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의 상징(1) 빛 

  
대림절 첫 주일을 맞았습니다. 주님을 오심을 기다리며 준비하는 절기이지

요. 팀 켈러는 “크리스마스를 바로 알면 기독교의 근간인 복음을 바로 알

수 있다”고 말합니다. (T. Keller, <예수 예수>, 15쪽). 대림절 기간, 말씀과

묵상으로 숨겨진 복음의 진리를 더 깊이 깨닫기 바랍니다.

    
• 12월 25일?

어떤 이들은 성탄절 날짜, 12월 25일을 문제 삼습니다. 팔레스타인의 겨울

이 얼마나 추운데, 황제 가이사가 전 국민이 고향으로 가야 하는 인구조사

를 명했겠는가? 목자들이 양떼를 들밖으로 몰던 때라면 겨울이 아니라 가을

경이었을 것이라. 또는 로마연감에 따르면 교황 율리오 1세가 이방인의 축

제인 태양절을 없애려 그 때로 성탄절을 제정했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교회(안상홍)가 성탄절에 대해 날짜를 비판할 여지가 분명 있습니

다. 오늘날도 어떤 교회들은, 성탄절이 연말에 위치해서 흥청이는 세속 명절

로 변절되었다고 아무런 행사도 하지 않습니다. 종교개혁자들도 ‘주의 날’을

존중했지, 딱 하루 성탄절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 칼빈도 성탄절에

매주 설교해 오던 본문을 그대로 이어서 설교하였다고 전합니다.

    
물론 성경에 예수님의 탄생일에 대한 언급은 없습니다. 성탄이 꼭 12월 25

일이어야 하는 이유는 없는 것이지요. 실제 동방교회는 우리와 다르게 1월

6일을 성탄일로 지켜오고 있습니다. 대략 AD354년경부터 로마교회가 공식

적으로 성탄절을 12월 25일에 기념하기 시작했다고 전해지는데, 성서적 근

거는 이렇습니다. (눅1장)제사장 사가랴가 제비를 뽑아 분향하던 때 세례요

한을 갖게 되는데 그 때가 티슈리월 추분경이라. 그렇다면 세례 요한의 출

생은 9달 뒤 하지경이 됩니다. (눅1:36)에 보면 마리아가 수태고지를 받았을

때가 사가랴의 아내 엘리사벳이 세례요한을 잉태한지 6개월이었다고 말합니

다. 그렇다면 예수님의 잉태는 요한보다 6개월 후인 춘분때가 됩니다. 자연

스럽게 예수님의 탄생은 9개월 후인 동지경이 되지요. 성탄일이 지금 12월

하순경에 있는 것이 맞습니다. 2019년 올해 동지는 12월 22일 주일입니다.

    
• 성탄절의 위치

그런데 실은 성탄절이 정확한 날짜이냐 아니냐는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다른 날일 수도 있겠지요. 저는 성탄절이 위치한 때가 절묘하다고 생각합니

다. 12월 마지막 한 주간, 해마다 이때가 되면 만감이 교차하지요.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준비하는 시간, 누구나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됩니다. 세

월의 빠름, 인생의 허허로움을 느낍니다. 내 삶의 방향과 목적, 궁극적인 문

제에 대해 고뇌하기도 하지요. 그만큼 이 때가 되면 한 해를 아쉬워하고 좀

더 새로운 한 해를 소망하며 결단합니다. 자연스럽게 교회를 찾고 예수님의

말씀과 삶에 귀 기울이게 됩니다. 영원한 생명과 구원에 대해, 천국과 내세

의 소망에 마음 문을 엽니다. 나아가 주께서 이 땅에 오셔서 사랑과 섬김의

삶을 사셨듯, 소외되고 외로운 이들을 찾아가게도 됩니다. 재미있는 통계가

있는데, 신년초에 회원 수가 느는 곳이 둘 있는데 교회와 헬스클럽이라. 성

탄이 연말에 위치해 있는 또 하나의 의미입니다.

    
무엇보다 성탄절이 동지(冬至)절에 위치해 있다는 것이 의미있습니다. 동지

는 1년 중 낮이 가장 짧고 밤이 가장 긴 날이지요. 하지로부터 차츰 짧아지

던 하루해가 다시 길어지기 시작하는 날입니다. 어르신들에 의하면, 동지 절

이 되면 한 해의 묵은 기운과 어려움과 불만족스러웠던 것을 씻어 버리고

마음이 새롭게 되어 새해를 맞고자 기도했다지요. 그만큼 해와 빛을 중시했

습니다. 이것은 전 세계적인 풍습이어서, 로마시대 동지 절은 태양신 축제일

입니다. 이때가 되면 빛의 축제에 들떠 온 백성들이 흥청이었지요. 로마 기

독교는 바로 이때를 성탄절로 선포해서 세상의 참빛으로 오신 예수 그리스

도의 탄생을 알렸던 것입니다. 가장 깊은 어둠 속에 있는 동지 절에 성탄의

빛이 임한다는 것은 얼마나 깊은 의미를 담고 있는 것입니까? 오늘부터 시

작되는 대림절은 바로 어둠에서 빛으로 나아가는 여명(黎明)의 시작입니다.

    
• 빛으로 오시는 주님

그만큼 성탄절은 빛과 함께 찾아오지요. 오늘날에도 크리스마스 시즌이 왔

음을 제일 먼저 알리는 신호는 불빛의 등장입니다. 백화점이나 쇼핑몰, 거리

의 나무들마다 꼬마전구를 걸고 창가에는 촛불을 밝혀 두어 어디를 가나 다

환해집니다. 누구나 이 불빛을 받으면 가슴이 설레고 즐거워집니다. 마치 온

세상이 무수히 많은 잔별들 속에 싸여 있는 듯합니다.

