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함의 영성

    
• 약할 때 강하다

무슨 말인가? 약할 때 강하다니. 강해지지 말란 말인가? 이 생존경쟁 사회

에서? 약한 자의 변명 아닌가?

예. 사람은 강해지고 싶습니다.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다! 이 시대 법칙이요

진리입니다. 강하지 않고 연약하면 잡아 먹히는 정글을 살고 있습니다. 동물

들이 싸울 때 보면 재미있는 폼을 재지요. 자기 몸을 부풀려서 크게 만듭니

다. 암탉이 깃털을 있는 대로 고추 세우고, 코브라도 평소 가늘던 목 주변이

넓어집니다. 몸을 크게 해서 강하게 보이려는 것이지요.

사람도 다르지 않습니다. 요즘은 사회적 지위를 과장하는 직함이 유행입니

다. 직장에 들어간지 얼마 안되었는데 명함에 어느새 부장 과장으로. 저명한

교수나 의사들도 이력을 과대 포장 하는 걸 보지요. 한 줄 더 쓰는 것이 강

한 것을 나타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성경은 오히려 약해지라고 권면하지요.

“내가 약한 그 때에 강함이라”(고후12:10)

호가호위(狐假虎威) 라는 고사성어가 있습니다. 여우가 호랑이의 위엄을 빌

린다는 뜻이지요. 중국 전국시대, 여차여차한 이유로 여우가 앞서고 호랑이

가 그 뒤를 호위하며 따르게 되었습니다. 숲 속의 짐승들이 여우를 보자 꼬

리를 내립니다. 그 무섭던 늑대 승냥이 삭괭이들도 여우를 보고는 기겁을

하고 엎드립니다. 누구 때문예요? 호랑이 때문이지요. 여우는 숲 속의 맹수

들을 이길 힘이 없습니다. 호랑이에게 힘이 있습니다. 여우가 호랑이와 함께

하니, 그는 약하지만 강한 동물이 될 수 있었습니다. 이 말은 권력자를 등에

업고 날뛸 때 비유로 사용됩니다. 좋은 의미로는, 내가 약해도 뒤에 든든한

힘이 있으면 담대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어린 곰이 나오는 통쾌한 영상이 있지요. 표범에게 쫓기던 어린 곰, 이제 잡

혀서 표범의 한 끼 식사꺼리가 될 것입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시냇가에서

포효 하지요. 어미가 뒤에 나타난 것입니다. 어디서 그 힘과 용기가 나왔는

지, 표범에게 어린 곰이 맞섭니다. 만약 어린 곰이, 여우가 ‘내 힘이네, 내

능력임네’ 해서 어미 곰이나 호랑이를 멀리 한다면 금방 화를 당할 것입니

다.

    
• 약함의 사람들

우리 인생은 언제 강한가? 하나님께서 함께 하실 때입니다. 내게 있는 이

힘이 어디에서, 누구에게서 오는 것인가? 하나님입니다. 문제는 이것을 깨닫

는 것은 강할 때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연약할 때입니다. 우리 실제 경험하

지요. 어린 자녀가 고통 받을 때, 차가운 병원 복도 바닥에 주저앉았을 때,

인생의 높은 벽 앞에 힘없이 연약해 졌을 때, 그 순간만큼 하나님을 찾은

적이 없지요. 그때만큼 하나님을 가까이, 더 실제적으로 느껴진 적이 없었

을 것입니다. 사람은 생각보다 훨씬 교활하고 교묘합니다. 팔자가 좋을 때는

깨닫지 못해요. 팔자가 사나와지고 인생이 어둑어둑해 져야 하나님을 찾습

니다. 어디 멀리 갈 것 없지요. 우리 교회 50년 역사를 돌아보면 정확할 것

입니다. 목사가 ‘내 강하다’ 할 때 은혜가 떨어졌습니다. 성도들이 ‘내가 옳

다’ 목소리 높일수록 휘청휘청 했을 것입니다.

돌아가신 온누리 교회 하용조 목사님. 당뇨 30년, 간암 수술 7번. 65년을

약하디 약하게 살아오신 고인이 이런 말을 하십니다. “내가 아플 때마다 교

회가 성장했다. 고통스러울 때마다 영적인 충만을 경험한다. 병을 통해 하나

님의 은혜를 깨닫고, 아픈 사람에 대한 주님의 마음을 알게 되었다.”

<은혜가 더 크다> 책의 저자 Kyle Idleman 도 말합니다. “나의 철저한 무력

함이 하나님의 온전한 능력과 임재를 경험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전제 조

건이었던 것이다”(은혜가 더 크다, 197쪽).

    
하나님은 우리 연약함에 관심이 많으십니다. 내 강한 힘과 재능에는 별 관

심이 없으신 듯. 오히려 약하디 약한 순간을 찾으십니다. 그때에야 우리가

하나님을 찾기 때문이겠지요. 그때에야 겸손히 하나님을 의지하고 하나님을

붙들기 때문이겠지요. 약함은 하나님 능력과 은혜를 경험케 하는 도구이라.

“When we work, we work. When we pray, God works.” (우리가 일하면

우리가 일하는 것이지만, 우리가 기도하면 하나님이 일하신다)

그래서 하나님은 애굽 왕궁의 모세가 아니라 광야의 모세를 부르셨습니다.

강하고 강한 여리고 성에서는 이겼지만, 가장 약한 성 아이성은 패배합니다.

삼손이 강할 때는 실패의 연속이었지만, 딱 한 번 승리했으니 마지막 가장

연약해 졌을 때 블레셋 다곤 신전을 무너뜨립니다. 하나님은 이스라엘이 미

디안을 맞설 때 32000명의 강성한 대군을 물리시고 기드온의 연약한 300용

사로 승리케 하십니다.

