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살기로 믿어”

 
이** 성도님, 얼마 전에 등록하신 교우입니다. 사실은 재작년인가 교회 오셨

었는데 이제야 정식 등록을 하셨습니다. 그땐 마음이 그리 열리지 않으셨었

다네요. 마침 정임씨 어머니 오영자 집사님 집에 세 들어 오셨는데, 전도 받

으셔서 다시 교회에 오신 것입니다.

주중에 심방을 갔습니다. 꽤나 오래된 집, 두어 사람 누우면 딱 맞을 자그마

한 단칸방, 자녀는 물론 부모 형제도 하나 없는 외로운 인생입니다. 몸에 병

이 있어 복수가 자주 찹니다. 그때마다 힘이 듭니다. 엊그제 병원에 가서 물

을 빼고 나니 살 것 같으시다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예배드리는데 목사 마음이 무겁습니다. 세상에

잘 사는 사람도 많고, 건강한 사람도 많은데 참 고단한 인생이지요. 그런데

얼마나 감사한지요. 교회 온 지 얼마 되지 않으신데 예배를 잘 드리십니다.

미리 심방헌금도 준비하시고, 예배 중에 덩달아(?) ‘아멘’도 하세요. 지난 수

요일 예배에도 오셨습니다. 금밤기도회로 드렸는데 그 기도회까지 다 참여하

셨어요. 주일마다 교회에서 예배드릴 때 마음이 편하시대요. 처음 교회 오

신 주일에는 설교를 듣다가 울기도 하셨대요. 서글프기도 하고, 좋기도 하고.

“목사님 얼굴이 좋아 보여요”.
목사 얼굴을 보면 괜히 마음이 기쁘시대요. 그 심방 자리에 정임씨도 함께

했는데, 그러니까 교회에 목사를 좋아하는 팬이 벌써 두 분입니다. 1등 팬이

정임씨, 2등 팬이 그 성도님. 아시는 분은 아시지만, 정임씨는 저를 보면 너

무 좋아합니다. 눈을 마주치면 어린아이처럼 수줍어하고 기뻐합니다. 주께서

천국은 어린아이 같아야 들어간다 하셨는데, 정말이지 천국을 닮은 얼굴입

니다. 심방을 마치니 뭘 내오십니다. 다과에 아이스크림까지. 그렇게 맛있는

아이스크림은 처음입니다. 더워서인 줄 알았어요. 아이스크림이 맛있는 게.

정이 있어서 그랬습니다. 사랑이 있어서 그랬습니다.

거기 다 힘든 분들이 함께 예배드렸습니다. 그 성도님도, 정임씨도, 오집사
님도. 그러나 주님 거기 오셨으리라. 참 기뻐하셨으리라. 천국은 이런 자들

의 것이라 축복하셨으리라.

“죽기 살기로 믿어”.
전도하신 오영자 집사님이 그 성도에게 하신 말씀이에요. 허물이 없이 가깝

게 생각되시니, 좀 장난스레 하신 말이기도 합니다. 따지고 보면 오집사님이

집주인인데, “죽어도 삯세 밀리지 마(?)” 이런 말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

나 죽기 살기로 열심히 예수 믿자 하십니다. 당신 또한 힘겨운 딸과 함께

인생의 강을 건너가고 있습니다. 참 무거운 십자가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렇게 교회에 나와 신앙을 갖고 보니 너무나 감사한 것입니다. 딸도 너무 좋

아하고 조금씩 나아지고 있어서 죽기 살기로 예수 믿고 있는 것입니다. 그

렇게, 세상에는 소망이 없으니 예수님 잘 믿자는 말이었겠지요.

    
교회로 가는 내내, 그 말이 귀에 따라 왔습니다.

“죽기 살기로 믿어”.

예, 압니다. 그리 편안함을 주는 말은 아닌 줄. 이런 말을 해야 할 시대는

아니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그렇게 절박한 인생들이 주변에 많다는

것, 그런 인생들이 교회에 오신다는 것. 그런 성도들 앞에서 나는 죽기 살기

로 설교하고 있는지, 죽기 살기로 목양하고 있는지, 부끄러울 뿐입니다.

    
/사랑으로 샘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