에 성지순례를 갔습니다. 한적한 들녘,

햇볕은 따갑고 물가 이곳저곳에서 풀을 뜯고 있는 양떼들, 자기 목자의 인

도 따라 무리를 지어 푸른 초장에 노니는 양떼들의 모습이 정겨웠지요.

시간이 지나고 때는 점심시간, 이웃한 목자들이 함께 밥을 먹기 위해 한 명

두 명 모여 들었겠다. 목자들의 호듯한 야외식사는 시작되었는데. 문제는 양

떼들입니다. 주인을 따라 온 서너 무리의 양떼들이 자연스레 섞이게 된 것

입니다. 한 명의 목자마다 딸린 양들이 백여 마리씩은 되었으니 순식간에

수백 마리가 엉클어졌습니다.

    
갑자기 교수에게 걱정이 찾아 왔습니다. “저 양들이 뒤바뀌지 않을까? 생긴

게 그 놈이 그 놈인데 나중에 어떻게 구별하지? 주인이 자기 양들을 잘 데

리고 갈까? 특별한 표식이 있지도 않은데 다른 주인을 따라가지는 않을까?”

    
어떻게 되었을까? 예. 그건 괜한 걱정이었습니다. 해질 무렵 사위가 어둑신

해지니 목자가 자기 양들을 부릅니다. ‘메-나, 메-나’. ‘얘들아 가자’ 라는

그 지역 말이라는데. 그러자 섞여져서 풀을 뜯고 있던 양들이 자기 목자의

소리를 듣고 삼사오오 따라 나서더라는 겁니다. 첫 번째 목자의 양떼들이

뒤따르더니, 두 번째 양떼들도 고스란히 목자를 따라 나섭니다. 간혹 병들거

나 골치 아픈 녀석이 있어 못 따라 오는 경우도 있긴 있답니다. 잃은 양 한

마리처럼 말이지요. 그러나 대부분은 평소에 목자의 음성을 듣고 쫓아 다녔

기에, 메-나 ‘아, 우리 주인의 소리, 오라 하는구나’ 주저 않고 따라 나섰던

것이라.

   
그 교수님, 너무나 신기해서 노기가 발동했습니다.

“내가 한 번 불러 볼테요. 따라 나서는지”.

목자의 옷을 빌려 입고 머리에 터번을 뒤집어쓰고 지팡이를 들고 목소리를

흉내 내서 양들을 불렀겠다. ‘메-나’. 어찌 되었을까?

한 놈도 따라 오는 놈이 없었답니다. 딴은 몇 번 연습도 해서 목자와 비슷

한 목소리로 불렀지만, 어느 양도 삯군(?) 목자의 음성에 반응하지 않은 것

입니다. 그 목자들이 말합니다. “내 양들은 내 목소리를 압니다.”

     
그 주님 말씀 그대로입니다.

“양은 내 음성을 들으며 나는 그들을 알며 그들은 나를 따르느니라”(요10:27)

    
/사랑으로 샘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