    
약할 때 강하다는 역설은 사도 바울을 빼고는 설명할 수 없지요. 그에게 가

시의 고통은 은혜가 들어오는 통로였습니다. “나의 여러 약한 것들에 대하

여 자랑하리니 이는 그리스도의 능력이 내게 머물게 하려 함이라”(고후

12:9). 그래서 고백합니다. 약할 때 강하다! 그의 능력이 세상 이력에서 나

오는 것이 아니라 약한 부분 때문에 온 것이라. 그 가시 때문에 교만할 수

없고 겸손해야 합니다. 그 가시 때문에 목소리 높이지 못하고 무릎 꿇어야

합니다. 그 가시 때문에 하나님만 의지해야 합니다. 그 가시가 하나님 은혜

와 능력을 전달해 주는 축복의 통로이라. 이게 기도 응답이었습니다.

    
• 약함의 영성

그러므로 먼저 약해지십시오. 힘을 갖지 말라는 뜻이 아닙니다. 그건 실패한

자의 핑계에 불과합니다. 성도 또한 이 땅에서 낙오되지 않기 위해 열심히

준비하고 노력해야 합니다. 정글에서는 약한 것이 강한 것의 먹이가 됩니다.

그래서 백 년 전 우리가 일본에게 먹혔고, 지금도 강대국에 의해 한반도 운

명이 좌지우지 되고 있습니다. 단지, 내가 연약한 존재임을 늘 인정하는 것

입니다. 내가 갖고 있는 힘은 그것이 크던 작던 본디 내 것이 아닙니다. 하

나님께로부터 나온 것입니다. 하나님 은혜입니다. 그렇게 나는 연약하기에

강하신 하나님을 붙듭니다. 능력의 주님을 의지합니다. 겸손해 질 수 밖에

없습니다. 우리 연약한 곳은 그리스도의 능력이 머무는 장막 터입니다.

“내가 연약할수록 더욱 귀히 여기사, 우리들은 약하나 예수 권세 많도다, 날

사랑하심”(563장).

    
에베레스트 산을 등정하는 영상을 본 적이 있습니다. 베이스 캠프를 치는데

1,2,3,4... 특히 텐트칠 때 어려움이 많습니다. 다 바위로 되어 있어 못 박을

자리를 찾지 못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면 빈 곳이 있다지요.

연약한 곳입니다. 그 곳에 망치를 칠 때 못이 박히고 장막이 쳐집니다. 내

연약한 부분은 바로 그런 자리 아닐까? 연약한 그 곳, 그 부분에 하나님은

임하십니다. 능력의 천막을 치십니다. 은혜의 장막이 세워집니다.

    
스캇 솔즈 <리더의 눈물>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부제가 눈에 크게 들어옵니

다. ‘약함의 영성, 하나님을 힘입다’. From Weakness To Strength. 그 책은

이렇게 소개하며 시작합니다. “약함에도 ‘불구하고’가 아니라 약함 ‘ 때문에’

온전한 리더로 세워진다”. 묘하게도 거의 똑같은 고백이 카일 아이들만 책

에도 나옵니다. “약함에 대한 내 생각은 예전과 크게 달라졌다. 과거에는 하

나님이 우리의 약함에도 ‘불구하고’ 역사하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생각할

수록 그게 아니었다. 하나님은 우리가 약한데도 ‘불구하고’ 능력을 드러내시

는 게 아니라 오히려 우리 약함을 ‘통해’ 능력을 나타내신다.” <나의 끝 예

수의 시작> 204쪽.

    
• 연약하신 예수님과 십자가

연약함의 대표는 다름 아닌 예수님이시지요. 예수님은 한없이 약하셨습니다.

가난한 말구유, 형편없는 가문, 병든 자 여인들 세리 죄인들과 함께 하셨습

니다. 무엇보다 십자가는 약함과 어리석음의 표상입니다. 실로 십자가의 도

는 미련한 것입니다. 그러나 그 십자가를 통해 인류구원의 위대한 역사를

이루셨습니다.

    
우리에게도 약한 부분이 있습니다. 제게도 연약한 부분이 여러 곳 있는 것

을 여러분들께서 아십니다. 좋게 표현하면 십자가인데 사실은 가시입니다.

그것 때문에 이렇게 이 자리에 불려 오신 분들 많잖아요. 그것 때문에 고개

숙이는 분들 있잖아요. 가시가 없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단지 내 가시

가 가장 큰 것이라 생각하며 살 뿐입니다.

때론 몸에 중병이, 혹은 신체적인 장애가 나를 찌르는 가시입니다. 때론 인

생에 모진 그 사건이 내 평생에 가시가 되어 있습니다. 때론 가정에 식구가,

그 사람이 가시가 될 때도 있습니다. 남편이 가시이고 자식이 가시입니다.

불행한 가정이, 학력이나 성격이나 외모가, 닫혀진 인생문이 가시로 자리해

있는 분도 있습니다. 나는 그 가시 때문에 늘 괴롭습니다. 고통스런 환경이

나를 짓누릅니다. 원망이 가득합니다. 그거 아니면 훨훨 날아가겠는데, 그

부분에만 오면 축 쳐지게 하는, 그 고삐가 나를 잡아매고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냥 평생 원망이나 하며 불행하게 여기며 살까요? 아니요.

그럴 수 없습니다. 이겨내야지요. 주저앉아 있으면 안되지요. 날아야지요.

그게 복음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의 능력입니다. 하나님 앞에 가

지고 나오는 것입니다. 주께서 받아 주십니다. 위로해 주시고 새 힘을 주십

니다. 약한 것조차 감사의 조건으로 만들어 주십니다. 그래서 끝내는 내 은

혜가 내게 족하다 고백하게 하십니다.

    
/사랑으로 샘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