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로 씨를 뿌리며

• 씨를 뿌리는 일

“눈물을 흘리며 씨를 뿌리는 자는 기쁨으로 거두리로다”(시126:5)

왜 눈물로 씨를 뿌릴까? 씨 뿌리는 일이 슬픈 일도 아닌데. 앞으로 30배 60

배 100배의 결실을 기대하며 기쁨으로 씨를 뿌려야 하지 않을까? 씨뿌리는

농사일이 그만큼 힘들어서? 그렇다면 눈물이 아니라 ‘땀으로’ 씨를 뿌린다는

표현이 더 어울리지 않을까? “땀을 흘리며 씨를 뿌린 자는 기쁨으로 거두리

로다”. 그런데 울면서 뿌릴 씨를 가지고 가서 울면서 씨를 뿌린다니?

    
그 이유는 씨 뿌리는 일이 슬퍼서도, 힘들어서도 아닙니다. 본디 이스라엘에

게 농사짓는 일은 적합하지 않습니다. 가나안에 들어와서야 농사를 알았지

요. 오랫동안 떠돌이 유목민으로 살았고 출애굽을 해서도 광야 40년 유랑했

었기 때문에 농사에 대해 알지 못합니다. 가나안에 들어와 가나안 사람들을

통해 처음 농사짓는 법을 배우게 된 것입니다.

가나안 땅은 또 어떤가요? 척박하기 그지없는 땅입니다. 우리가 성지순례

가서도 보았지만, 사막에 둘러 싸여 가도 가도 끝이 없는 돌산뿐입니다. 젖

과 꿀이 흐르는 땅? 그건 신앙고백적인 고백이고, 또는 광야에서 볼 때나

그렇다는 것이지, 우리 같이 기름진 땅에 사는 사람에게는 메마르기 그지없

는 땅입니다.

날씨도 그렇지요. 우리와 정반대라서 봄부터 건기가 시작되고, 10월이 지나

면 비가 내립니다. 그 비를 ‘이른 비’라고 하고, 3월에 내리는 비를 ‘늦은

비’라고 하는데, 이 이른 비와 늦은 비가 어떻게 적절히 내리는가에 따라서

농작물의 수확량이 확연하게 달라집니다. 비가 조금이라도 덜 오게 되면 씨

뿌린 것이 말라버려서 가라지만 생기게 됩니다. 흉작이 되니 씨를 뿌려도

소용이 없는 것이지요. 그러니 농사꾼이 씨를 뿌려야 할 지 말아야 할지 고

민이 됩니다. 수확에 대한 기대와 희망이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때를 따

라 이른 비와 늦은 비가 와야 할 텐데 어떠할지 염려와 걱정뿐입니다. 지금

먹고 살기도 어려운데, 보리 고개를 넘겨야 하는데, 먹을 것이라곤 씨 뿌리

려고 남겨둔 씨앗 밖에 없습니다. 이 씨를 뿌렸는데도 수확이 없으면 먹고

살 일이 막막합니다. 온 식구들이 굶어야 합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씨를 뿌려야 합니다. 씨를 뿌려야 희망이 있기

때문입니다. 땅이 척박하다고, 비구름이 보이지 않는다고, 주저앉아 있을 수

는 없습니다. “풍세를 살펴보는 자는 파종하지 못할 것이요 구름만 바라보

는 자는 거두지 못하리라”(전11:4). 그래서 눈물로 씨를 뿌리러 나갑니다.

일이 힘들어서가 아닙니다. 희망이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씨뿌

리는 것 자체가 신앙입니다. 하나님께서 이른 비를 내려주시지 않으면 씨를

뿌리고 열심히 땀을 흘려도 소용없습니다. 수확의 계절 3월에 하나님이 하

늘의 창을 닫고 늦은 비를 주시지 않으시면 결실을 맺지 못하고 쭉정이만

거둡니다. 그러니 하늘을 바라보며 눈물로 씨를 뿌립니다. 하나님께 전적으

로 맡기고 의지합니다. 그렇게 기쁨으로 단을 거두기 위해 눈물을 흘리며

씨를 뿌리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울며 씨를 뿌리러 나가는 자는 반드시 기쁨으로 그 곡식 단을 가지고 돌아
오리로다”(시126:6절)

    
• 눈물로 씨를 뿌리며

성경은 눈물로 씨를 뿌리고 기쁨으로 거둔 역사입니다. 출애굽할 때 눈물로

나왔지요, 광야가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끝내 기쁨으로 약속

의 땅에 들어갔습니다. 바벨론 포로로 잡혀 갈 때 눈물로 지샜습니다. 다시

돌아올 희망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늦은 비로 함께 하사

귀환해서 성전을 재건하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우리 주님이 십자가에 달

리심은 눈물로 씨를 뿌린 일입니다. 죽음은 끝장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다

시 부활하사 우리에게 구원과 생명을 주셨습니다. 십자가의 눈물 없이는 부

활의 기쁨이 없습니다. 눈물로 씨를 뿌리고 기쁨으로 단을 거두신 주님!

