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가 더 크다

 • 식상한 은혜

오늘부터 시리즈 설교를 다시 시작합니다. <은혜가 더 크다>라는 책이 있어

요. 미국의 카일 아이들만(Kyle Idleman)의 책입니다. <팬인가 제자인가>라

는 책, 그리고 재작년에 <나의 끝 예수의 시작>이라는 책으로 시리즈 설교

를 했었는데 그 책의 저자이기도 합니다. (히12:15절)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데요, “하나님의 은혜에 이르지 못하는 자가 없도라 하라”.

예, 은혜(Grace)가 중요하지요. 값없이 주시는 하나님 사랑이 은혜입니다.

성도는 이 은혜로 사는 사람입니다. 은혜라는 말을 많이 쓰지요. ‘은혜 받았

어요’. ‘말씀의 은혜’, ‘은혜로운 교회’. “나의 나 된 것은 오직 하나님의 은

혜라”. 위대한 사도 바울의 고백은 많은 성도의 인생 좌우명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은혜가 더 크다>, 제목만 봐도 은혜가 되느냐? 그건 또 아닌 것 같

아요. 많이 듣고 잘 알고 있어서 오히려 식상합니다. 새롭지 않습니다. 저자

는 우리가 이 은혜라는 말을 ‘다시’ ‘처음처럼’ 보기를 권면합니다.

    
“삶 속에서 은혜를 놓치지 않고 은혜를 강력하게 경험하기를 바란다. 또 무

엇을 했든, 어떤 일을 당했든, 은혜가 더 크다는 진리를 개인적으로 경험하

게 되기를 기도한다. 은혜를 설명하는 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은혜를 경험

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

“은혜는 당신의 죄책감을 없앨 만큼 강력하다.

은혜는 당신의 수치심을 덮을 만큼 크다

은혜는 당신의 관계를 치유할 만큼 실제적이다

은혜는 당신이 약할 때 붙잡아줄 만큼 강하다

은혜는 당신의 응어리를 풀어줄 만큼 감미롭다

은혜는 당신의 실망을 대처할 만큼 만족을 준다

은혜는 당신의 상심을 만회할 만큼 아름답다”

-<은혜가 더 크다> 23쪽 중에서-

    
그래서 우리는 찬송가 216장을 감사함으로 부릅니다.

“만 가지 은혜를 받았으니 내 평생 슬프나 즐거우나

이 몸을 온전히 주님께 바쳐서 주님만 위하여 늘 살리라”

    
• 가장 큰 은혜

그런데 여러 하나님의 은혜 가운데 가장 큰 은혜가 무엇일까? 저자는 이렇

게 말해요. “죄에서 용서 받은 은혜이라”. <은혜가 더 크다> 책 처음에 넣

었어요. 내 죄악보다 용서하신 은혜가 더 크다.

문제는 다른 사람이 아닌 ‘내가’ 죄인임을 인정하지 않는 것입니다. 죄가 무

엇인지 알기는 알아요. 성경에 누가 죄를 지었고 누가 더 큰 죄인인지 알아

요. 세상을 보아도, 심지어 교회 안을 보아도 누가 죄악 투성이인지 알아요.

그런데 그 정죄의 칼끝이 나를 향하고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당신이 아는 가장 큰 죄인이 당신이 아니라면 당신은 자신을 잘 모르는 것

이다” <은혜가 더 크다> 35쪽.

이 글에 대한 나의 즉각적인 반응은 이렇지 않을까요?

“그래 난 죄인이야. 그런데 내가 아는 가장 큰 죄인은 아니야. 나는 누구보

다 그렇게 나쁘지는 않은 사람이야.”

여기에 대해 이 책에서 저자는 신학교때 한 경험을 말합니다.

어느 과목 시험인데, (딤전1:15)에 대해 해석하라는 것이 문제였어요.

(딤전 1:15)“미쁘다 모든 사람이 받을 만한 이 말이여 그리스도 예수께서

죄인을 구원하시려고 세상에 임하셨다 하였도다 죄인 중에 내가 괴수니

라”

“Here is a trustworthy saying that deserves full acceptance: Christ Jesus came

into the world to save sinners--of whom I am the worst” (NIV)

    
저자는 나름 잘 썼습니다. ‘죄인 중에 내가 괴수니라’. 바울이 과거 다메섹

에서 예수님 만나기 전에 교회와 성도를 심히 박해했다, 스데반을 죽이는데

가담했다, 그가 실로 죄인 중에 괴수였다는 고백이라.

그런데 점수가 형편 없습니다. “다시 쓰세요”. 교수를 찾아 갔더니 (딤전

1:15)한 단어에 빨간색 동그라미 표시를 합니다. I am the worst 에서 ‘am’

에 빨간 줄이 있습니다. 저자가 곰곰히 생각하다 끝내 깨닫습니다. 그 동사

가 과거형이 아니라 현재형이었습니다. I was the worst? 과거에 ‘죄인 중

에 괴수였다’? 아니요. 현재도 ‘죄인 중에 괴수이라’는 고백, I am the

worst.

