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입은 치유자(The Wounded Healer)

• 상처 인생

“저는 심하게 상처 받았어요”

“당신은 내가 어떤 일을 겪었는지 몰라요”

“그(녀)가 내게 한 일을 생각하면 절대 용서할 수 없어요”

“그가 내 인생을 망쳐 놨어요”

“우리 집이 이렇지만 않았어도”

“생각만 해도 너무 힘들어요”

“그렇게 잘해 줬는데 어떻게 내게...”

    
한마디로 상처 받은 것입니다. 상처 없는 인생은 없지요. 상처를 아주 안 받

는 곳은 한 곳 밖에 없습니다. 무덤. 나무마다 나이테가 상처 자국이듯, 우

리에게 크고 작은 상처가 있습니다. 그것도 상처는 주로 가까운 사람에게

받습니다. 잘 알지 못하는 사람, 마음을 주지 않은 사람에게 받는 상처는 깊

지 않지요. 가장 사랑했던 사람이 심한 상처를 줍니다. 한때 다정하고 믿었

던 사람이기에 받은 상처가 더욱 깊이 남게 되지요. 그는 가족이고 지인, 혹

은 한 교회 성도일 수도 있지요. “상처는 친밀감을 먹고 산다!”.

말이 상처가 됩니다. 그 일이 잊히지 않는 상흔(傷痕)이 되어 있습니다. 사

람에게 상처 받고, 무엇보다 교회에서 받은 상처는 더욱 아프게 합니다. 인

간은 약해서 살아 있음이 상처투성이입니다. 물론 상처를 무슨 무기처럼 사

용해서 툭하면 상처 받았다는 이들이 있습니다. 상처에 대해 쉽게 말을 하

고, 늘 이해 받아야 한다고 당연히 생각합니다. 자신에 대해 부정적인 사람,

자존감이 낮은 사람이 상처 받기 쉽습니다. 지나친 완벽주의자나 예민한 사

람도 상처에 쉬 노출되어 있습니다.

    
• 우리 깊은 상처들

우리 주변에 흔한 상처들을 찾아 볼까요?

병약한 사람은 건강한 사람 곁에 있는 것이 상처가 될 때도 있습니다.

뭘 해도 안 되는 사람들은 잘나가는 이들의 소식을 들음으로,

은퇴한 친구가 재기하여 대박을 터트렸다는 말을 들은 실직자는,

재수생은 누가 좋은 대학에 합격했다는 소식에,

뚱뚱한 사람들은 날씬한 사람이 스쳐만 가도,

못생긴 사람은 잘생긴 사람이 옆에만 있어도,

승진했다는 옆집 남편 이야기가 들릴 때.

못 배운 상처, 가난한 부모님 만난 상처, 배우자를 잘 못 만난 상처, 건강을

잃은 상처, 부모를 일찍 잃은 상처, 키 작은 상처, 가족을 허망히 보낸 상

처, 애인이 없는 상처, 결혼을 못한 상처 등등, 넘어진 무릎 속에 박힌 모래

알 같은 상처들이 아프게 합니다. 거친 말, 비난하는 말 한마디에 상처가 되

고, 앞 다르고 뒤 다름에 상처가 되며, 뒤에서 욕하는 말을 들을 때도 상처

를 받습니다. 지하층에 사는 사람은 지상 층에 사는 사람에게 상처가 되고,

남의 집 살이 하는 사람은 두 세 채 집이 있는 사람에게 상처를 받지요. 부

모로 인해 상처를 받은 자녀가 얼마나 많아요. 반대로 자식 때문에 상처가

있는 부모도 적지 않습니다.

    
그 옛날 1950년대 충청도 청주 근교 먹뱅이에 부모와 두 아들이 사는 시골

집이 있었습니다. 큰아들이 장가 가서 아이를 낳았는데 딸 딸 딸, 딸만 셋을

낳았습니다. 장손을 보기 원하는 부모님이 걱정이 많습니다. 그런데 웬일예

요? 작은 아들이 결혼을 해서 자식을 낳았는데 아들을 낳았습니다. 그 아들

이 저희 큰 형입니다. 아버지는 결혼하시고 바로 군대 가셔서 엄마 혼자 애

낳으셨습니다. 그 다음 해에 큰댁에서 아들을 기어코 낳으셨어요. 샘나서 난

다고 하잖아요. 그 다음에도 저희 엄니는 또 아들 또 아들을 낳았는데, 큰

댁은 또 딸 또다시 딸,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들을 낳고서야 문닫으셨어요.

