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방이 있으십니까?(2)

    
• 외로운 섬
목회자에게 3방이 필요하다고 해요. 첫째는 심방이요, 둘째는 책방, 그리고

마지막은 골방입니다. 목회자는 성도를 돌아보는 심방을 잘 해야 하고, 책방

에서 좋은 책을 읽고 연구를 하여 사고의 폭을 넓혀야 하며, 골방에서 기도

하며 영성을 채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실은 목회자뿐만이 아니지요. 깊은 믿

음의 성도라면 연약한 이들을 돌아보는 심방과, 성경을 비롯해 여러 유익한

책을 읽는 책방, 그리고 기도하며 영성을 깊게 하는 골방을 가져야 합니다.

예, 그 가운데 골방(Side room)에 대해보고 있습니다. 사람은 혼자 외로이

골방에 있는 것을 싫어합니다. 여럿이 함께 어울리길 좋아하지요. 대표적인

것이 핸드폰이지요. 카톡 밴드 페북 등 SNS를 통해 24시간 서로가 연결되어

있습니다. 멀리 떨어져 있어도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지, 어떤 음식을 먹고

있는지조차 세세히 주고받으며 공유합니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실시간으로 모든 뉴스를 접합니다. 혼자만의 공간은 없어졌고 필요해 보이지

도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인은 외로워합니다. 가정에서, 직장에서, 심지어 교

회에서도, 아담 이후 인생은 모두 각자 ‘섬’입니다. 너와 나 사이에 바다가

있다. 속해 있는 카톡 밴드가 수도 없고, 하루에도 ‘카톡 카톡’, 연락부절로

소식을 주고받고 있고 사는데, 그런데 외롭습니다. 왜일까?

• 열매 맺는 고독
헨리 나우웬은 여기에 대해 이런 길을 제시합니다. “그 외로움(loneliness)을

열매 맺는 고독(solitude)으로 바꾸라”. 철학에서도 외로움은 거절당한 소외,

고독은 자발적인 자기격리라 합니다. 신학자 P. Tillich는, 외로움은 혼자 있

는 고통을 표현하는 말이고, 고독은 혼자 있는 기쁨을 표현하는 말이라 했습

니다. 예. 스스로 택한 고독은 영혼을 성숙하게 합니다. 쉼이 없는 마음에서

안식하는 영으로 향하는 움직임이고, 밖으로 향하는 갈망에서 안으로 발돋움

하는 몸부림입니다. 그 고독을 내 삶에 들여오는 고독 훈련을 하라.

“절박한 고립감으로 우리 의식 속에 자주 비집고 들어오는 이 본질적인 외

로움을 우리는 어떻게 처리해야 합니까?... 그 어려운 길은 외로움에서 고독

으로 들어가는 전환의 길입니다. 외로움으로부터 도망하고 그것을 잊거나

부인하려는 대신, 우리는 그 외로움을 지켜서 그것을 열매 맺는 고독으로

바꾸어야 합니다. 영적인 삶을 살려면, 먼저 외로움의 광야로 들어가서 조용

하고 끈기 있는 노력을 통해 메마름의 광야를 고독의 동산으로 바꾸는 용기

가 있어야 합니다. 외로움에서 고독으로 가는 이 움직임은 모든 영적인 삶

의 시작입니다”

(H. Nouwen, <희망의 씨앗>, 89-90쪽 중에서)

 • 골방의 은총

그래서입니다. 혼자만의 공간이 필요합니다. 그곳은 실로 외로움에서 고독으

로 들어가는 길목입니다. 상처 받은 세상에서 위로를 얻는 곳, 피곤하고 지

친 몸과 영혼을 소생케 하는 곳, 내 죄악과 부족함을 발견하고 용서받아 새

사람이 되는 곳, 내가 누구이고 어디에서 어디로 가고 있는지 삶의 근본을

확인하는 곳, 인생의 공허함을 하나님의 충만함으로 채우는 곳, 전쟁터인 세

상에 나가기 전 준비하고 무장을 하는 작전실(war room), 무엇보다 내 인생

의 주인이신 하나님이 나와 함께 하심을 느끼고 그 분께 나를 맡김으로 평

안과 용기를 얻는 곳, 골방입니다. 정녕 하나님이 살아 계시고 삶 속에 분명

히 임재해 계심을 믿는다면, 나뉘지 않은 마음으로 그 분께 집중할 시간과

장소를 떼어 낼 필요가 있습니다.