우리가 요즘 수요일에 강해하고 있지만, 디모데전서는 바울 사역 초기때 저

작이 아니지요. 평생 사역을 마친 후에 마지막에 쓴 편지입니다. 그가 예수

님 만난 지 수 십년이 흘렀어요. 평생 얼마나 수고했어요. 예루살렘교회에서

안디옥교회로, 소아시아로 마케도냐로, 로마로 에베소로, 가는 곳마다 교회

를 세우고 복음을 전했습니다. 엄청난 핍박을 받고 수많은 죽음의 강들을

건너왔습니다. 어딜 가도 존경 받는 대사도 바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I am the worst, “나는 지금도 여전히 죄인 중에 괴수입니다.”

밝은 빛에 가까이 가면 갈수록 그림자가 더욱 진해지듯, 거룩하신 하나님께

가까이 갈수록 내가 더 깊은 죄인임을 깨닫게 된 것입니다. 우리끼리 있으

면 괜찮아 보이지요. 어두움 속에서는 적당히 포장하면 보이지 않습니다. 그

러나 밝은 빛에 나가 보세요. 화장 안한 내 민낯이 드러나는 것처럼, 속사람

이 그대로 드러난다면 그 부끄러움을 어찌 감당하겠습니까?

(롬3:23)“모든 사람이 죄를 범하였으매 하나님의 영광에 이르지 못하더니”

    
• 최목사 너는?

목사인 저도 ‘죄인 중에 괴수’입니다. 이것을 어떻게 증명할 것인가?

저희 집에 저 말고 네 사람이 있어요. 아내와 세 아이들. 지난 한 주간의 일

만을 두고 공개적으로 나를 책망한다면 어찌될까?

아내가 “당신 나에게 지난 월요일 이렇게 대했잖아요” 한다면?

아이들이, “아빠, 그때 이렇게 했잖아요”. “**** 이런 말 했잖아요”.

아이들이 제게 하는 가장 큰 협박은 이거예요.

“아빠, 이거 교회 분들에게 다 말해도 될까요?”

다행히 저희 아이들은 입이 무겁습니다.

“야, 최목사님 집에서 개차반인가보다(?)”

그저 미안한 것입니다. 아니 하나님 앞에 부끄러운 것입니다. 사는 것 자체

가 죄악이라. 저는 이것을 원죄라 생각합니다. 가족들에게 아빠요 남편인

나는 죄인입니다. 멀리 살아계신 부모님에게 자식인 저는 죄인입니다. 성

도들에게 목사인 저는 죄인입니다. 이렇게 잘 먹어 뱃살을 빼려는 나는,

지구 반대편 한 끼를 못 먹어 오늘 죽어가는 이들에게 죄인입니다.

“아이고 사는 게 다 죄지요”. 어른들의 이 말이 옳습니다. 뒤늦게 날라온 교

통위반 딱지를 보고는 “어, 그때 속도를 위반했네, 신호를 어겼어 몰랐네”.

내가 지나친 수많은 죄악들이 있으리라. “나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큰 죄인이다.” 어거스틴이 <참회록>에서 말합니다. “나 자신이 죄인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의 죄는 더욱더 구제불능 상태가 되었다.”

• 더 큰 은혜

그런데 내가 죄인이라는 것이 절망을 말하는 것인가? 아니요. 희망이 있습
니다. 내 죄악 보다 은혜가 더 크기 때문입니다. 어떤 은혜? 용서의 은혜.

(시32:5절)“내가 이르기를 내 허물을 여호와께 자복하리라 하고 주께 내 죄

를 아뢰고 내 죄악을 숨기지 아니하였더니 곧 주께서 내 죄악을 사하셨나이

다”

다윗이 그런 죄인이었지만 다시 살았어요. 위대한 성군이 됩니다. 용서받았

기 때문이지요. 다윗은 죄를 인정하고 하나님 앞에 무릎을 꿇었습니다. 그러

자 사죄의 은총을 주십니다. 실로 하나님 최고의 은혜는 용서의 은혜입니다.

(롬5:20)사도 바울을 통해 주께서 말씀하시지요.

“죄가 더한 곳에 은혜가 더욱 넘쳤나니”.

어떤 사람은 죄를 짓고 망하지만 어떤 사람은 죄를 짓고 더욱 큰 하나님의

축복의 사람이 됩니다. “나의 죄악보다 더 큰 하나님 용서의 은혜”가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아까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내 죄가 더 크다” 했습니

까? 이렇게 다시 말씀드립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하나님 은혜는 더

욱 크시다”. 제가 아까 “사는 게 다 죄이라” 했습니까? 이렇게 다시 말씀드

립니다. “사는 게 다 하나님의 은혜이라”.

    
/사랑으로 샘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