큰 댁은 딸 다섯에 아들 둘, 우린 아들만 셋. 그래서 저희 어머니가 큰어머

니께 시집살이를 많이 받으셨어요. 큰엄니도 참 착하신 분인데 그때 당시는

어쩔 수 없으셨지요. 저희 어머니 늘, “큰엄니 이해한다 이해한다.”

정말이지 생각해 보면 큰어머니 상처가 얼마나 크셨겠어요. 이런 일 뿐만이

아니지요. 세상에는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납니다. 내 가정에서도 불행

한 일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 하나님도 상처를 받으신다?

성도는 하나님께도 상처를 받습니다. 아무런 응답이 없을 때, 나름대로 열심

히 믿는데 좋지 않은 일이 마구 생길 때. 따지고 보니 맞지요?

외람되지만 하나님도 상처가 있으실까요? 물론 사람처럼 받는 상처는 아니

시지만, 기뻐하고 슬퍼하기도 하시는 인격체이시기에 상처도 받지 아니하실

까? 사람 만드신 걸 한탄하시고 마음에 근심하셨을 때(창6:6) 혹 상처 아니

셨을까? 당신의 백성들이 잃은 양 한 마리처럼 곁을 떠나갈 때, 패역한 인

생들이 나는 무죄하다 할 때.

예언서에 보면 이스라엘을 향한 하나님의 탄식이 수도 없이 나오지요.

“에브라임아, 내가 어찌 너를 버리겠느냐? 이스라엘아 내가 어찌 너를 원수

의 손에 넘기겠느나? 너를 버리려고 하여도 나의 마음이 허락하지 않는구

나? 너를 불쌍히 여기는 애정이 나의 속에서 불길처럼 강하게 치솟아 오르

는구나”(호11:8-9절, 표준새번역).

당신의 택한 백성 이스라엘이 죄악 중에 이방 나라에 멸망당할 때 하나님께

서 탄식하십니다. 사람으로 하자면 상처를 입으신 것이지요.

    
주님 보세요. 상처가 많으십니다. 군중들에게 모욕과 저주를 받으실 때, 제

자들이 배신하여 도망하며 저주할 때, 마지막 십자가에서 살이 찢겨지고 피

흘리실 때. 마지막 아버지 하나님으로부터 버림받아 죽으시기까지. 예수님의

생애는 상처로 가득했습니다. 또한 독생하신 외아들 성자 예수님이 십자가

에 죽으실 때 성부 아버지 하나님의 마음은 어떠셨을까?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 더 많이 상처받는 법이라면, 하나님은 상처투성이 아니실까?

그러나 그 십자가의 아픔을 받으시면서도 상처가 상처가 되지 않고 오히려

용서와 구원을 이루셨습니다. 그리고 오늘 우리에게, 그 십자가 앞에 나오는

자마다 상처를 싸매 주시고 위로의 은혜를 주십니다.

    
• 이 상처를 어떻게 할까?

때론 목사인 저도 상처를 받을 때가 있습니다. 당연하지요. 어떻게 할까? 사

람을 찾을까? 상처를 덮어 줄 어떤 성도도 없습니다. 그 공허한 마음을 채

워 줄 그 어떤 것도 세상에는 없었습니다.

