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 총회를 마치고

    
• 104기 교단 총회

지난 주간 교단 총회가 끝났습니다. 실시간 검색어에도 등장해서 아시는 분

아시겠시지만, 이번 총회의 화두는 명성교회 문제였습니다. 이것은 교계뿐만

아니라 이 사회에 커다란 이슈가 되어 왔습니다. 결과로 보자면 실망스럽지

요. 물론 김하나 목사의 청빙은 무효임을 일정 부분 인정하고 2021년에나

정식 위임목사로 청빙하게 한 것, 또한 명성교회 장로 총대 파송을 1년 금

한 것, 유고된 이전 노회장 김수원 목사를 복권시킨 것 등은 의미 있어 보

입니다. 그러나 이미 지난 총회에서 결의한 부자 세습금지법이 있건만 명성

교회에는 길을 열어 준 것입니다. 우리 예장 통합 교단이 끝내 하나님 앞에

역사 앞에 부끄러운 자리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총대들 책임만이 아니지요.

수습위원들만의 문제도 아닙니다. 교단에 속한 모든 교회와 목회자, 교회 지

도자들이 거룩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진리의 파수꾼이 되지 못했기 때문

입니다. 무엇보다 그 당사자인 명성교회와 김삼환 목사 부자는 하나님 앞에

다시 큰 죄악을 저질렀습니다. 심판권은 하나님께 있으니 반드시 그 죄악의

대가를 받을 것입니다. 교단 교회들 또한 주께서 하시는 음성을 들어야 할

것입니다. “소금이 그 맛을 잃으면 아무 쓸데없어 다만 밖에 버려져 사람에

게 밟힐 뿐이니라”(마5:13)

    
• 그걸 왜 이어 받아?

아빠 엄마가 이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막내 영민이가 물어요.

“아빠, 명성교회가 뭘 잘못한 거예요?”

“응, 넌 어려서 몰라도 돼”

“아빠~앗!”

“응? 아 그래 미안미안. 뭐냐면 한마디로, 네가 나중에 아빠 담임목사 자리

를 이어 받은 거야”

어이없다는 듯 영민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대답합니다.

“아니, 그걸 내가 왜 이어 받아?”

    
“그걸 왜 이어받아?”. 아직 어린 막내아들의 말이 내내 마음에 떠옵니다. 아

마 이런 마음이 담겨 있는 말이겠지요. “세상적으로 높은 자리도 아니고, 무

슨 힘이나 명예가 있는 것도, 그렇다고 부하게 사는 자리도 아닌데, 그런 자

리를 왜 이어 주고 이어 받으려 해요?”

그러게요. 그 힘든 자리를 왜 대물림하려 할까요? 서울의 대형 교회들, 즉

명성교회를 비롯해 금란교회 광림교회 임마누엘교회 등은 왜 아들에게 기어

코 물려주려 할까요? 삼성이나 현대 등 재벌 기업들도 아닌 일개 교회 담임

목사 자리를 말입니다. 김삼환 목사 말대로, 그 자리가 정말 십자가일까요?

무거운 짐일까요? 자식에게는 어떻게든 좋은 것만 주고 싶은 것이 아비 마

음일진대, 진정 하나님 나라와 그 뜻을 위해 그리하는 것일까요?

    
그러나 아무도 가기 싫어하는 시골교회가 아니라 교인수 10만 명인 교회 담

임목사는 누구도 지기 싫어하는 십자가가 아닙니다. 교단 7천여 교회 가운

데 일년 예산 2500만원이 안 되는 미자립교회가 3천여교회나 되는 때에, 일

년 예산 1천억 원이 넘는 명성교회는 결코 무거운 짐이 아닙니다. 세상만

일자리가 어려운 것이 아니라 교회도 목회자도 마찬가지이지요. 몇 십 명만

모이는 중소도시 교회라 할지라도 담임목사 지원 이력서가 수십 통이 쌓이

는 이 시대, 장자교단 최대 교회인 명성교회는 아무도 가기 싫어하는 좁은

길이 결코 아닙니다. 그러니 무언가 세상 욕심과 욕망이 자리해 있는 것이

겠지요. 그것이 돈의 문제일 수도, 명예의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하나님의

뜻과는 다른, 십자가의 원수들이 노니는 자리는 아닐까!

