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고사축’ 한가위

• 명절 스케치

추석 명절이 시작되는 오늘, 가을비가 촉촉이 내립니다. 올 여름 큰 태풍들로

인해 가을 들녘의 풍요로움은 기대하기 어려울 터이지만, 한가위를 맞이하는

마음들은 포근하고 넉넉하기만 합니다. 벌써부터 고속도로는 밀린다 하니 이

번에도 민족대이동이라는 말을 꽤나 듣겠습니다. 많은 분들이 고향에 돌아가

가족들과 함께 ‘하하호호’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될 것입니다.

참 좋은 명절이지만, 속을 들춰 보면 스트레스가 적지 않습니다. 음식 때문에,

관계 때문에, 결국 돈 때문에. 부모는 부모대로 자식은 자식대로. 특히 여자가

더 심하다 하지요, 오죽하면 명절증후군이라는 신종질환까지 생겼습니다.

주부들에게 물어 보았습니다. “명절에 아내가 열 받을 때는 언제일까요?”

4위는 운전하느라 피곤하다며 꿈쩍도 안하고 잠만 자는 남편(12%)

3위는 명절인데도 친정은 갈 생각조차 하지 않을때'(20%)

2위는 '음식 하느라 바쁜데 고스톱 치면서 술상 봐오라고 시킬 때'(22%)

그리고 대망의 1위는 '시부모님과 함께 내 험담을 하는 남편'입니다(26%).

이런 질문도 있어요. ‘명절 기분 망치는 얄미운 동서나 형님은 누굴일까?’.

39%의 지지를 얻어 압도적 1위를 차지한 건, '은근히 추석 보너스나 연봉을

물어보며 자기 자랑할 때' 입니다. 이어서 '아무것도 모른다며 실수 연발하는

동서'(24%), '시부모님께 애교 부리며 일 안하고 응석 피울 때'(16%)가 각각

2, 3위를, '음식 조금만 하자더니 집에 갈때 남은 음식 다 싸달라고 할 때

'(12%)가 4위를 차지했습니다. 여러분은 어떠십니까? 이 신나는 명절에 말조

심, 몸조심해야 하겠습니다.

• 말을 맛있게 하라

무엇보다 말이 문제이지요. 뭐니 뭐니 해도 모든 문제는 ‘말’에서 시작됩니다.

명절을 행복하게 보내는 가장 중요한 방법, 입을 조심하는 것입니다. 사도 바

울은 골로새 교회에 보내는 편지에서 이렇게 말씀합니다. “너희 말을 항상 은

혜 가운데서 소금으로 맛을 냄과 같이 하라 그리하면 각 사람에게 마땅히 대

답할 것을 알리라” (골4:6, 개역한글)

‘소금으로 맛을 냄과 같이’, 즉 말을 맛있게 하라는 것이지요. 마치 소금처럼.

소금은 맛을 냅니다. 소금이 들어가지 않으면 싱겁습니다. 너무 넘치면 짜서

먹지 못합니다. 적절히 맛을 내는 소금처럼 적절한 말은 인생에 맛을 내는 것

이라. 맛있는 말! 위로와 격려, 용기와 힘을 주는 말입니다. 논리적이고 세련

되게 하진 못해도, 소망의 말을 주는 사람이 있습니다.

(잠25:11) “경우에 합당한 말은 아로새긴 은 쟁반에 금 사과니라”

철학자 마틴 하이데거(Martin Heidegger)는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 했습니

다. 부정적이고 파괴적인 언어를 쓰는 사람은 부실한 집을, 긍정적이고 건설적

인 언어를 쓰는 사람은 튼실한 집을 짓습니다. 우리가 매일 쓰는 말이 인생의

집을 날림으로 세우기도 하고, 비가 오고 홍수가 와도 무너짐이 없는 견고한

집을 만들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성공하는 사람 뒤에는 반드시 ‘성공적인 말’

이 있었습니다. “나는 당신을 믿습니다!”라는 믿음에서 나오는 말이 결국 믿음

직한 남편과 아내와 자녀를 만듭니다.

• 가장 아름다운 말, 미고사축

Family(가정)을 파자(破字)해서 분석해 보면 세 마디로 나눌 수 있다지요.

Fa－m－ily.

Fa는 아빠(Father). 가정에서 아빠는 맨 앞에 계십니다.

m은 엄마(mother). 엄마는 가정에 중심이 됩니다. m이 가운데 있잖아요.

ily 는 사랑해(I love you)의 이니셜입니다. 당신을 사랑하는 곳이라.

즉, 가정(Family)은 아빠(Fa)가 맨 앞에 있고, 엄마(mother)가 중심을 잡아

주어, 서로 사랑하는 곳(I love you) 이라.

