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방과 광장의 균형

    
• 골방에서

골방에 대해 두어 주 동안 보았습니다. 골방의 은총이라. 영혼의 주인이신

아버지 하나님과 독대하는 곳입니다. 피곤하고 지친 몸과 영혼이 소생케 되

는 곳, 영적인 무장과 새 힘을 얻는 곳, 골방입니다. 복잡하고 시끄러운 세

상을 떠나 골방에 들어가라, 문을 닫으라, 그리고 기도하라. “은밀한 중에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갚으시리라”. 그런데 골방이 어디인가? 꼭 저 멀리

기도원에 가야는가? 골방은 장소의 문제가 아니라 마음의 문제이라, 그 어

디서든 내 영혼이 세상을 닫고 하나님을 바라 본다면 골방이 될 수 있다 했

습니다.

지난 월요일 밤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휴가 첫 날, 일만하던 교회를 떠나

한적한 곳을 찾았습니다. 홀로 깊고 깊은 산중, 주변에 아무도 없습니다. 달

은 휘영청 밝게 비추고 풀벌레 소리만 나는 곳, 골방을 찾은 것입니다. 주님

앞에 앉아 가만히 내 마음을 내려 놓습니다. 손에 힘을 빼고 잡고 있던 끈

들을 하나씩 놓습니다. 염려의 끈, 두려움 욕심 미움 집착의 끈... 참 많이도

쥐고 살았습니다. 세상으로 향하는 문을 닫고 마음을 비우니 주님 주시는

평안이 찾아 옵니다. 은혜로 채워진 마음으로 성도들을 위해 기도하고 조목

조목 교회의 여러 문제들을 아뢰었습니다. “은밀한 중에 보시는 네 아버지

께서 갚으시리라”(마6:6)

    
어떤 날은 아이들과 차를 타고 가고 있었습니다. 즐거운 휴가, 온 식구들이

실컷 수다를 떨고 있었지요. 가만 보니 한 놈은 아무 반응이 없어요. “야 막

내 너 뭐해?” 아무리 눈총을 줘도 저 혼자 키득키득 웃기도 하고 심각해지

기도 합니다. 왜 그럴까? 귀에 리시버를 끼고 뭘 듣고 있는 것입니다. 얼마

나 재미있는지 거기에 쏙 빠져 있습니다. 알아 들지도 못하는 말을 중얼중

얼 대요, 랩이라나 뭐라나. 아무리 차 안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나도 괘념치

않습니다. 오히려, “응? 뭐라고 했어?” 복잡한 차안에서 제 나름대로 친구들

과 골방을 만든 것입니다. 우리가 그렇게 영적인 골방을 만들 수 있다면, 하

나님과 채널 주파수를 맞출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다시, 골방의 은총

입니다.

• 광장으로

그런데 골방이 있다면 광장이 있습니다. 골방의 은총, 광장의 사명이지요.

(막1장)에 보면 골방과 광장이 선명하게 드러나 있습니다. 주님은 먼저 동네

한 복판에서 능력을 행하셨습니다. ‘저물어 해 질 때에’(32절), 온갖 병자들

귀신 들린 자들이 예수님께 나왔습니다. 주께서 일일이 고쳐 주셨지요. 온

동네가 모였더라, 즉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광장에서 일하셨습니다. 그

리고는 어떻게 하셨나? 골방을 찾으십니다. “새벽 아직도 밝기 전에 예수께

서 일어나 나가 한적한 곳으로 가사 거기서 기도하시더니”(35절). 예. 한적

한 곳, 골방입니다. 그것도 하루를 시작하는 새벽 시간에 복잡한 세상을 끊

고 아버지 하나님과 기도로 소통, 교제하신 것입니다.

    
그런데 주님은 골방에만 계속 계시지 않았습니다. ‘다른 가까운 마을들로 가

자’(38절). 다시 사람들이 있고 사명이 있는 광장으로 향하신 것입니다. 골

방에서 하나님 앞에 홀로 선 사람은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광장에 나가

손 내밀어 함께 서는 것입니다. 광장은 세상과 부딪히고 관계하는 세속의

마당입니다. 먹고 살아야 하는 곳, 모사와 절망이 일어나는 곳입니다. 상처

와 실망, 욕심과 경쟁, 전쟁과 죽음이 일어나는 곳입니다. 무엇보다 성도에

게는 죽어가는 생명을 구원해야 하는 사역의 장입니다. 그래서 광장에 나가

기 두렵기도 합니다. 그러나 언제까지 골방에서 홀로 고요함 속에만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됩니다. 기도했으면 삶의 자리로 나가 일을 하고 사명을 감당

해야 합니다. 일이 기도가 되고 삶이 설교가 되게 해야 합니다. 예수님은 골

방의 기도에서 갈릴리로, 예루살렘으로, 골고다로 나가셨습니다.

• 골방과 광장의 균형

그러니 우리에게 균형 잡힌 신앙이 필요합니다. 경건과 사역의 균형, 예배와

삶의 균형, 영성과 사회성의 균형, 내세와 현세의 균형, 교회와 세상의 균

형, ‘홀로’와 ‘함께’의 균형입니다. 한 마디로 골방과 광장의 균형입니다. 골

방은 경건이 이루어지는 장소입니다. 골방에서는 하나님 말씀을 읽고 기도

합니다. 자신의 영혼을 위해 하나님 앞에 엎드립니다. 그리고 내면세계를 들

여다봅니다. 반면에 광장에 나가면 많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봉사하고 전도

합니다. 광장은 하나님이 명하신 사역을 이루는 곳입니다. 다른 사람들의 영

혼을 위해 일하는 곳입니다.

    
여러분 가정에 말씀과 기도의 골방이 있기를 바랍니다. 제단이 은혜의 골방

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골방에만 머물지 마십시오. 자기 영혼만을 돌보

는 이기적인 신자가 되고 말 것입니다. 반대로 광장에서 일만 하다 보면 내

영혼에 소홀하게 됩니다. 사역은 많이 하지만 영혼이 병들어 가는 것을 알

지 못합니다. 마치 바쁘게 환자를 돌보는 의사가 자기 몸이 병드는 것을 모

르는 것과 같습니다. 골방과 광장, 한 쪽에만 치우치면 그때그때는 열심인

것 같지만 쉬 지치게 됩니다. 영혼을 돌보는 경건과, 열심히 일하는 사역

앞에서 균형을 잘 이룰 때 온전한 믿음의 성도가 됩니다. 골방과 광장의

균형, 그 균형을 잘 이루는 성도가 되시기 바랍니다.

    
/사랑으로 샘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