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의 귀

    
• 듣는 섬김

말하는 것이 쉬울까요, 듣는 것이 쉬울까요. 언 듯 보면 말하는 것 보다 가

만히 앉아 듣는 게 더 쉽지 않을까? 그런데 경청해 들어 주는 일이 어렵습

니다. 들을 귀를 잃어버린 사람들, 현대인에게 딱 맞는 말 아닐까요? 들어도

선별해서 듣고 할 말을 생각하며 계산해서 듣습니다. "우리 인간이 말하는

것을 배우기까지는 2년이면 족하지만, 잘 듣는 것을 배우기까지는 80년이

걸린다"는 말이 있습니다. 부부간에, 부모 자녀 간에 듣는 일입니다. 연로하

신 부모님의 말을 귀 기울여 잘 들어 드리는 것, 최고의 효도입니다. 교회

공동체 안에서도 마찬가지이지요. 우리 첫 번째 섬김은 경청하는 일 아닐

까? 점점 목회를 더해가면서 경험합니다. 말하는 것 보다 듣는 것이 어렵구

나. 늘 가르치는 자리에 있다 보니 세밀히 듣는 것을 못하는 것입니다. 흔히

하는 말처럼, 입이 하나이고 귀가 두 개인 이유는 잘 들으라 입니다. 신학자

폴 틸리히(Paul Tillich)는 "사랑의 첫째 의무는 듣는 것"이라 합니다. ‘이청

득심(以聽得心)’, 실로 사람을 얻는 최고의 길, 경청입니다.

인도에서 평생을 가난하고 헐벗은 자들에게 삶을 바친 마더 테레사 수녀. 

한번은 그녀가 미국에 와서 CBS에서 인터뷰를 하게 되었는데 앵커 중에 한

사람이 “수녀님은 하나님께 기도하실 때 무어라고 말씀 하십니까?”하고 질

문을 했습니다. 이 앵커는 “하나님! 이 땅에 가난한 자에게 먹일 것을 주옵

소서! 라든지, 혹은 우리 인생들이 사치하지 않고 가난한 이웃들과 함께 나

누게 하여 주옵소서!”라고 대답할 것이라 예상했습니다. 그런데 그분이 고개

를 잠시 숙이고 있더니 이렇게 대답을 했습니다. “저는 기도할 때 말하지

않고 듣습니다.” 전혀 생각지 못했던 답변을 들은 앵커가 또 다시 묻습니다.

“그렇다면 수녀님이 듣고 계실 때 하나님은 뭐라고 말씀하십니까?” 그러자

테레샤는 잠시 생각을 하더니 이렇게 대답을 했습니다. “그분도 듣고 계십

니다.”

• 잘 듣고 있느냐?

귀가 닫히고 말 못하는 장애우들이 있어요. 들어야 하는데 듣지 못합니다.

듣지 못하니 말도 못하게 됩니다. 육체의 고통, 가정적으로 사회적으로 꽉

막힌 인생을 살았겠지요. 옆 사람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몰라요. “위험해!” 그

러면 피해야 하는데, 알아듣지 못합니다. 급한 일이 생기면, ‘엄마!’ ‘아파

요!’ ‘살려주세요’ 해야 하는데, 말하지 못해요. 점점 깊은 우물에 빠져 홀로

인 아이처럼, 자폐적인 인생을 삽니다. 극악한 죄수를 독방에 가둬 놓는 이

유입니다. ‘듣지도 말고 말하지도 말라’.

농아인 교회는 예배시간에 조용합니다.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조용합니다.

웅웅하며 어렵게 내는 소리 정도, 손이 옷에 부딪히는 소리만 서걱서걱 들

립니다. 찬송 부르는 시간도, 기도하는 시간도 아무 소리 나지 않습니다. 원

래 말을 못한 건 아니에요. 들리지 않으니 점점 말도 못하게 됩니다. 그러니

지금 이렇게 들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해요. 서로의 말을 잘 듣고 계

십니까? 하나님 음성을 잘 듣고 계십니까? 들을 수 있는 데도 안 듣는다면,

그거 잘못이에요. 그 귀가 소용없습니다. 성경에서 끊임없이 들리는 음성이

지요. “하나님께 하시는 말씀을 잘 듣고 있느냐? 내 옆에 그 사람이 아파하

는 소리, 그가 죽어가는 소리를 잘 듣고 있느냐?”.

    
• 예수님의 귀

욥에게 세 친구가 있었지만 저마다 논리로 말하고 판단하기에 바빴지 욥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우리 주님은 무엇보다 들으시는 분이

셨습니다. 제자들은 귀를 막고 밀쳐 냈지만 예수님은 소경 바디매오의 외침

을 들으셨습니다. 마르다는 음식으로 대접하려 했지만 마리아는 듣는 대접

을 하였습니다. 그것은 최상의 대접이었고 주님은 그것을 칭찬하셨습니다.

회당장 야이로의 죽어가는 딸을 고치러 가는 바쁜 길목에서도, 혈루병 걸린

여인의 12해 한 맺힌 이야기를 세심히 들으셨습니다. 끝내 여인도 고치고

회당장의 딸도 살리셨습니다. 들어 주는 것이 치유하는 길입니다. 헨리 나우

웬은 재미있는 표현을 합니다. “예수님은 온 몸이 귀였다. 온 몸으로 들으셨

다”. 예수님은 말없이 우리 모든 말을 세심하게 들으시는 분입니다. 그 찬양

처럼, 우리 작은 신음에도 응답하시기 위해.

    
당신에게 그 경청하는 귀가 있으십니까?

강청 기도도 하지만 경청 기도도 하십니까?

    
/사랑으로 샘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