그곳은 야곱이 위로와 힘을 얻었던 벧엘 골방입니다. 한나가 눈물로 울부짖

었던 실로 성막 골방, 베드로가 환상을 보고 사명을 발견했던 골방, 무엇보

다 우리 주님께서 쉼과 소망을 얻으셨던 한적한 빈들이나 산과 같은 골방.

그 골방이 있는가?

    
• 주님의 골방

아닌 게 아니라 복음서에 보니, 주님은 홀로인 시간과 장소를 즐겨 찾으셨

습니다. 제자들을 재촉하사 당신은 ‘단독자’가 되기 위해 서두르십니다. 오

병이어 사건으로 흥분해 있는 군중들을 뒤로하고 홀로 산에 오르십니다. 주

님은 광장의 환호와 기대가 있는 곳을 피하시는 때가 많으셨습니다.

“모든 사람이 주를 찾나이다... 예수께서 드러나게 동네에 들어가지 못하시고

오직 바깥 한적한 곳에 계셨으나”(막1:38, 45절)

그 환호성이 얼마나 덧없는 것임을 아시기 때문일까? 종려나무 가지 흔들며

‘호산나’ 외치던 이들이, 금세 십자가의 원수로 바뀔 것입니다. 바깥에 마음

을 주다보면 중심을 잃고 사명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그래서 주님은 흔연히

골방을 찾으시지요. 새벽이면 늘 외딴 곳을 찾으사 아버지 하나님 앞에 엎

드리셨습니다. 밤이 맞도록 기도하사 아버지의 뜻에 당신의 생각을 조율하

셨습니다. 그것은 세상으로 향하는 문을 닫고 오직 하늘을 바라보는 자리입

니다. 세상의 문을 닫으면 하늘 문을 여신다!

   
그런데 골방의 ‘골’은 시신을 넣는 ‘관’을 말합니다. ‘골로 가다’는 말이 있

지요. 죽으러 간다는 뜻입니다. 골방으로 간다는 것은 죽으러 간다는 뜻을

갖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마6장)에서 말씀하시는 골방의 의미가 분명해 집

니다. 골방에 들어간다는 것은 하나님 앞에 나아가는 것이고, 하나님의 말씀

앞에 철저하게 나를 부인하는 곳이며, 내가 죽고 그리스도로 사는 삶을 결

단하는 곳입니다(갈2:20). 내 뜻, 내 계획, 내 욕망, 내 방식을 죽음에 비견

될 정도로 내려놓고, 그렇게 사생결단하며 드리는 기도, 하나님께 응답되리

라. 골방에 가득한 보화를 소유하리라. 그렇게 주님은 그 골방에서 십자가를

지실 힘을 얻으셨습니다.

• 목사의 골방

돌이켜 보니 목사인 제게도 골방의 자리가 있습니다. 새벽 강단입니다. 예배

인도를 마치고 십자가 아래 꿇어 엎드리는 시간, 하나님과 홀로 대면합니다.

십자가는 헛된 욕망, 추악한 상념들로 가득한 내 모습을 비춥니다. 그래서

때론 눈물의 골방입니다. 지난 주간에도 어느 새벽은 한참을 울었습니다. 어

떤 땐 감사해서 울고, 힘들어서 울기도 하고, 그 성도를 생각하며 웁니다.

마음이 정리되고 평안이 찾아옵니다. 그곳은 때론 감사의 골방이요 기쁨의

골방입니다. 탄식의 골방이요 기도의 골방입니다. 무엇보다 목사이기에 말씀

의 골방이지요. 거기서 주일 말씀을 받습니다. 지난 금요일 새벽에도 기도하

다 말씀이 떠오릅니다. 마음에 와 닿는 음성, 그 음성을 빈 종이에 받아 적

습니다. 그 말씀을 소재로 설교를 합니다. 실로 골방이 은혜의 샘천입니다.

    
휴가시즌입니다. 밖으로 향하는 마음을 사로잡아 어디서든 은밀한 골방을

만들어 하나님을 만나고 새 힘을 얻으시기 바랍니다.

“너는 기도할 때에 네 골방에 들어가 문을 닫고 은밀한 중에 계신 네 아버지

께 기도하라 은밀한 중에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갚으시리라”(마6:6)

    
/사랑으로 샘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