• 큰 엉아가 운다.

제게는 큰 엉아가 있습니다. 환갑이 훌쩍 넘은 엉아. 막내동생인 저는 아직

도 어릴 때 쓰던 그 ‘엉아’라는 호칭을 씁니다. 지금껏 큰 엉아는 내게 산이

었습니다. 높은 산, 흔들리지 않는 산, 울타리가 되어 주는 큰 산.

형은 이번 총회 7인 수습위원 중에 한 분이셨습니다. 명성 찬성파들로 가득

한 위원회에서 홀로 고군분투 했지만, 많은 이들이 아쉽게 생각하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총회가 끝난 후 사흘이 지났는데 형은, 아직도 연락이 되지 않습니다. 마음

이 불편해서인지 핸폰을 끊어 놓은 것입니다. 동생인 제게는 ‘미안하다’는

글만 남기시고. 마치 한국교회를 향한 질타의 목소리를 혼자 받고 있는 듯.

동생의 마음도 영 편치 않아 어젯밤에도 잠을 잘 이루지 못했습니다. 형은

오죽하셨으랴.

글을 쓰는 지금 막 통화가 되었습니다. 우십니다. 그것도 엉엉 소리내어. 더

싸우지 못했다고, 이 정도 밖에 해내지 못했다고, 끝내 사인한 것이 한스럽

다고. 56년 함께 살아 오면서 형이 그렇게 우는 건 처음입니다. 산 같았던

형이 우니 동생도 함께 웁니다.

    
그러나 동생이 그 마음을 압니다. 형이 얼마나 한국 교회를 사랑하고 총회

가 정한 법을 지키기 위해 힘썼다는 것을. 교단과 명성교회 모두를 살리기

위한 길을 찾으려 했음을. 세습금지기간 10년을 주장한 것도, 명성 총대 3

년 정지안을 낸 것도, 유고된 동남노회장을 살리기 위해서도 애썼다는 것을,

한때 뛰쳐 나와 회의가 결렬이 된 것도, 형인 줄을 압니다. 사람들은 결과만

보고 평가하지요. 왜 그것밖에 못했느냐, 왜 이렇게 하지 않았느냐.

    
형이 여러 곳에서 돌을 맞고 있는 오늘, 멀리 강원도에서 목회하고 있는 동

생이 위로의 마음을 전합니다. “큰 엉아! 울지 마세요. 그 누가 뭐라 해도

형은 내게 여전히 산입니다.”

    
• 이제 다시 시작이다

어찌해야 할까요, 어디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까요. 먼저 이 문제에 대해 말

만 했지 목소리 한 번, 피켓 한 번 들이 않은 제가 회개합니다. 그리고 의로

우신 하나님께서 반드시 선하신 길로 인도하실 것임을 믿고, 이제부터 성전

을 더럽히는 이들의 상을 엎는 일에 함께 하겠습니다. 교회와 성도들 또한

바른 믿음과 신앙의 기초 위에 한국교회 회복을 위해 관심 가져 주세요. 큰

교회라 해서 선호하거나, 유명세 있는 목사라 해서 귀를 함부로 열어서는

안되겠습니다. 작아도 이 사회에 밝은 빛을 발하는 교회, 한 줌이라도 소금

의 맛을 내는 교회가 되도록, 기도하며 사랑으로 섬기는 교회가 되는 일에

더욱 함께 해 주십시오. 이 땅에 아직 맑은 물을 내는 그런 교회들이 남아

있습니다. 우리 교회가 그런 교회가 되도록 힘써 나갈 일입니다. 갈 길이 멀

지만, 예 이제 다시 시작입니다.

    
/사랑으로 샘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