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관계다(2)

    
• 관계의 문제

우리가 예수를 믿는 순간부터 신앙생활이 시작되지요. 그런데 신앙생활은

결코 혼자 할 수 없습니다. 공동체로 존재합니다. “나 혼자 예수 믿으면 되

지? 혹은 조용히 교회만 다니지 복잡하게 다른 사람과 어울려?” 그러나 포

도나무이신 주님께 혼자만 붙어 있는 가지는 없습니다. 다른 가지와 함께

있습니다. 사도 바울은 몸과 지체로 표현합니다. “너희는 그리스도의 몸이요

지체의 각 부분이라”(고전12:27)

교회생활에서 중요한 것은 관계(relationship)입니다. 관계 맺는 일에 실패하

면 우리 신앙이 흔들립니다. 먼저는 하나님과의 관계이지요. 창조주와 피조

물의 관계, 몸과 지체, 주인과 종, 구원자와 죄인, 목자와 양, 왕과 백성, 아

버지와 자녀. 이 관계가 분명한가? 예배를 통해, 말씀과 기도를 통해, 거룩

과 경건을 통해 이 하나님과의 관계를 분명히 하는 것, 신앙생활의 기초입

니다.

그런데 그게 전부가 아니에요. 사람과의 관계가 중요합니다. 목회자와 관계,

성도들간의 관계, 이걸 가볍게 생각하면 안되지요. 이 관계가 틀어지면 교회

오기 싫어지고 사탄이 틈을 탑니다.

주변에 아프리카나 동남아 오지에서 고생하는 선교사들이 계십니다. 정말이

지 아골 골짝 빈들에도 복음 들고 가신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힘든 일

은 무엇일까요. 언어? 자녀교육? 다름 아닌 동료 선교사들끼리 사랑하는 것

이라는 고백을 듣습니다. 그만큼 가까운 공동체 안에서 서로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일은 어렵습니다. 에덴동산 이래 친밀한 관계를 기피하려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지요. 상처와 실망을 받기 때문입니다. 마귀는 이 관계를 파괴

해서 사람과 멀어지고 끝내 하나님과 멀어지게 하는 일을 합니다.

    
• 지옥, 홀로 있는 곳

여러분, 교회 안에서 관계가 좋으십니까? 얼굴을 마주치는 주방에서 편안하

십니까? 본당에서, 저 엘림, 사무실에서, 구역과 선교회에서 불편한 성도가

있지는 않으십니까? ‘교회자랑, 목회자 자랑, 성도님 자랑’ 하자 했는데 자

랑하려면 관계가 좋아야지요. 목사 앞에서 얼굴을 붉히고 있는데 자랑을 할

수 있겠어요?

신앙은 나와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출발하지만 사람과의 관계로 향합니다.

이 관계를 잘 맺을 때 신앙이 온전해 집니다. 주님은 “하나님을 사랑하고

네 이웃을 사랑하라 이 두 계명이 율법과 선지자의 강령이라(마22:40)” 말

씀하셨습니다. 요한 사도는 “보는 바 그 형제를 사랑하지 아니하는 자는 보

지 못하는 바 하나님을 사랑할 수 없느니라”(요일 4:20) 고 합니다.

    
하나님과의 수직적인 관계는 잘 맺는데 성도간의 수평적인 관계에 실패하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하나님과 나와의 관계가 중요하지 성도들과의 불편한

관계는 가능한 피하고 싶다?”, 그러나 성도와의 관계를 그르치면 하나님과

의 관계도 흔들리게 됩니다. 끝내는 낙심에 빠지고 교회가 불편해 집니다.

어느 철학자는 ‘타인은 지옥’이라 말했지요. 그러나 이렇게 말하고 싶어요.

‘타인이 없는 나는 지옥이라’. 교도소 죄수들에게 가장 큰 형벌은 독방이라

하지요. 사람들과의 관계를 끊어 버리는 것입니다. 그곳이 지옥입니다. 에덴

에서 하나님은 사람이 독처하는 것을 좋지 않다고 하셨습니다. 특별히 우리

성도는 예수를 믿고 하나님을 ‘아버지’라 부르는 순간, 모두 아버지가 같은

한 자녀가 됩니다. “하나님은 손자를 두신 적이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손

자도 아버지 하나님이라 부르고, 아버지도, 할아버지도 그렇게 부릅니다. 모

두가 한 아버지의 한 자녀인 것입니다. 한 마디로 사람과 사람 사이가 좋으

면 행복하고 나쁘면 불행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가깝고도 먼 사이는 어디일

까요? 한국과 일본? 아닙니다. 사람과 사람사이입니다. 사이가 통하면 이웃

이고 막히면 원수입니다. 천국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즉 관계 속에 임합니

다. 이 관계에 따라 우리는 천국도 지옥도 경험합니다.

