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호와 이레

    
• 불편한 말씀

오늘 본문은 창22장, 아브라함이 모리아산에서 이삭을 바친 말씀입니다. 주

일학교때부터 들어 온 은혜로운 이 말씀, 그런데 사실은 조금 불편합니다.

아비가 자식을 번제물로 바치려 했다, 오늘날 어느 기자가 취재를 했다면,

‘아들 살해 미수 사건(?)’이라 했을지도 모릅니다. 철학자 칸트도 이 말씀,

못마땅해 하며 말합니다. “도덕률을 어기는 이런 명령을 하나님이 하셨을

리 없다”. 그러나 정작 아브라함은 그 명령 그대로 군 말없이 순종했습니다.

하나님 말씀은 듣기만 하라고 주신 것이 아니라 그대로 순종해야 하지요.

그저 ‘은혜로운 말씀’으로 듣느냐, 아니면 ‘나도 순종해야 하는 말씀’으로 듣

느냐는 차원이 다릅니다.

   
언젠가 교우들에게 한 번 물었었지요.

“여러분의 목사는 자식을 바칠 것 같아요?”

성도들 대답이 우렁찹니다. “아멘”. 목사 속도 모르고.

한 교회에서 목회 15년이 넘다 보니, ‘설교 잘 하느냐’ 보다, ‘설교 대로 사

느냐?’ 가 중요하더군요. 설교자는 강단에서만 설교하지 않지요. 삶으로 설

교합니다. 그래서 밤에 자고 있는 애들을 찾았습니다.

“성도들 믿음을 생각해서라도 바치라면 바쳐야 할 텐데 어떤 놈을...”

제일 먼저 큰 놈, 아들입니다. 가만히 봤더니 큰 놈은 못 바쳐요. 왜? 장남

이니까. 장남은 기둥이잖아요. “그래 둘째를 바치자”. 둘째는 딸입니다. 둘

째는 정말 못 바쳐요. 하나 밖에 없는 딸을 어떻게요. 그러면 셋째인데, 눈

에 넣어도 안 아픈 귀염둥이를? 아빠도 막내, 할아버지도 막내, “아빠, 우리

삼대 막내 계 하나 들자” 했었는데, 계원을 어떻게 바쳐요.

그래서입니다. 이 말씀 읽기가 불편합니다. 그 명령을 그대로 수행할 자신이

없기 때문이지요.

    
• 이삭을 바치라

그런데 불편하다고 해서 대충 넘어갈 수 없습니다. 내게 주시는 말씀으로

직면해야만 합니다. 하나님은 오늘날 성도인 내게도 ‘아들을 바치라’ 하실

수 있을까요 없을까요. 그런 일은 없어요? 있지요. 성경 말씀은 모든 세대에

모든 성도에게 공히 주시는 말씀입니다. 성도들 신앙이 성장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 합리적으로 이해가 되는 선 안에서만 믿으려 하기 때문입니다. 하

나님께서 우리에게 요구하시는 순종은 합리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것이 참

많습니다.

‘요단 강물 넘실대지만 먼저 발을 내딛으라’,

‘여리고 성 주위를 매일 한 번씩 돌되 엿새 동안을 그리하라’,

‘항아리에 물을 채워라 그러면 포도주 되리라!’,

‘(날 때부터 앉은뱅이에게)나사렛 예수 그리스도 이름으로 일어나 걸으라’

어때요? 모두 합리적이지 않은 요구들입니다. 그러나 그 말씀에 순종했을

때 기적과 능력이 일어났지요.

    
그래서입니다. 저는 오늘 말씀 먼저 단순하게 들었으면 좋겠어요.

(창22:12절) 그대로입니다. “하나님을 경외하십니까? 아들을 바치십시오.”

“목사님, 그때와 시대가 다르잖아요, 좀 해석이 필요한 것 아닌가요?”

아니에요. 오히려 이런저런 구구한 해석이 본질을 흩뜨립니다. 우린 참 따지

기 좋아해요. 말씀 앞에서도 어떻게 하면 내 편한 쪽으로 피해 갑니다. 시험

없이 복을 받는 길은 없나, 아들 안 바치고 믿음의 사람 되는 길은 없는지,

십자가 안지고 승리하는 길은? 죽지 않고 부활하는 방법을 찾습니다. 그래

서 말씀 그대로 순종하라는 본질에서 살짝 비켜섭니다. 현대인의 성경은 두

장만 남았다지요. 성경전서 겉장과 제일 뒷장입니다. 순종해야 하는 말씀들

은 다 찢어 버렸습니다. 하나님 말씀을 ‘액면 그대로’ 믿고 받아들이고 순종

하지 못합니다.

    
• 순종의 문제

그러니 이거저거 돌려서 해석하고 하나님 말씀 복잡하게 만들지 말고, 그

말씀에 그대로 순종할 수 있느냐? 아들 바칠 수 있느냐? 이게 문제입니다.

