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자르셨습니까?
지난 주간, 옆 교회 사경회에 갔습니다. 예전에는 지역 교회들이 부흥회 같
은 큰 행사를 하면 품앗이로 오가는 미덕(?)이 있었습니다. 개척교회이니 많
이들 가시라고 광고까지 드렸는데, 딱 한 분 오셨더군요. 정균락 집사님. 역
시 성실하신 선생님.
<함께 하는 교회>는 이제 개척 1주년을 맞았습니다. 이성욱 이희정 목사 부
부, 교회가 힘든 이때 열심히 수고해서 조금씩 부흥하는 역사를 이루고 있
었습니다. 개척교회 격려차 갔는데 웬걸요, 되레 은혜를 너무나 많이 받고
왔습니다. 강사는 오대식 목사님, 신학교때 학보사 선배이셨는데 지금은 높
은뜻 정의교회를 거쳐 높은뜻 덕소교회를 개척해서 정말이지 바르고 열정적
으로 목회하고 계셨습니다. 특히 이 간증에 깊은 찔림과 도전을 받았습니다.
오목사님이 일본에서 목회할 때 요코하마에 있는 한 교회에 설교를 갔습니
다. 설교 전에 특별 찬송 순서가 있었는데, 찬양하러 나온 세 명의 남자들을
보고는 깜짝 놀랐습니다. 그들은 한 눈에 봐도 쉽게 알 수 있는 조직폭력배,
소위 ‘야쿠자’들이었습니다. 큰 체구로 걸어 나오는 모습, 온 몸에 새겨져
있는 문신, 보기만 해도 위압적이었지요. 그런데 막상 찬양하는 목소리에 놀
랐습니다. 이제까지 들어 본 적이 없을 정도로 너무나 아름다운 화음이었기
때문입니다. 어둠의 자식들(?) 야쿠자에게 이런 멋진 찬양이?!
그런데 더 큰 감동은 찬양이 끝난 후였습니다. 그들 중 한 사람이 간증을
시작했습니다. 자기들에게는 세 가지 공통점이 있다는 것이에요. 첫째는 야
쿠자였다는 것, 둘째는 아내들이 예수 잘 믿는 한국 여자들이라는 것입니다.
대충 그림이 그려지는 이야기이지요. 야쿠자 깡패들이 신실한 믿음의 여인
들을 만나 예수님을 믿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셋째는?” 하며 세 사람이 왼손을 앞으로 펼치는데 갑자기 본당이
숙연해졌습니다. 모두 새끼손가락이 없었습니다. 성도들은 그것이 무엇을 의
미하는 줄 알았습니다. 그들은 예수님을 믿고 나서 너무나 기뻤습니다. 구원
받아 하나님 자녀 되고 천국의 소망을 두고 사는 일, 정말이지 기쁨과 감사
가 충만해서 찬양이 입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야쿠자 생활. 저들은
당시 중간 보스 정도의 위치에 있었는데, 아래 조직원들도 많아 얼마만큼
편안한 자리에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예수님 믿은 이후 더 이상 깡패 생활을 할 수 없었습니다.
세 명이 두목을 찾아갔습니다. “조직을 떠나겠습니다”. 처음엔 농담으로 여
겨서 믿어 주지 않았습니다. 세 번째 찾아 가서야 두목이 사태를 알아채고
는 난리가 났습니다. “다들 모여라. 세레모니 준비해라”. 단지(斷指)풍습이라
하지요. 테이블 위에 칼이 놓여 집니다. 끝내 그들은 스스로 새끼손가락을
자르고서야 조직에서 빠져 나올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는 이렇게 전국을 다
니면서 기쁨의 찬양과 간증을 하며 많은 사람들에게 구원의 복음을 전하고
있었습니다.
목사님을 통해 이 간증을 눈물로 들었습니다. 정말 마음에 찔림과 감동이
가득했습니다. 나나 저들이나 똑같은 예수를 믿고 똑같이 구원 받고 똑같은
은혜로 살고 있는데 그것의 반응은 달랐던 것입니다.
“나는 저들처럼 예수 믿는 기쁨을 가지고 있는가? 그 기쁨으로 말씀을 전하
고 있는가? 내가 자른 것은 무엇인가? 주님을 위해 산다고 하면서 내 자존
심 하나 자르지 못하고, 괴팍한 성격, 욕망의 줄 하나 자르지 못하고, 하나
님 영광 가리며 살고 있지는 않은가?”
그 이후로 일주일 내내 제게 습관이 하나 생겼습니다. 새끼손가락을 만지는
일입니다. 마치 거기에 잘라내야 할 내 부끄러운 모습들이 다 달려 있는 듯
이. 하나님은 우리 위해 골고다 십자가에서 아들을 잘라 바치셨습니다. 당신
은 그 주님을 위해 무엇을 자르셨습니까?
“내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나니 그런즉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
요 오직 내 안에 그리스도께서 사시는 것이라 이제 내가 육체 가운데 사는 것은 나
를 사랑하사 나를 위하여 자기 자신을 버리신 하나님의 아들을 믿는 믿음 안에서
사는 것이라”(갈2:20)
/사랑으로 샘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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