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 이후

-사경회 마치고

• 사경회

지난 한 주간 우리는 봄 신앙 사경회를 가졌습니다. 삼일동안 다섯 번의 집

회였지요. <생명나무 신앙>으로 시작해서 <축복의 공식>, <하나님의 지팡

이>를 거쳐 <전도, 하면된다>에 이르기까지, 강사 목사님을 통해 큰 은혜를

받았습니다. 시간마다 많은 성도들이 참여하셨고 아멘 소리가 온 교회에 메

아리쳤습니다. 담임목사로서 이 천국의 잔치에 함께 하신 모든 분들, 그리고

기도로 찬양으로 봉사하며 헌금하며 수고하신 분들께 감사의 말씀 드립니

다.

    
이제 사경회가 끝났습니다. 은혜를 받았지만 한편으론 큰 숙제를 받은 듯싶

습니다. “은혜의 물결을 계속 이어가라!”. 사경회때 은혜 받는 것도 중요하

지만 사경회 이후 그 은혜의 불길을 계속 지펴 가는 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많은 경우, 사경회 분위기가 한 달을 넘기지 못하더군요. 그날 뜨거웠던 신

앙이 ‘그날 이후’ 금방 사그라지는 것입니다. “한 달에 한 번씩 사경회를 열

면 되겠네요?”

    
성경에 3대 부흥회가 있습니다. 부흥회 이후를 주목해서 돌아보았습니다. 첫

째 사무엘 시대 <미스바 성회>입니다(삼상7장). 기도를 통해 회개의 역사가

일어났지요. 이후에 어떻게 되었을까? 이스라엘 지경이 회복되고 이방민족

과 평화를 이룹니다. “이스라엘과 아모리 사람 사이에 평화가 있었더라”(삼

상7:14). 둘째 느헤미야 시대에도 큰 집회가 열렸으니 <수문앞 광장의 성

회>입니다(느8장). 백성들이 은혜 받고는, 학사 에스라에게 율법을 듣고 그

말씀에 순종해서 초막절을 지킵니다. 놀라운 것은 모세 이후로 처음 지키는

초막절이었다고 전합니다(느8:17). 그리고 신약에 오면 오순절 <마가 다락

방 부흥회>입니다(행2장). 주께서 승천하신 후 120문도가 함께 모여 기도함

으로 성령께서 임하셨습니다. 이후에 사도들이 말씀을 전하자 백성들은 마

음에 찔려 회개합니다. 모이기에 힘써 교회가 부흥하게 되었습니다. “주께서

구원 받는 사람을 날마다 더하게 하시니라”(행2:47).

    
• 은혜를 쏟지 말라

친구 목사로부터 이런 웃지 못 할 이야기를 들었어요. 오래 전 서울 서대문

구 어느 큰 교회에 부목사로 시무할 때 부흥회를 했답니다. 할렐루야 아멘,

눈물 콧물 수많은 교인들이 은혜를 많이 받았다지요. 문제는 마지막 날 집

회가 끝나고 이었습니다. 교회 마당에서 서로 차를 먼저 빼려 하다가 뒤엉

켜져 아수라장이 되었습니다. ‘빨리 차 빼라’, ‘앞 차가 빼야 빼지’, ‘내가 먼

저 가겠다’, ‘아니 내가 먼저 왔는데 왜 그러느냐?’ 앞으로 쿵 뒤로 쿵, 고성

에 험한 말에 욕설까지. 저들은 집회시간에 받은 은혜를 한 시간이 못되어

다 쏟은 것입니다.

    
큰 집회가 끝나면 으례껏 예배가 뜨거워지고 교회 분위기가 활기를 띠게 됩

니다. 구석구석에서 열심을 품고 헌신하는 이들도 보입니다. 성도들의 얼굴

이 밝아지는가 하면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영적인 자신감도 생깁니다. 문제

는 이런 영적 분위기를 어떻게 지속적이고 풍성하게 발전시킬 수 있을까요?

    
그래서입니다. 그 뜨거움을 계속 이어가는 일입니다. 더욱 말씀에 귀 기울이

고 그 말씀에 순종하여 은혜의 열매를 맺는 것입니다. 집회기간 중의 흥분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열매이겠지요. 아무리 아멘 하늘의 음성을 듣고 두 손

들고 결단했다 할지라도, 그 말씀을 기억하며 순종하고 실천하는 데로 가지

아니하면 잎만 무성한 무화과나무가 될 뿐입니다. 그게 진짜 어려운 우리의

싸움입니다.