요단 물 넘실대지만 믿음으로 발을 내딛는 것입니다. 그럴 때 강이 갈라졌

습니다. 하루에 한 바퀴씩 13바퀴 성 주변을 돈 것입니다. 견고한 성 여리

고가 무너졌습니다. 항아리에 물을 채워라, 하인들의 어리석은 순종이 포도

주 가득한 잔치집을 만들었습니다. 예수 이름에 능력 있음을 믿고, 평생 처

음 다리에 힘을 주니, 성전 미문에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사랑하라 했으니 그냥 사랑하는 것입니다.

용서하라 했으니 그냥 용서하는 것입니다.

그 인간을 어떻게 사랑해요? 원수는 사랑해도 ‘웬수’는 사랑 못합니다. 그

놈을 어떻게 용서해요? 나를 채찍질하고 비웃고 욕하고 침 뱉고 가시관을

씌우고, 끝내 나를 죽인 그 놈을 어떻게 사랑하고 용서해요? 못하지요. 그러

나 주님은 골고다에서 그리하셨습니다. 십자가를 지시고 죽기까지 순종하심

으로 우리에게 구원과 영생의 길을 열어 주셨습니다.

(롬5:19)“한 사람의 순종치 아니함으로 많은 사람이 죄인 된 것 같이, 한 사람

의 순종하심으로 많은 사람이 의인이 되리라”

    
• 아브라함의 믿음

그런데 어떻게 아브라함이 이 모리아산 시험에서 이길 수 있었나? 그 이유

를 신약 히브리서를 통해서야 분명히 알 수 있어요. (히11장)믿음의 선진들

이 나오는 믿음장을 보니, 아브라함이 이삭을 잡아 바친 이유가 나와 있습

니다.

(히11:19절)“... 하나님이 능히 이삭을 죽은 자 가운데서 다시 살리실 줄로

믿은지라”

    
“내 하나님은 결코 몰록 신처럼 죽이시는 분이 아니야, 아니 내 새끼를 죽

여도 다시 살리시는 분이시라. 이 시험 속에 하나님 뜻이 있다”

아브라함은 이 믿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므로 아브라함은 결코 광신

도가 아닙니다. 미친 아비가 아니에요. 하나님은 죽은 자 가운데서도 다시

살리시는 분임을 믿는 ‘믿음의 사람’입니다. 끝내는 아들을 살리고, 아들을

살렸으니 자기 자신도 살아 돌아 왔습니다. 이것을 우리는 ‘부활신앙’이라

부릅니다. 아브라함은 죽어도 다시 사는 부활신앙에 굳게 서 있었습니다. 바

친 자가 얻게 되고, 죽은 자가 다시 사는 것입니다.

(롬4:17)“...그가 믿은 바 하나님은 죽은 자를 살리시며 없는 것을 있는 것으

로 부르시는 이시니라”

    
• 여호와 이레

하나님은 인생을 축복하실 때 하나의 공식이 있어요. 축복 (+) 하기 전에 반

드시 시험이라고 하는 뺄셈(-)부터 하신다는 점입니다. 때론 욥처럼 재산이

날아가고 자녀들이 문제가 생깁니다. 얍복강가 야곱처럼, 사자굴 다니엘처럼

위경에 빠지기도 합니다. 요셉처럼 십 수 년 종살이하기도 하고, 사도 바울

처럼 감옥에 갇히기도 합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 시험을 통해 축복하십니

다. 참된 복은 값싸게 오지 않습니다. 시험을 통과해야 주십니다. 하나님의

시험은 뺄셈이 아니라, 나 자신을 보게 하고 신앙을 성장케 하는 축복입니

다. 시험을 훈련으로, 훈련을 은총의 기회로 받는 자는 복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묻습니다. 내게 있는 이삭은 무엇입니까? 그 이삭을 바치라!

하나님 보다 앞서는 욕망이 있습니까? 모리아 산으로 향하십시오. 겸손보다

앞서는 교만이, 자존심 있습니까? 칼을 뽑아 끊어내십시오. 구원과 영생보다

앞서는 세상 것들이 있습니까? 물질입니까? 쾌락입니까? 기도 보다 앞서는

계획이 있습니까? 제단 위에 결박시키십시오.

그거 바치면 나 죽느냐? 빈털터리 되느냐? 아니요. 주께서 높여 주십니다.

살려 주시고 갑절로 더하십니다. 주께서 번제물을 미리 준비해 두셨지요.

‘여호와 이레’의 하나님이시라.

(14절)“아브라함이 그 땅 이름을 여호와 이레라 하였으므로... 여호와의 산

에서 준비되리라”

    
(오늘 설교 중에서)

/사랑으로 샘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