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 계시는 하나님(Jehovah Samma)

    
• 하나님은 어디에 계신가?
‘하나님은 어디 계시는가?’ 이 근원적이고 불가피한 인간의 질문은 신학에서

중요한 주제 가운데 하나입니다. 그러나 세상을 보면 ‘신의 존재’ 보다는, 오

히려 ‘신의 부재’(不在)를 확인해 주는 일들이 대부분입니다.

엘리 위젤(Eli Wiesel) 교수. 루마니아계 유대인인 그는 15세의 나이로 부모

님과 어린 여동생과 함께 나치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끌려가 끔찍한 일들을

겪지요. “먹는 수프에서 시체 맛이 났다” 라고 할 정도로 수없이 죽어버려

지는 시체들을 보았습니다. 1945년 석방되었지만 가족들은 수용소에서 학살

당했습니다. 그 후 보스턴 대학 교수를 하며 인종차별 철폐와 인권신장을

위해 노력한 공로로 1986년에 노벨평화상을 수상합니다. 무엇보다 홀로코스

트에 대한 수많은 책들을 쓰고 전 세계에 다니면서 나치의 만행을 고발하는

살아있는 증인으로 존경을 받아 왔습니다. ‘밤’(Nights)은 그의 대표작입니

다. 어린 시절 아우슈비츠 나치 수용소에서 목격한 장면을 사실적으로 기술

하고 있는 자전 소설이지요.

    
그 책에서 엘리 위젤은 이런 이야기를 적고 있습니다. 한번은 유대인 몇 명

이 교수형에 처해 지는데 그 중에 한 어린아이가 밧줄에 대롱대롱 매달려

죽어가는 것을 사람들이 보고 있습니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사람가운데 견

딜 수 없는 마음으로 말합니다. “하나님, 당신은 지금 어디에 계십니까?”

그때 저자는 이렇게 씁니다. “내 뒤에서 아까 그 사람이 다시 묻는 소리가

들렸다. ‘하나님은 어디에 있는가?’ 그때 내 안에서 어떤 목소리가 대답하는

것을 들었다. ‘하나님이 어디 있느냐고? 여기 교수대에 매달려 계시다.’”

그는 마음 저 끝에서 들려오는 분명한 주님의 목소리를 들은 것입니다. “여

기 있지 않느냐? 내가 저 소년과 함께 매달려 있지 않느냐! 너희들의 고통과

절규 가운데 함께 있지 않느냐!”

그래서 책 제목이 <밤>입니다. 하나님이 어디 계신지 모를 만큼 어두운 밤

에, 고통과 절규로 칠흑같이 어두운 그 밤에, 하나님은 거기(there) 살아 계

십니다. 바로 거기에 살아 계시는 하나님. 에스겔 선지자의 고백이지요. ‘여

호와 삼마’(Jehovah Samma), 거기 계시는 하나님이시라.

    
• 숨어계신 하나님

랍비 바룩에게는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의 손자 여히엘이 다른 아이들

과 숨바꼭질을 하고 있었습니다. 여히엘은 꼭꼭 숨어서 술래가 찾아와 주기를

기다렸지요. 20분이 지나도 술래는커녕 아무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다시 오

랜 시간이 지난 다음, 친구가 처음부터 자기를 찾지 않았다는 것을 알아차

렸습니다. 여히엘은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받은 배신감에 울면서 할아버지께

달려와 하소연 했습니다. 친구들이 자기를 찾지 않는다고.

그런데 웬일이래요. 손자의 이 말을 다 들은 랍비 바룩이 갑자기 눈물을 주

르륵 흘리는 것입니다. 하나님도 똑같은 말씀을 하고 계신다고 손자에게 이

렇게 말합니다. “내가 숨어 있는데 아무도 나를 찾으려 하지 않는구나”. 하

나님을 떠난 사람들은 하나님을 찾지도 않고, 찾지도 못하고 홀로 살아간다

는 탄식입니다.

    
그래서 20세기 기독교 세계관의 대가인 프란시스 쉐퍼(F. Schaeffer)는 그

의 책 <거기 계시는 하나님>에서 말합니다. 이 시대 모든 문제는 살아 계신

하나님의 존재를 모른 채 살아가는 것에서 비롯된다고. “하나님은 거기 계

시며 침묵하지 않으신다” (He is there and He is not silent).

    
• 하나님을 찾으라

성도의 삶이란 하나님과 함께 하는 숨바꼭질은 아닐까? 영적인 숨바꼭질!

하나님은 숨어 계시고 나는 늘 그 분을 찾는 술래입니다. 하나님은 내 삶의

순간순간마다, 가는 곳곳마다 숨어 계십니다. 세상은 뭘 해도 자꾸 내보이려

하지만, 하나님은 이 땅에서 조용히 숨어서 일하시기를 기뻐하십니다. 그리

하여 ‘숨어 있는 나를 찾으라’고 간절히 요청하십니다. “보이지 않지만 네

삶 속에 함께 하고 있으니 포기하지 마라, 찾아내라.”

“구원자 이스라엘의 하나님이여, 진실로 주는 스스로 숨어 계시는 하나님이

시니이다”(사45:15)

  
혹, 나는 아직 한 번도 하나님을 찾아보지 못한 눈먼 술래가 아닐까

이만큼 영적인 숨바꼭질을 했으면 그 분을 찾아내야 하지 않을까

언제까지 그 분을 찾지 못하고 평생 술래만 하다 마치려는가

    
숨어 계신 하나님!

그러나 거기 계시는 하나님

내가 어느 때 어느 곳에 있든지

내 곁에 계시는 하나님을 찾게 하옵소서

여호와 삼마의 하나님을

    
/사랑으로 샘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