이 길 밖에 없어요. 새벽 강단, 주님 앞입니다. 하나님을 신뢰하며 그 앞에

내 상처를 가지고 나가는 것입니다. 거기에서 무릎 꿇고 그 상처를 주님께

내보입니다. 내 감정을 강단 바닥에 내려놓습니다. 아니 내팽개쳐 버린다는

표현이 맞겠지요. 점잔빼는 말만 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내 감정에 솔직하

게, 있는 그대로, 때론 그 일에 대해 불평도 하고 그 사람에 대해 마구 퍼붓

기도 합니다. 조금도 남김없이 다 털어 냅니다. 읊조리기도 하고 울부짖기

도, 가슴을 치고 떼굴떼굴 구르기도 합니다. 환자가 의사에게 자신의 병을

노출할 때 치료가 시작되듯, 하나님께 의탁하며 그 상처를 내보여야 합니다.

그리고 주님께 나를 맡깁니다.

“주님, 이 짐을 내려놓고 싶습니다. 치료 받고 싶습니다. 상처에 매인 인생

되기 싫습니다. 떠나 보내게 하소서. 그것조차 사랑할 수 있는 힘을 주소서”

고백하며 주님께 더 가까이 나갑니다.

그리고는 가만히 주님의 십자가를 바라봅니다. 주님의 고난과 상처를 생각

해 봅니다. 주님을 가만히 묵상하면 상처를 토설한 자리에 위로가 자리합니

다. 주의 성령께서 내 연약함을 도우십니다. 조금씩 뽀독한 마음이 누그러듭

니다. 나도 잘못되었음을 느낍니다. 새벽이 밝아 오듯 어두운 마음에 빛이

비추입니다. 저 십자가에 달려 있는 내 상처가 보입니다. 마음에 평안이 옵

니다. 상처 준 사람을 용서하게 되고 불쌍히 여기게도 됩니다. 꽹했던 얼굴

이 펴지고 독기를 품었던 입술에 선한 말이 담깁니다. 십자가 아래는 상한

마음이 치료되는 은혜의 골방입니다. 상처보다 더 큰 치유의 은혜이라.

    
• 상처 입은 치유자들

성경의 위인들은 하나님 앞에서 그 상처를 치유 받고 위대한 일을 행합니

다. 상처를 오히려 은혜로 받은 것이지요. 끝까지 하나님의 섭리(Province)

를 믿었습니다. 헨리 나우웬의 표현대로 ‘상처 입은 치유자’(The Wounded

Healer)들입니다.

“당신들이 나를 이곳에 팔았으므로 근심하지 마소서 한탄하지 마소서 하

나님이 생명을 구원하시려고 나를 당신들 앞서 보내셨나니”(창45:5)

    
혹여 마음에 상처가 있으십니까? 매일 거기에 물을 주며 키우고 사십니까?

항아리를 뒤집어두면 물을 담을 수 없습니다. 돌려놓아야 물을 마음껏 담을

수 있습니다. 하나님의 은혜는 나의 상처를 덮고도 남을 만큼 크십니다.

시멘스(D.A.Seamands)의 책에 ‘외로움의 골짜기’라는 시가 있습니다. 서구

의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자주 부르는 민속 찬송가의 가사라 하는데 함께 보

며 상처를 달래 봅니다.

<외로움의 골짜기>

예수님께서 이 외로움의 골짜기를 걸으셨네

그는 혼자 거기를 걸으셔야만 했네

다른 아무도 대신 걸을 수가 없었네

그는 혼자 거기를 걸으셔야만 했네

    
당신은 당신의 고난의 길을 견디며 가야만 하네

당신 스스로 그것을 감당해야만 하네

아무도 당신을 위해 대신 설 수가 없네

당신 스스로 그것을 감당해야만 하네

    
우리가 외로움의 골짜기를 걸을 때

우리는 그 길을 혼자 걷는 것이 아니라네

그 이유는 하나님이 그의 아들을 보내셔서

우리와 함께 걷게 하시기 때문이라네

우리는 그 길을 혼자 걷는 것이 아니라네

(<상한 감정의 치유> D.A. Seamands. 61쪽에서)

    
“우리에게 있는 대제사장은 우리의 연약함을 이해하지 못하는 초인적인 분

이 아니시다. 그는 스스로 우리의 모든 경험 속에 들어오셔서 자신을 온전

히 우리와 함께 나누시는 분이다”(히4:15, 필립스 번역판)

    
/사랑으로 샘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