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예수 믿는 사람입니다”

    
• 거룩하라

요즘 <하루에 한 장씩> 말씀 일과는 레위기입니다. 창세기 출애굽기 그다음

에 레위기, 우리의 신앙 여정과 정확하게 일치하는 배열입니다. 창세기에서

죄가 들어오지요. 그 죄의 노예 자리에서 구원 얻는 내용이 출애굽기입니다.

하지만 성경은 출애굽기에서 끝나지 않고 레위기로 이어집니다. 레위기의

주제는 ‘거룩’이지요. “나 여호와가 거룩하니 너희도 거룩하라”(레11:45). 출

애굽기에서 구원을 얻었으면 레위기에서 거룩해져야 합니다. 그래야 민수기

신명기를 거쳐 여호수아서 가나안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이것이 이스라엘

을 향한 하나님의 구원 계획입니다. 그래서 레위기가 오경의 중심이라고 말

합니다. 유대인들은 성경을 배우기 시작할 때 제일 먼저 레위기를 배웁니다.

하나님의 구별된 백성으로 거룩한 삶에 대해 먼저 배운다는 뜻이지요.

우리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장차 가나안 땅에 들어가서 젖과 꿀이

흐르는 삶을 살아야 하는 사람들이지요. 그 날을 바라보면서 지금 이 땅에

서 거룩해져야 합니다.

"그러나 이제는 너희가 죄에게서 해방되고 하나님께 종이 되어 거룩함에

이르는 열매를 얻었으니 이 마지막은 영생이라”(롬6:22)

    
• 여성도 이야기

한국 기독교 초기 시절, 평양에 살던 한 신실한 여성도가 진남포로 이사를

하였습니다. 당시에 교회가 평양에만 있었기에, 어린 두 아들과 함께 주일예

배를 드리기 위해 수레를 타고 그 먼 거리를 다니곤 하였습니다. 그런 어느

주일날, 주일예배를 마치고 어린 두 아들이 끄는 수레를 타고 집으로 돌아

가는 중, 갑자기 수레가 덜커덩하고 심하게 흔들렸습니다. 순간, 돌멩이 하

나가 수레바퀴에 튕겨 나가더니 지나가던 노인의 눈을 맞추고 말았습니다.

노인은 큰 상처를 입었고, 이 일로 두 아들은 재판을 받게 되었습니다. 재판

장이 아들들에게 묻습니다.

“너희 둘 중에 누가 수레를 몰았느냐?”

그러자 둘이 제 각각 그럽니다.

“제가 몰았습니다.” “아닙니다! 제가 몰았습니다.”

무슨 분위기인지 파악한 재판장은 어머니를 불렀습니다.

“댁의 어린 아들들이 서로 자기가 수레를 몰았다고 주장하는데, 그 뜻은 갸

륵하지만 그래도 책임은 물어야 합니다. 아주머니가 솔직하게 말해 주세요.

누가 몰았습니까?”

그러자 여성도가 눈물을 글썽이며 대답했습니다.

“재판장님, 저 두 아이는 서로 배다른 형제입니다. 큰 아이 어머니가 돌아가

시고 나서 제가 재가를 했습니다. 그러니 벌을 주시려거든 제가 낳은 작은

아이에게 주세요.”

이 말을 들은 재판장은 감동하면서도 이해할 수 없다는 듯 한참을 있다가

묻습니다.

“아주머니, 당신은 도대체 뭐 하는 사람이오?”

그러자 그 부인이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저는 예수 믿는 사람입니다.”

    
• 거룩한 교회

요즘 명성교회 문제로 교회 이미지가 다시 땅에 떨어졌습니다.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지만, ‘거룩함’이 문제가 아닐까요? 교회가 거룩함을 잃고 세속화

된 것입니다. 중세시대처럼 교회가 주님의 종이 아닌 물질과 세상의 종으로

전락했기 때문입니다. 1919년 당시 1%밖에 안 되는 20만 명의 한국 기독교

인들이 민족의 짐을 지고 갔습니다. 독립운동의 깃발을 들고 민족을 선도했

습니다. 어떻게요? 거룩함을 통해 온 백성들의 본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

러나 지금은 어떤가? 교회에서 대통령 나왔다고, 장관 나왔다고 힘이 있는

게 아니지요. 종교개혁자 요한 칼빈이 말한 대로입니다. “기독교인들은 거룩

한 삶으로 세상 앞에서 신앙의 힘을 입증해야 한다.”

    
이런 직업이 있대요. 포도주 감별사. 포도주를 한 모금 맛보고는 그 품질을

감별하는 것입니다. ‘몇 년산 무슨 포도주’. 그러니까 그 사람의 혀는 맛을

식별하는 쪽으로는 굉장히 민감해야 합니다. 그런데 그게 공짜로 되는 것이

아닙니다. 맛을 예민하게 구별하기 위해서 평소에도 혀를 잘 지켜야 합니다.

일단 자극성이 강한 음식을 먹으면 안 됩니다. 늘 싱거운 것만 먹습니다. 또

배가 부르거나 고프면 맛을 느끼는데 지장이 있으므로 언제나 배가 부르지

도, 고프지도 않은 상태를 유지해야 합니다. 그래야 포도주의 품질을 감별하

는 직업을 원만하게 수행할 수 있습니다.

    
• “나는 예수 믿는 사람입니다”

세상 사람들도 직업상 그렇게 자기를 구별합니다. 자극성 있는 음식을 먹는

것이 무슨 잘못입니까? 그래도 자기가 맡은 일을 성실히 수행하기 위해서

기꺼이 그렇게 하는 것입니다. 또 배는 언제나 부르지도 않고 고프지도 않

은 상태를 유지해야 합니다. 맛있는 음식이라고 한 숟갈 더 먹어도 안 되고,

바쁘다는 이유로 식사를 대충해도 안 됩니다. 하물며 우리 거룩한 성도들이

랴?

이런 마음으로 자신을 보십시다. 하나님 앞에서 거룩한가? 말씀 앞에서 성

결한가? 구별된 삶을 살고 있는가? “너희 몸을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거룩

한 산 제물로 드리라”(롬12:1).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일을 하며 사는 것이

거룩한 삶입니다. 거룩은 물론 성소에서 하나님을 경외하는 것에서 시작되

지만, 거룩한 삶은 일상과 깊이 연루되어 있습니다. 밥을 먹고, 마음에 드는

생각에서, 일하고, 누구와 대화하고, 노는 일, 잠자는 일, 일상의 모든 삶의

자리에서 거룩함이 묻어나야 합니다. 지극히 작은 자와 함께 글썽이고, 거짓

과 불의한 일에는 분개함으로 정의와 평화가 깃들도록 힘쓰는 일까지. 주께

서 이 땅에서 하신 모습을 그대로 닮아가는 것입니다. “거룩은 성령으로 거

듭난 사람들이 하나님을 닮아가는 삶의 여정이라”(오스왈드 챔버스).

그 옛날, 재판장 앞에서 ‘나는 예수 믿는 사람입니다’라고 말한 그 여성도의

당당한 거룩함이 필요한 때입니다.

 /사랑으로 샘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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