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 내 이야기

    
• 난감한 고난주일

오늘 사순절의 마지막 고난주일을 맞았습니다. 이제 부활주일까지 고난주간

이 이어집니다. 해마다 이때가 되면 설교가 난감합니다. 이번 주는 십자가,

다음 주는 부활. 순서를 따라 주제가 이미 정해져 있기 때문입니다. 마치 오

래 전에 설교한 것을 재탕 삼탕할 때의 기분, 너무나 뻔한(?) 말씀, 새로움

이 덜하다는 것이지요. 벌써부터 부활절 연합예배 포스터도 걸려 있습니다.

다음 주일에 분명히 주께서 부활하실 것이고, 부활주일을 맞을 것이기 때문

에, 오늘 십자가 죽음에 대한 말씀을 심각하게 설교하기란 애초에 그른 것

입니다. 그러나 십자가와 부활이 새롭지 않은 것은, 같은 내용을 반복해서가

아닙니다. 남의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내 이야기라면, 내가 다시 살아난

이야기라고 믿는다면 백 번을 말해도 새롭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아빠랑 대화할 때 참 시큰둥해 하는 경우가 몇 가지 있습니

다. 첫째는 아빠 군대 이야기입니다. “백암산 철책에서 북한군 바라보며 근

무했다, 대대장과 탁구 쳐서 포상휴가증 타서 애인이 신발 거꾸로 신어서

고민하는 졸따구 휴가 보냈다. 사단 신문에 미담사례로 났었다”. 한 번 더

들으면 천 번인 이야기입니다.

또 한 가지는 명절 때 고향 청주에 가서 입니다. 아빠 어릴 때 시골에서 살

던 이야기. “여기가 먹뱅이 너네 증조할아버지하고 할아버지하고 사시던 곳

이다, 석교초등학교 이 느티나무 아래서 공차고, 할머니하고 아빠하고 나물

캐던 곳이고, 어쩌고저쩌고.”

저는 눈이 반짝입니다. 그러면, “아빠 그래서요 군대에서 축구한 이야기 더

해줘요. 여기가 그 유명한 먹뱅이에요? 할머니랑 무슨 나물 캤어요?”

이럴 것 같지만, 아니요. 아무도 안듣습니다. 아주 어릴땐 좀 들었는데, 이

젠 아내까지도 거듭니다. “언제 끝나요?”.

저는 수백 번 했던 이야기이지만 새롭습니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30년,

50년 전으로 거슬러 갑니다. 아직도 엄마랑 나물 캐고 축구하고 북한군과

대치하고. 왜요? 내가 겪고 내가 경험했던 사건이기 때문입니다. 한 치만 건

너 자식이라도, 아빠의 이야기는 감동이 없습니다. 내가 경험한 사건이 아니

기 때문입니다.

    
• 십자가, 나의 이야기

오늘 십자가와 부활도 그리할까? 오래 전 이야기, 남의 이야기, 성경에 나오

는 사건, 봄이 되면 벚꽃과 함께 연례적으로 찾아오는 절기, 또 듣는 그 말

씀. 그러나 예수 그리스도와 십자가는 과거가 아니라 오늘의 이야기인 줄

믿습니다.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오늘 내 이야기입니다. 주께서 죽으심은 2

천 년 전 유대인들만이 아니라, 오늘 죽어가는 모든 생명들을 위함입니다.

그 죽음에서 부활하신 예수님 사건은, 오늘 대한민국 원주 봉산동 영락교회

에서 예배하는 나를 위한 사건입니다.

왜냐하면 우리 또한 죄와 사망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인생이기 때문입니

다. 우리 또한 죽음 앞에서 절망하며 갈 바를 알지 못하는 인생들이기 때문

입니다. 어디에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는 나그네들이요, 아침에

피었다 저녁에 지는 꽃과 같은 인생들입니다. 날마다 참 평안이 없어 공허

하고 빈 마음으로 살아 갑니다.

(롬5:12)“...이와 같이 모든 사람이 죄를 지었으므로 사망이 모든 사람에게

이르렀느니라”

    
어디에 길이 있는가? 죽으면 끝인가? 어떻게 하면 죄와 사망 권세를 이길

수 있는가? 이 문제를 스스로 해결 할 수 있는 사람은 예수 믿을 이유 없겠

지요. 인생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어떤 철학도 과학도 이 문제에

답을 주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성경이 답을 줍니다. 그래서 하나님이 사람

되사 이 땅에 오셨다고, 그가 구원자라고, 주께서 우리 위해 죽으심으로 죄

와 사망에서 구원과 생명을 얻었다고.

(롬5;21)“이는 죄가 사망 안에서 왕 노릇 한 것 같이 은혜도 또한 의로 말미

암아 왕 노릇하여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영생에 이르게 하려

함이라”

    
• 십자가 비유

리처드 범브란트 목사. <하나님의 지하운동>을 쓰셨지요. 그 책에 이런 사

건이 나와요. 두 형제가 살았는데 형은 참 착한 아들인데 동생은 좀 난폭했

습니다. 형이 동생에게 "애야, 너 그런 식으로 살면 나중에 무슨 짓을 할지

모르니까 빨리 마음을 고쳐먹고 바로 살자". 동생은 형의 말을 듣지 않았습

니다. 점점 더 악해졌습니다. 어느 날 밤에 후닥닥하고 문을 열고 들어오는

소리가 납니다. 형이 놀라서 보니 동생이 옷에 피가 낭자하게 묻어 있고 눈

이 뒤집혀 들어오는 것입니다. 동생이 형을 붙잡고는 “형님, 나를 좀 살려

주세요. 내가 사람을 죽였어요. 경찰관이 나를 따라오고 있어요. 숨겨 주세

요. 나 죽어요”.

그때 형님이 잠깐 생각을 하더니, “야, 옷 좀 벗어”. 제정신이 아닌 동생이

피묻은 옷을 훌렁 벗었습니다. 형은 자기 옷을 벗어 동생에게 입혔습니다.

피묻은 옷을 형이 입었습니다. 그리고 동생은 피했습니다. 경찰관이 들이 닥

쳤습니다. 물으나마나 피묻은 옷을 입은 자를 끌고 갔습니다. 누구에요? 형.

재판에 회부되고 사형언도를 받습니다. 그리고 형이 죽습니다. 누가 살았어

요? 동생이.

형이 사형 집행 되는 그날 마지막으로 간수가 찾아와서 소원이 뭐냐고 물었

습니다. 형이 조그마한 종이쪽 한 장을 간수에게 건네주며 이걸 꼭 내 동생

에게 전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는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습니다. 편지를

전해 받은 동생이 읽었습니다.

"사랑하는 동생아, 나는 너를 위하여 이렇게 죽는다는 것이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다. 나는 네가 사람을 죽이느라고 피 묻은 옷을 입고 죽지만 너는 부

디 내가 네게 준 흰옷을 입고 제발 착하게 살아주었으면 좋겠다. 그렇다면

먼저 죽는 형이 절대로 아쉽지 않겠다."

그 후 동생은 형이 입혀준 그 옷을 입고 살았습니다. 옛날에 함께 깡패 짓

을 하며 살던 친구들이 찾아와서 "너 뭐 그렇게 쩨쩨하게 그러냐. 우리 한탕

하자" 말할 때마다 "아니야. 나는 내 형의 옷을 입고 있어. 나는 절대 그럴

수가 없어."

    
우리가 그런 존재입니다. 나를 위해 대신 죽으신 그 분으로 인해 새로운 생

명을 얻었습니다. 당신은 이것을 믿으십니까? 이 고백이 분명하십니까?

    
/사랑으로 샘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