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이후를 살고 계십니까?

  
• 다시 새겨 보는 부활절

오늘은 부활후 두 번 째 주일입니다. 우리는 지난 주일 부활하신 주님을 기

뻐하며 예배했지요. 십자가가 귀하지만 십자가 신앙에서 머물러 있지 말고

부활 신앙으로 나가자는 말씀을 나누었습니다. 1부는 찬양예배로, 2부는 부

활절 칸타타로 온 성도들이 부활을 노래하며 축하했습니다. 교회학교는 즐

거운 프로그램, 가족찬양제로 신나는 축제시간을 가졌습니다.

사도행전에 보면 예수님 부활 이후 엄청난 변화들이 있었습니다. 성령체험

을 하고 교회가 세워져서 하루에도 3천명씩 회개하고 세례를 받습니다. 무

엇보다 가장 큰 변화는 제자들이지요. 십자가 사건이후 두려워 숨어 있던

겁쟁이들이었습니다. 엠마오로 가던 제자나 도마처럼 부활을 의심했기 때문

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목에 칼이 들어오는 위험을 무릅쓰고 로마 심장부까

지 들어가 복음의 증인들이 됩니다. 예수님을 저주까지 하던 베드로는 십자

가에 거꾸로 매달려 순교했다고도 전합니다. 왜요? 부활하신 주님을 만났기

때문입니다. 나도 죽으면 다시 산다는 부활의 확신, 저 천국에 대한 소망이

너무나 분명했기 때문입니다.   

<빌라도 보고서>라는 책이 있습니다. 벨레루스 파테르쿠러스 라는 예수님

당시 로마 사가(史家)가 쓴 보고서로, 원제목은 <예수의 체포와 심문 및 처

형에 관하여 가이사에게 보내는 빌라도의 보고서>입니다. 그러니까 로마 황

제 티베리우스에게 보낸 빌라도 총독의 보고서입니다. 이스탄불 성 소피아

사원에 소장되어 있습니다. 거기에는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이번 사건에 대해 저는 다음과 같은 결론을 지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는 물을 포도주로 만들었고 바다의 폭풍을 멈추게 했습니다. 그는 죄를 범

했거나 법을 어기지 않았으며 잘못한 것 때문에 비난을 산적이 없습니다.

저는 진실로 예수는 하나님의 아들이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이것은 사실

대로 기록한 것입니다. 각하의 건승을 빕니다. 저는 각하의 가장 충실한 신

하입니다.” -본디오 빌라도

    
예. 진실은 다 드러나지요. 거짓은 오래 가지 못합니다. 잠시 동안은 속일

수 있어도 한 세대를 넘지 못하고 백년을 가는 거짓말이 없습니다. 예수 그

리스도의 죽으심과 부활에 기초한 복음은 2천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수많

은 영혼들이 믿고 인류 역사를 바꿔 놓았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사건이

사실이요 진실이었음을 증명하고 있는 것입니다.

    
• Low Sunday

그리고 오늘, 부활후 두 번 째 주일을 맞았습니다. 부활절이 한 주간 밖에

지나지 않았다는 뜻이지요. 교회력은 부활주일부터 성령강림절(6월9일)까지

50일간을 부활의 절기(Eastertide)라 부릅니다. 그러니까 여전히 부활의 계

절인 것입니다. 그런데 너무 빨리 부활의 감격이 사라진 건 아닌지요. 부활

의 고백, 부활의 감사, 부활의 찬미. 부활절 플래카드가 떨어진 자리가 너무

공허합니다. 부활의 찬송을 부르는 것이 철 지난 성탄카드처럼 어색하기만

합니다.

    
성경에도 결정적인 사건이 오랜 영향력을 미치지 못할 때가 있었습니다. (출

12장)이스라엘이 홍해를 건넌 사건은 평생 잊을 수 없는 위대한 사건이었지

요. 그런데 그 감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스라엘은 광야 길로 인해 불평하

며 애굽으로 돌아가자고까지 합니다. (왕상18장)갈멜산에서 벌어졌던 엘리야

와 바알 선지자들 간의 싸움은 대단하지요. 일대백을 넘어 1대850의 대결에

서 하늘의 불이 임해 승리합니다. 이 정도면 아합왕을 비롯해 모든 사람들

이 하나님께 돌아와 엎드려야 했겠지요. 그러나 이 일 후에 아합과 이세벨

은 더욱 강력하게 핍박하고 엘리야는 낙심해서 도망하다 로뎀나무 아래 죽

기를 간청합니다.

    
우리에게 부활절이 이러할까 두렵습니다. 부활의 절기가 엊그제인데도 여전

히 문을 닫고 있는 것은 아닌가? 무덤가를 헤매고 있는 것은 아닌가? 엠마

오로 가는 제자들처럼 절망과 근심의 길을 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도마처

럼 보고 만져 보지 못했으니 믿지 못하겠다는 것은 아닌가?

그래서일까요, 외국에선 부활절 두 번째 주일을 Low Sunday라 부른다고 해

요. 낮은 일요일? ‘차분한 일요일’로 번역해 보았어요. 한 주일 전에 비해

너무나 차분한 일요일. 혹은 ‘가라앉은 일요일’이라고도 해석됩니다. 착 가

라 앉은 분위기. “지난 주일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데?” 부활의 성도라 하면

서 갈릴리로, 땅끝으로 가지 못하고 여전히 골고다에서 주님 십자가만 매만

지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부활도 중요하지만 ‘부활이후’ 어떻게 살아야 하는

가가 중요합니다.

    
• 나사로의 웃음

<나사로는 웃었다>는 소설이 있습니다. 노벨상을 받은 극작가 유진 오닐이

쓴 희곡인데,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 나사로가 그 이후에 어떻게 살았을까?

하는 재미있는 상상력이 담겨 있습니다. 천국에 갔다 온 나사로의 가치관과

인생관은 180도 달라졌습니다. 그의 변한 모습은 먼저 돈을 보는 태도에서

나타났습니다. 전에는 돈 많은 부자를 보면 부러워했는데, 이제는 먹고 사는

데 부족함이 없으면 만족하고 감사했습니다. 오히려 치사한 돈에 대해서는

미소, 웃음을 지었습니다. 두 번째 변화는, 세상 권세자를 보는 태도였습니

다. 로마 황제의 장엄한 행차를 보면서도 담담한 표정을 짓습니다. 오히려

천년만년 권세를 누리고 살 것 같은 황제를 보고는 미소, 웃음을 짓습니다.

세 번째 변화는, 죽음을 만났을 때 두드러지게 나타났습니다. 그는 신앙때문

에 황제 앞에 끌려갔지만 아주 평안한 얼굴로 웃음을 지으며 죽음을 받아들

였습니다. 결국 나사로는 사람들이 바라는 돈과 권력, 그리고 가장 두려워하

는 죽음의 문제를 모두 웃음으로 이겨냈다는 이야기입니다.

    
무엇이 나사로를 그렇게 만들 수 있었을까?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 부활을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죽은 후에 가는 영광스러운 세계를 바라보았기 때문

입니다. 소설 중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나사로는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

았다”. 부활에 대한 믿음은 삶을 바꾸어 놓는 위대한 사건이 아닐 수 없습

니다.

부활이후의 삶, 당신은 그 위대한 여정을 살고 계십니까?

    
/사랑으로 샘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