    
어릴 때, 세상에서 제일 높은 빌딩 하면 ‘뉴욕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었지요. 그 높이가 무려 102층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건물이 102층인 이유

가 있었습니다. 1620년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온 청교도들의 숫자입니다. 첫

해 겨울에 굶주림과 질병, 인디언들의 습격으로 44명만 살아 남았습니다.

지속되는 흉년에도 낙심하지 않던 그들에게 3년째 되던 해 풍년이 찾아 왔

습니다. 그런데 추수를 얼마 앞두고 벌레들이 수없이 나타나 곡식을 갉아

먹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리 벌레를 잡아도 소용이 없자, 그들은 한자리에 모

여 손에 손을 잡고 울면서 기도했습니다. 그러면서 밤새 회개했습니다.

“하나님! 신앙의 자유를 찾아 이곳에 왔지만, 하나님의 은혜를 기억하지 않

고 살았던 저희를 용서해 주소서.”

다음 날 아침에 믿을 수 없는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참새 떼가 하늘을 덮을

듯이 새까맣게 날아와 벌레들을 모조리 잡아먹기 시작했습니다. 저들은 하

나같이 외쳤습니다. “우리는 하나님을 믿노라. 우리는 하나님의 은혜를 기억

하노라.” 그 일로 하나님께 드리는 감사가 부족했음을 깨달았으며, 그동안

소홀히 여겼던 감사예배를 풍성하게 드렸습니다. 이로부터 ‘울며 씨를 뿌리

는 자는 기쁨으로 단을 거두리로다’라는 추수의 원리와 하나님의 은혜에 대

한 감사의 정신이 후손에게 계속 이어진 것입니다. 박헌성이 쓴 [최고의 은

혜]라는 책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그렇습니다. 씨뿌리는 자의 수고가 축

복입니다.

 • 2019년 하반기 시작하며

오늘 우리가 눈물로 뿌려야 할 씨는 무엇일까요? 6월 마지막 주일, 어느새

2019년 상반기를 다 보냈습니다. 6개월 동안 열심히 사셨습니까? 거둔 소출

이 있으십니까? 2019년 하반기 시작하며, 우리 다시 한 알의 씨앗을 심어야

할 때입니다. 심지 않으면 거둘 수 없습니다. 힘들더라도, 희망이 보이지 않

더라도, 우리 주님만 바라보며 주님만 의지하며 소망의 씨를 뿌려야 할 때

입니다. “비가 오는 것과 바람 부는 것을 겁을 내지 말고 뿌려 봅시다”(496

장). 그러므로 씨를 뿌린다는 것은 하나님께 맡기는 믿음입니다. 주께서 비

와 바람 가운데서도 열매를 거두게 하시기 때문입니다. 당신에게 그 믿음이

있는지, 그 눈물의 씨가 있는지.

어느 목사가 아이에게 세례를 베풀었답니다. 세례식이 끝난 후 모두가 들을

수 있게 큰소리로 아기에게 말했습니다.

"사랑하는 아가야, 이 세례를 행함으로써 우리는 너를 앞으로 평생 동안 걸

어갈 여행으로 맞아들인다. 이것은 끝이 아니다. 이것은 하나님께서 너의

삶을 통해 이루실 일의 시작이란다. 하나님께서 너를 어떻게 만들어 가실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하나님께서 너를 어디로 이끄실지, 그래서 어떻게 우리

를 놀라게 하실지 우리는 모른다. 우리가 아는 것, 다만 말해 줄 수 있는 것은

하나님께서 너와 함께하신다는 것뿐이란다."

Stanley Hauerwas & William Willimon, <하나님의 나그네 된 백성> 중에서

새롭게 시작되는 2019년 하반기 발걸음 가운데 놀라우신 하나님의 섭리가

함께 하시길 바랍니다. 저기 멀리 오래된 이 찬양 들려옵니다.

우리 오늘 눈물로 한 알의 씨앗을 심는다
꿈꿀 수 없어 무너진 가슴에

저들의 푸른 꿈 다시 돋아나도록

우리 함께 땀 흘려 소망의 길을 만든다

내일로 가는 길을 찾지 못했던

저들 노래하며 달려갈 그 길

    
그날에 우리 보리라

새벽이슬 같은 저들 일어나

뜨거운 가슴 사랑의 손으로

이 땅 치유하며 행진할 때

    
오래 황폐하였던 이 땅 어디서나

순결한 꽃들 피어나고

푸른 의의 나무가 가득한 세상

우리 함께 보리라

    
/사랑으로 샘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