우리 교회 성탄도 작년부터 더욱 멋지고 아름답습니다. 새로워진 성탄 장식

때문입니다. 강단 앞 양쪽에 걸게 그림 두 개가 드리어져 있고, 불을 밝힌

소나무들, 무엇보다 여러 곳에서 별이 빛나고 있습니다. 본당에 별이 몇 개

나 있을까요? 별 헤는 성탄입니다. 양쪽 벽에 큰 별이 세 개씩 6개가 빛나

고 있지요. 그리고 앞에 두 개가 있습니다. 십자가 오른쪽에 동방박사 세 사

람이 그 별을 보며 따라가고 있습니다. 왼쪽에 마침내 베들레헴 마구간에

그 별이 서게 되지요. 그곳에서 천사들이 데리고 온 목자들과 함께 메시아

예수 그리스도를 경배하는 그림입니다. 첫 성탄을 이끌어 가는 매개가 ‘별’

입니다. 별을 따라 온 동방박사, 별을 말하자 난리가 난 헤롯 왕궁, 별이 멈

춘 곳이 베들레헴, 별이 환히 비추는 첫 성탄의 마구간. 별들로 가득한 성탄

입니다.

    
또한 대림절에는 매 주 한 개씩 총 다섯 개의 촛불에 불을 밝힙니다. 교단

마다 초의 색깔도 배열도 다르고 붙여지는 초의 이름도 다르지만 대체로 이

렇습니다.

대림절1. 기다림과 소망의 초

대림절2. 회개와 평화의 초

대림절3. 나눔과 사랑의 초

대림절4. 만남과 기쁨의 초

성탄절. 성탄의 초

주일예배 때마다 하나씩 초를 켜면서 ‘오시는 하나님’(Das Kommen

Gottes)을 기다리는 것이지요. 그렇게 마음의 불을 켜는 대림절이라.

그렇습니다. 별빛과 불빛은 단순한 장식을 넘어 성탄의 중요한 상징물입니

다. 곧, 주께서 어두운 세상에 빛으로 오셨다는 것이지요. 세상은 어두운 곳

이며 예수께서 빛이 되어 주지 않으시면 우리는 결코 길을 찾거나 실체를

볼 수 없습니다. 크리스마스에 담겨 있는 영적 진리가 많지만, 먼저 이것부

터 이해하지 않고는 나머지를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눈 먼 세상, 어둔 세상

에 빛으로 오신 예수님!

    
오늘도 주께서 빛으로 오십니다. 우리 시대가 너무 어둡기 때문이요, 우리

마음눈이 어두워 스스로 길을 찾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빛이 어둠에 비취

되 어둠이 깨닫지 못하더라”(요1:5). 비록 눈을 뜨고 있으나 하나님과 멀어

지고 이웃간의 사귐이 없다면 어두움에 속한 자이지요. 그러나 아무리 우리

상황이 어렵고 암울해도 예수님의 빛을 통해 어둠은 물러갈 것입니다.

    
• 촛불을 켜라

별들이 태양을 보고 말합니다. “너는 어두움이 어떤 것인지 모르지? 우리는

밤에 어두울 때 하늘에서 반짝 반짝 빛나니 얼마나 사람들에게 박수를 받고

찬양을 받는지 아니?”

태양이 별들을 보고 부러워합니다. “어두움을 좀 구경시켜죠. 너희들만 구

경하지 말고... 나도 구경시켜줘~”

“그러면 오늘부터 밤에 우리 따라 오너라.”

별들이 앞장을 서고 태양이 따라 가보니 어두움이 어느 곳에도 없습니다.

“야, 거짓말쟁이들아 어두움이 어디 있느냐?”

별들이 말합니다. “이상하다~ 우리끼리 갈 때는 어두움이 반드시 있는데 왜

네가 따라오면 어둠이 없어지는지 모르겠다.”

    
오래된 아이들 동화의 한 토막입니다. 어두움은 빛 앞에 견디지를 못합니다. 

빛이 나타나면 어두움은 사라집니다. 사탄마귀는 온갖 어두움을 가지고 오

지만 예수께서 오시면 어두움은 다 사라져버리고 맙니다. 그래서 필리핀 마

르코스 독재 하에서 저항운동을 벌였던 시민조직 남프렐(NAMFREL)의 구호

는 이것이었습니다. “어둠을 탓하지 말고 한 자루 촛불을 켜라”.

    
<당신이 오신 날>

-이해인

    
당신이 빛으로 오신 날 우리는

아직 살라 버리지 못한 죄의 어둠 그대로 지닌 채

당신께 왔습니다.

    
예수님 어서 오십시오

비록 허물투성이의 삶일지라도

당신의 빛을 따르면 길이 열리오니

오직 당신만을 따르겠습니다

빛을 가리는 욕심의 어둠

불신의 어둠을 몰아내고

당신의 빛 안에 새로운 삶을

다시 시작하게 해 주십시오

    
중략…

    
색종이를 오려서

우리집 유리창에 별을 달듯이

오늘은 우리 마음이 창마다

당신의 이름을 별처럼 걸어놓고

당신이 오신 기쁨을 노래합니다

    
어서 오십시오 예수님

우리의 별이 되신 예수님

    
/사랑으로 샘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