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육신의 신비

    
• 가장 신비한 일

세상에는 신비한 일들이 많습니다. mistery라 하지요. 우주에 관한 비밀들,

자연과 생명에 대한 것들, 믿겨지지 않는 신비한 세상일들. 지식과 문명이

발전했음에도 불구하고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들이 많습니다.

그 가운데 가장 놀라운 신비가 무엇일까? 저는 성탄의 신비라 생각됩니다.

‘하나님이 사람이 되셨다’는 성육신(Incarnation) 교리는 아무리 연구를 하고

파헤쳐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것도 동정녀(童貞女)의 몸에서 탄생

하셨다?

그래서 사람들은 신화나 꾸며낸 이야기라 하지요. 그러나 이해되지 않는다

고 해서 믿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초대 교부 터툴리안은 “불합리

하기 때문에 믿는다” 하고, 어거스틴은 “이해하기 위해서 믿는다”고 말합니

다. 사람들이 이해하든 이해하지 못하든, 믿든 믿지 않든 성경은 우리에게

전합니다. 하나님이 사람이 되사 이 땅에 오셨다, 그가 구약에서 예언하신

메시아 예수 그리스도시라.

    
• 성육신

왜 그 분이 성육신하셨을까? 누가 이 땅에 와 달라고 요청한 사람 있나요?

사실 구약 때는 하나님이 사람에게 자신의 모습을 현현(Epiphany)하지 않으

셨습니다. 그 분을 뵈면 죽었지요. 모세에게도 눈을 가리고 뒷모습만 보여

주셨습니다(출33:26). 하나님을 보고 싶어 신성한 법궤를 들여다보았다가 5

만 명이 죽기도 했습니다(삼상6:19). 얼굴 없는 하나님의 역사, 구약입니다.

그만큼 하나님은 인간과는 질적으로 다르신 분, 거룩하시고 두려운 분이십

니다. 더욱이 당시 헬라 신중심사회에서, 말씀(λογος)가 육신(σάρξ)이 되었

다는 것은 견딜 수 없는 신성모독입니다. 오죽하면 영지주의(Gnoticism)는

‘어떻게 하나님이 어둡고 악마적인 인간이 될 수 있는가? 우리 눈에만 육체

처럼 보였을 뿐 본질은 하나님이시라’, 가현설(Docetism)을 주장했습니다.

예수님의 인성을 부인한 것이지요.

    
그런데 말라기를 지나면서 하나님께서 마음을 바꾸십니다. 말씀으로만 나타

나시지 않고 몸 전체를 나타내 보이십니다. 어떻게? 성육신하심으로.

“그는 근본 하나님의 본체시나 하나님과 동등됨을 취할 것으로 여기지 아니

하시고 오히려 자기를 비워 종의 형체를 가지사 사람들과 같이 되셨고 사람

의 모양으로 나타나사...”(빌2:6-8)

하나님의 심경 변화? 왜일까요. 세상이 너무 타락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

이 어디 계시냐, 하나님이 우리를 사랑하신다고?” 이게 구약 마지막 말라기

의 주제이에요.

“주께서 어떻게 우리를 사랑하셨나이까”(말1:2)

“우리가 무슨 말로 주를 대적하였나이까”(말3:13)

  
이제는 하늘에서 내려오는 말씀만 가지고서는 살 수 없는 인생들이 되었습

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 직접 이 땅에 오십니다. 어떻게? 사람이 되신 것이

지요.

    
• 다미엔 신부

19세기를 대표하는 성인 중에 다미엔(다미안) 신부가 있습니다. 벨기에 출신

인데요, 하와이 몰로카이 섬에서 선교하셨습니다. 한쪽은 지상낙원 휴양지였

지만 한 구석에는 지옥과 같은 곳. 소록도처럼 나병환자들로 가득하고 송장

냄새가 나는 곳입니다. 하루에도 수 없이 죽어 나가는 그 곳에 33살 젊은

신부가 온 것입니다. 그는 많은 나환자들의 집을 지어주고 나환자들 고름을

짜주고 씻어 줍니다. 매일 죽어가는 이들을 위하여 관을 만들고 무덤을 파

고 장례를 치러 주었지요. 그는 눈물을 흘리면서 설교했습니다. “하나님께서

여러분들을 사랑하십니다”. 1881년에는 하와이 정부로부터 나환자들을 위해

헌신한 공로로 ‘카라카우아’ 훈장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해요. 나환자들이 마음을 깊이 주지 않아요. 마음문을 활짝 열지

않습니다. 예수님을 받아들이지 않아요. 가만히 들어 보니 나환자들이 의심

합니다, 냉소적입니다. “하나님이 우리를 사랑하신다고? 신부님은 건강하기

때문에 그렇게 말하지, 만약 우리처럼 날마다 몸이 썩어간다면 그렇게 설교

하진 못할 것이오” 그들의 마음이 굳게 닫혀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자 마침

내 신부는 비장한 기도를 드리기 시작합니다. “주님, 저를 문둥이로 만들어

주세요. 죄인을 구하기 위해서 죄인같이 되셨던 예수님처럼”

기도만 한 것이 아니에요. 실제로 나병환자가 되기를 소망하며 힘을 썼습니

다. 결국 나병에 걸려요. 감각이 점차로 무디어가고, 눈썹이 빠지고, 관절이

떨어져 나갔습니다. 손가락 마디가 썩어가는 문둥병자의 모습으로 그들 앞

에 선 다미엔 신부는 외침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주님은 문둥병에 걸린 나

와 우리들을 사랑하십니다.”

자신들과 마찬가지로 문둥병에 걸린 신부가 이같은 복음을 외쳤을 때, 수많

은 문둥병자들이 감동을 받았고 복음을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단 3년 만

에 그 죽음의 섬에서 800명이 복음을 받아들이는 대 구원의 역사가 일어났

습니다.

    
주께서 이 땅에 사람 몸으로 오신 성육신을 이렇게 비유할 수 있겠습니다.

우리 위해 이 땅에 오사 죽기까지 순종하시어 하나님의 뜻을 이루셨습니다.

“기독교의 하나님은 당신이 지나온 모든 자리를 친히 지나오신 분이다. 지

금 당신이 처한 어둠은 물론 그보다 더한 곳까지도 그 분은 통과하셨다.

그래서 당신은 그 분을 신뢰하고 의지할 수 있다. 그 분은 다 아시며 능력

으로 당신을 위로하시고 힘을 주시고 끝까지 붙들어 주신다”

(팀 켈러. <예수 예수>, 87쪽)

/사랑으로 샘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