몇 년 전 우리 야곱회가 헌신예배때 처음 소개해 준 찬양이지요. ‘미고사축’.

무슨 주문처럼 들리지만, 가정사역연구소 송길원 목사님이 글을 쓰고 김석균

목사님이 작곡을 했습니다.

<미고사축>

1. 위로의 말 한마디 긴장을 풀어 주고 용서의 말 한마디 이유를 가져옵니다

겸손한 말 한마디 존귀 히 여김 받고 교만한 말 한마디 멸망을 가져옵니다

2. 쓰디쓴 말 한마디 증오를 씨 뿌리고 잔인한 말 한마디 영혼을 파괴합니다

격려의 말 한마디 새 소망 심어 주고 지혜의 말 한마디 인격의 향기입니다

3. 무례한 말 한마디 다툼을 일으키고 저주의 말 한마디 축복을 거둬갑니다

사랑의 말 한마디 생명을 불러 오고 생명의 말 한마디 사랑을 키워줍니다

후렴)가장 아름다운 말 미.고.사.축 미안해요. 고마워요. 정말 사랑해요.

그리고 당신을 축복합니다.

미안해요(sorry), 시집와 고생만 하고 불평 없이 지금까지 살아온 당신. 탱탱

하던 피부에 주름살 늘어나는 것이 왠지 모르게 나 때문인 것만 같아. 차마

당신을 똑바로 볼 수 없어 이렇게 마음으로 전합니다. 미안해요.

고마워요(Thank you), 힘들고 어려웠던 시절, 인내와 사랑으로 참아내고 지

금까지 함께 해 준 당신. 당신은 내 삶에 가장 소중하고 고마운 사람입니다.

사랑해요(I love you), 나 하나만 바라보고 살아온 당신, 가는 허리가 굵어지

고 윤기 나던 검은 머리에 서리가 내리니. 사랑합니다 이 말뿐입니다.

그리고 축복합니다(God bless you). 주님과 함께 걷는 그 길을. 나와 함께 걷

는 이 길을, 주님나라 가기까지 함께 할 당신에게 마음의 손을 얹고 축복합니

다.

미국에서 살려면 미국어를 잘 해야 하는 것처럼, 하나님 나라의 삶을 살기 위

해서는 하늘의 언어를 써야 합니다. ‘미안해요 고마워요 사랑해요 축복해요’

이 네 마디 말은 천국의 말입니다. 이 말만 잘 해도, 이번 추석 사랑과 웃음

이 가득한 가정을 이룰 수 있으리라.

• 부부라는 이름으로 행복하게 살기

“여보, 미안해요. 금방 저녁 차릴게요.”

“......”

남편은 아무 대답이 없었다. 그녀는 자기가 늦게 들어와서 남편이 화가 났다

고 생각하고는 얼른 맛있는 저녁을 차려서 남편의 화를 풀어줘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경쾌한 도마질 소리와 찌개 끓는 소리가 부엌을 가득 채우더니 드디

어 맛있는 냄새가 온 집안에 가득해졌다.

“여보, 저녁 다 됐어요. 어서 오세요.”

“......”

“여보 어디 있어요?”

욕실에서 물 흐르는 소리가 들렸다. 남편은 아직도 욕실에 있는 모양이었다.

장난기가 발동한 그녀는 남편을 놀려주고 싶어서 욕실 문을 열어제쳤다. 그러

자 거울 속에 벌겋게 충혈된 남편의 눈물자국이 비치고 있었다.

“여보... 무슨 일 있었어요?”

남편은 그녀를 덥석 끌어안았다. 그리고는 이렇게 말했다.

“미안해. 고마워. 사랑해.”

남편은 자신을 도와주기 위해 광고 책자를 돌리는 아내의 모습을 사람들 틈바

귀에서 보았던 것이다.

“당신 봤구나.”

“......”

“왜 당신이 저한테 미안해요. 오히려 제가 미안하죠. 여보, 미안해요. 고마워

요. 그리고 사랑해요.” 영희씨 부부는 찌개가 다 끓고 있을 때까지 그렇게 서

로를 껴안고 있었다. 김학중, <부부라는 이름으로 행복하게 살기> 중에서

남편들이 평생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미고사축! 아내도 마찬가지이

지요. 이 말은 아무리 낭비해도 괜찮은, 아니 낭비하면 할수록 좋은 말입니다.

우리가 평생을 살면서 이 말만 아끼지 않는다면, 세상에 행복하지 않은 부부

란 없을 것입니다. 이번 명절에 괜한 다툼은 하지 마시고 미고사축 하십시오.

Happy 추석!

/사랑으로 샘물

(2012,0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