    
어떤 선교사가 전하는 이야기입니다. 인디언 마을 추장이 생일을 맞았습니

다. 마을 사람들이 모여 생일잔치를 할 줄 알았는데 하지 않습니다. 추장에

게 물었다고 합니다. “오늘이 추장님 생일인데 왜 잔치를 하지 않습니까?”

추장이 대답합니다. “왜 생일잔치를 합니까? 나이를 먹는 것이 무슨 특별한

일인가요? 나이는 그냥 저절로 드는 것입니다.” 선교사가 머쓱해져서 다시

물었습니다. “그러면, 언제 축하를 하는 것입니까?” 그랬더니 추장이 답했습

니다. “더 나아질 때 축하하는 것입니다. 지난해보다 올해가 더 나아지고 새

로워지고, 현명한 사람이 되었으면 그때 축하하는 것입니다.”

예, 더 나아질 때 축하하는 것입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변화, 삶이 더 나아

지는 것이지요. 말씀 따라 순종하여 내 삶을 고치고, 성도로서 거룩함을 발

하여 생명을 구원하는 열매를 맺는 일입니다.

    
• 그 날 이후

오스카 와일드가 쓴 <그 날 이후>라는 글이 있습니다. 예수께서 이 땅에 계

실 때 은혜 베푼 자들이 어떻게 살고 있을까 궁금하셨습니다. 그러실 수 있

겠지요. 그래서 지상에 다시 오셔서 저들을 만나십니다.

예수님이 한 술주정꾼을 만났습니다. 피골이 상접하여 손발을 심히 떨며 거

의 폐인이 되었습니다. 예수님이 가까이 가사 어깨에 두 손을 얹으며 물으

십니다. “형제여 어떻게 이 지경이 되었소?” 그러자 그가 예수님을 빤히 보

더니 “아 바로 나를 고쳐 준 당신이군요. 내가 절름발이였을 때 당신이 건

강한 다리로 고쳐 주셨지요. 절름발이 때는 구걸하며 살아도 부끄럽지 않고

그런대로 살아갔는데 그러나 이제 두 발로 뛰면서는 얻어먹을 수도 없고 마

음에 맞는 직장은 없어서 이리저리 방황하다가 이처럼 되고 말았습니다.”하

고는 깊은 한숨을 쉽니다.  

예수께서 다시 한 여인을 만납니다. 몸을 파는 여인으로 뭇 남성들의 희롱

속에 묻혀 있습니다. “자매님, 어쩌다 이리 되고 말았소?” “아 예수님, 제가

바로 그 귀신들렸던 여인입니다. 그때 저를 새 사람으로 만들어 주셨습니다.

그런데 귀신들려 있을 때는 행복과 불행을 전혀 모르고 살았었는데, 제 정

신으로 돌아왔더니 아무런 행복이 없었습니다. 희망과 미래가 없었습니다.

더 고독해졌어요. 그러다가 이렇게 깊은 악의 구렁텅이에 빠지게 되었습니

다.”신세타령이 끝이 없습니다.  

다시 예수님이 깊은 상념 속에 갈릴리로 가셨습니다. 그곳에서 한 불량자가

선창가에서 피투성이가 되어 싸우고 있는 광경을 목격합니다. “이보게 청년,

대낮에 이게 무슨 짓인가?” “아 예수님 아니십니까? 저는 바로 소경이었던

자입니다. 그때 진흙을 발라 내 눈을 뜨게 해 주셨지요. 그 때는 정말로 기

뻤고 온 세상이 다 내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정작 눈을 뜨고 나서 세상 돌

아가는 꼴을 보니 차마 눈뜨고 볼 수 있어야죠. 차라리 소경으로 있을 걸

하고 후회도 되었답니다. 결국 화풀이를 하다 보니 이렇게 되어 버렸습니

다.”

    
• 불을 이어가라

예. 그날 이후가 중요합니다. 병원에서 퇴원한 이후, 시험에 합격한 이후,

좋은 일 혹은 힘든 일이 있은 이후, 구원 받은 이후, 은혜 받은 이후. 받은

은혜가 차고 넘쳐도 삶의 변화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그 은혜의 불은 사그라

질 것입니다. 주님과 동행하며 말씀과 기도 가운데 깨어서 주님이 나에게

주신 은혜를 삶에 잘 적용하며 살아가는 것입니다.

주일 예배를 비롯해 모든 공예배를 통해 은혜의 불을 이어가라.

함께 모여 서로 손잡고 뜨겁게 기도하면서 성령의 불을 이어가라.

복음을 전하며 영혼 구원하는 일에 열심 냄으로 전도의 불을 이어가라.

    
“...불은 끊이지 않고 단 위에 피워 꺼지지 않게 할지니라”(레6:13절)

    
/사랑으로 샘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