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거인을 깨우라

• 중환자실에서

엊그제 이창수 집사님이 위독하셔서 병원에 급히 갔었습니다. 중환자실에서

산소호흡기를 하시고 많이 힘들어 하십니다. 어찌 이리 갑자기, 증손 보실 날

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그런 아버지를 바라보는 장로님 권사님 마음 오죽하

시랴. “주여, 불쌍히 여기소서”.

하나님 의지하는 마음으로 간절히 기도하는데, 낯선 ‘아멘’ 소리가 들립니다.

간호과장이라는 분인데 마침 신앙인이래요. 환자를 위한 기도에 함께 마음을

더해 주신 것입니다. 하나님 믿는 손길로 돌보시는 분이 계셔서 한결 마음이

가벼웠습니다. 기독병원 안명옥 집사님도 여전히 의식이 없습니다. 중환자실에

그것도 특별실에서 수많은 선들로 감겨있는 육신이 안타깝습니다. 의사들 소

견은 다른 방법이 없다 하는데, 그래도 혹 목사 왔으니 반응을 할까, 안명옥과

유일하게 말을, 아니 마음을 주고받는 엄마는 여전히 가느다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습니다.

• 목사의 착각?

힘겨운 환우들을 뵙고 돌아 올 때면 마음이 먹먹합니다. 아무리 눈을 뜨고 있

어도, 손을 잡고 흔들어도, 크게 기도해도 반응이 없습니다. 그저 가만히 누워

있을 뿐.

저는 그때 이런 착각을 합니다. 의식이 없어 알아보지 못하지만, 마음이나 생

각으로는 저를 보고 있을 것이라는. 아무리 임종 직전의 환자라 할지라도 마

치 금방이라도 깨어나 ‘목사님’ 하고 침상에서 일어날 듯 싶은 것입니다. 장례

식 입관할 때도 마찬가지 마음입니다. 베옷을 입고 온 몸이 칭칭 둘렀지만 그

영혼은 자유로워 나를 또렷이 보고 있다는 생각, 무언가 내게 말을 하고 있다

는 느낌입니다. <꽃들에게 희망을>에 나비가 된 애벌레처럼.

그래서 저는 의식 없는 중환자실이라도 옆에 생생히 있는 것처럼, 중얼중얼

말하면서 문안합니다. 입관실에서도 차갑게 굳은 시신을 만지며 말합니다.

“최목사 왔어요. 사실은 내 말 다 듣고 계시지요? 무슨 잠을 그리 오래 주무

세요. 이제 깨어나세요. 그리고 죄송해요. 사도 바울처럼 손수건만 만져도 일

어나게 하면 좋으련만. 조금만 기다리세요. 주님 함께 하셔요”.

건강한 사람과 대화하듯 그렇게.

그러면 환자가 오히려 저를 향해 위로하듯 말합니다.

“목사님, 걱정하지 말아요. 나는 지금 평안해요. 예수님이 나와 함께 계시는걸

요. 저도 알아요 하나님께서 복된 길로 인도하실 줄을”

아, 이 고통이 정말 그렇게 예수님과 더 깊은 사귐을 갖고 있는 중이라면 죽

음조차 복되리라.

• 네 안에 잠든 거인을 깨우라

의식없는 병상에서 가만히 나를 돌아봅니다. 나는 깨어 있는가? 혹여 영적으

로 잠자고 있는 건 아닐까. 겉은 깨어 있어 사람들과 말도 하지만, 속사람은

죽어 있는 것은 아닐까. 예수를 믿는다 하지만, 내 안에 예수님은 아무 힘도

없으신 채로 주무시는 것은 아닐까.

그날 풍랑을 만난 배 안에 예수님은 주무시고 계셨습니다(마4장). 그날 골리앗

을 만난 엘라 골짜기 이스라엘 안에 하나님은 주무시고 계셨습니다(삼상17장).

메뚜기 콤플렉스에 걸린 열 명의 정탐꾼 속에 능력의 하나님은 주무시고 계셨

습니다(민13). 포도주가 떨어진 가나 혼인잔치에 빈 항아리만 가득했습니다(요

2). 우주만물을 지으시고 인생을 주관하시는 하나님은 비문에만 남아 계신가!

어떻게 해야 해요? 깨워야지요. 저 마음의 뒷방에 모셔 두니 주무시고 계신

주님께서 일어나 일하시도록 흔들어 깨워야 합니다. 주께서 깨어 나시는 순간,

사나운 풍랑이 잔잔해 지고, 소년 다윗이 골리앗을 물리치며, “저들은 우리 밥

이라”, 포도주가 넘치는 잔칫집 인생이 됩니다.

“네 안에 잠든 거인을 깨우라”. 심리학자 앤서니 라빈스(Anthony Robbins)의

말입니다. 우리 내면에 거인(巨人)이 있습니다. 잠재해 있는 능력일 수도 있고,

궁극적으로는 예수님을 말합니다. 그러나 잠자는 거인은 아무 힘이 없습니다.

가정 안에 예수님이 주무시고 있습니다. 교회 안에, 세상 속에 예수께서 임마

누엘 하고 계시지만, 능력이 없습니다. 가만히 주무시고 계십니다. 크고 비밀

한 일들은 커녕 아무 힘도 쓰지 못하시도록 내버려 둡니다. 성도 안에 추상처

럼 살아 계셔야 하는 주님이 혹 주무시고 계신 것은 아닌가? “네 안에 잠든

거인을 깨우라”

• 피에타여 일어나라!

누군가 미켈란젤로에게 물었다지요.

“어떻게 <피에타> 같은 훌륭한 조각상을 만들 수 있었습니까?”

그러자 미켈란젤로는 이렇게 말했답니다.

"이미 조각상이 대리석 안에 있다고 상상하고, 필요 없는 부분을 깎아 냈습니

다. 거기에는 원래 존재하고 있었고 앞으로도 영원히 존재할 완벽한 조각상이

누군가가 자신을 꺼내 주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내 안에 피에타가 있습니다. 내 안에 값진 보배, 예수께서 계십니다. 내 안에

피에타를 꺼내십시다. 내 안에 주무시는 주님을 깨우십시다. 사실은 우리 주님

졸지도 주무시지도 않으십니다. 우리가 졸고 우리가 잠자고 있는 것뿐이지요.

패배주의, 허무주의, 자포자기... 사단은 우리 안에 있는 거인같은 능력을 사용

하지 못하도록 만듭니다.

혹 주님은 주무시게 하고 나 혼자 바지런을 떨고 있는 것은 아닐까?

주님은 가만히 계시도록 하고 나 혼자 한다고 요망을 떠는 것은 아닐까?

주님이 깨어 일하시는지, 겸손히 내 안을 돌아 볼 일입니다.

(롬13:11)“또한 너희가 이 시기를 알거니와 자다가 깰 때가 벌써 되었으니 이

는 이제 우리의 구원이 처음 믿을 때보다 가까웠음이라”

/사랑으로 샘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