    
• 교회는 관계다

그래서 어느 교회는 모든 성도가 형제님 자매님으로 부릅니다. 목사를 비롯

해 어떤 직분자이든, 웬만한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물론 아버지

같으신 분에겐 젊은이가 직분으로 존칭하지만, 반대로 어르신은 젊은이에게

형제님 자매님이라고 부릅니다. 그리스도 안에서 한 자녀임을 고백하는 일

입니다. 직분이 무슨 계급처럼 느껴질 수도 있고, 나이도 잘못하면 서열로

규정되기 때문입니다. 공동체의 핵심은 영적으로 한 식구로서 친밀도를 유

지하는 일입니다.

교회의 5대 사명이 있어요. 예배 교육 선교 봉사 친교. 시작은 예배이지요.

선교가 마지막 목표입니다. 그러기 위해 가르치고 배우는 교육이 있어야 하

고, 봉사는 교회의 중요한 사역입니다. 그런데 마지막에 있는 친교

(Koinonia), 이건 있으나 마나 하다? 윤활유 정도이다? 그렇지 않아요. 하나

님과의 교제, 성도들간의 친교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교회는 은혜가 사라집

니다. 예배를 드려도 맹맹합니다. 가르치고 배우는 일이 딱딱합니다. 봉사를

하다 다툼이 일어납니다. 선교가 될 리 만무이지요.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

야 보배라는 말처럼, 교제(친교)는 교회의 모든 사명을 꿰는 줄과 같습니다.

예배 후에 담임목사는 악수를 합니다. 악수 하는 게 쉬운 것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손내미는 게 뭐가 어렵나? 한 사람이라도 마음에 불편한 사람이

있으면 손을 잡을 수 없습니다. 악수를 하려 서 있다는 것은 먼저 손을 내

밀어야 하는데, 만약 다툰 성도가 나온다면 먼저 손을 내밀 수 없겠지요. 마

음의 짐이 여전히 있다면 손을 내밀 수도, 내미는 손을 잡기도 불편할 것입

니다. 손잡기 불편한 사람이 있다면 서로는 서로에게 천국문을 가로막고 있

는 존재입니다.

<교회는 관계다>, 짐 푸트만 목사의 책입니다. 그 책에서 말합니다. “교회가

그 어떤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보다 참된 관계를 맺는 것이 핵심이라”. 예

수님은 발을 씻겨 주시면서까지 관계를 잘 맺는 본을 보여 주셨습니다. 베

드로에게 ‘내가 너를 씻어 주지 않으면 상관이 없다’고까지 하십니다. 서로

의 발을 잘 씻겨 주는 곳, 교회입니다. 발은 어떤 지체예요? 더럽지요. 그러

나 또한 얼마나 고단해요, 하루종일 이곳저곳 헤매느라 얼마나 지쳤어요. 온

몸을 지탱하느라 얼마나 힘들었어요. 발을 닦아 주는 것입니다. 이것저것 따

진다면 한이 없을 것입니다. 누가 잘했느니 잘못했느니, 교회는 경찰서가 아

닙니다. 그냥 수고했다고, 힘내라고, 발을 내밀라고, 내 발도 내밀면서. 눈이

그 고단한 발을 바라봐 주고, 코가 냄새를 맡아 주며, 손이 그 발을 닦아 주

며, 입은 위로하며 힘을 주는 곳, 교회입니다. 이렇게 지체들간에 서로의 관

계가 친밀할 때 행복한 신앙생활 교회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 우리는 하나

유대 사람들이 즐겨 사용하는 머리 둘을 가진 어린아이 비유가 있습니다.

어떤 어머니가 아이를 낳았는데 머리는 둘인데 몸은 하나입니다. 그 아이를

놓고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이 아이를 한 아이로 보아야 하는가 둘로 보아

야 하는가? 라는 문제입니다. 한 지혜로운 랍비가 해답을 제시했습니다. '뜨

거운 물을 주전자에 넣어 한쪽 아이 머리 위에 부었을 때 동시에 다른 아이

도 울면 하나고, 그렇지 않고 한쪽 아이가 울지 않고 웃으면 그때는 둘로

보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한 하나님을 아버지라 부르는 우리들, 우리는 둘입니까? 하나입니까?

    
/사랑으로 샘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