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두 번 나오니까 쓰기도 좋고 보기에도 좋고 2019보다 뭔가 온전해진 느

낌입니다. 그러고 보니 교회 창립 50주년인데, 50이라는 숫자도 마찬가지이

네요. 보름달이 되듯 꽉 찬 느낌입니다. “50년의 감사, 50년의 소망”.

특히 50년은 이스라엘에게 희년(禧年, Jubilee)이라 했지요. 7년 안식년이

일곱 번 지난 해, 대안식년입니다. 희년이 되면 땅과 집을 원 주인에게 돌려

주고, 빚이 탕감되고 종(노예)들은 자유를 얻으며 모든 것이 회복되었습니다

(레25장).

“너희는 오십 년째 해를 거룩하게 하여 그 땅에 있는 모든 주민을 위하여 자

유를 공포하라 이 해는 너희에게 희년이니... 너희에게 거룩함이니라 너희는

밭의 소출을 먹으리라”(레25:10-)

모든 묶여진 것들이 온전히 회복되는 희년, 그 은총이 가정과 교회, 온 누리

에 함께 하시길 빕니다.

• 50년의 소망
주제 성구는 신명기 말씀 가운데 한 곳이지요.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돌보아 주시는 땅이라 연초부터 연말까지 네 하나님

여호와의 눈이 항상 그 위에 있느니라”(신11:12절)

지금 이스라엘이 있는 곳, 그 삶의 자리(Sitz im Leben)가 중요하다 했습니
다. 요단 동편 모압땅 느보산 기슭입니다. 40년 광야생활을 마치고 요단 서

편 가나안 땅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젖과 꿀이 흐른다는 땅! 꿈에도 그리던

곳, 손에 잡힐 듯 들어와 있지만, 아직은 아닙니다. 넘실대는 요단을 도하해

야 하고 철병거로 무장한 일곱 족속들과 거친 싸움을 해야 합니다.

“우리가 그 땅을 차지할 수 있을까?”

모세는 새롭게 시작해야 하는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하나님 말씀을 전합니

다. 먼저는 지난날을 돌아보며 감사하자. 40년의 감사, 우리로 하면 50년의

감사입니다. 과거를 돌아보며 그 은혜에 감사하는 것입니다. 감사가 믿음이

고 감사할 때 더 큰 감사로 인도하십니다.

    
그리고 소망을 가지라. 지나온 시절 돌아보고 감사만 하고 있으면 안 되지

요. 앞을 바라보아야 합니다. 해야 할 일이 있어요. 50년의 감사? 50년의

소망. 2020년의 소망을 향해, 50년의 소망을 향해 나아가라.

그 소망을 위해 이스라엘에게 약속을 주시지요. 소망은 약속에서 시작됩니

다. 약속의 땅 가나안, 소위 ‘젖과 꿀이 흐르는 땅’에 대한 약속입니다. a

land flowing with milk and honey. 성경도 이 땅을 가리켜 '아름답고 광대

한 땅'(출3:8), '모든 땅 중의 아름다운 곳'(겔20:6,15)으로 전합니다.

    
그런데 정말이까? 양떼들에게서 젖이 많이 나와 우유가 흐르는 땅일까? 비

옥한 땅을 채운 과수나무에 달린 벌통들이 땅에 떨어져 질퍽한 땅일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가 성지순례 갔던 이스라엘이 바로 그 땅이지

요. 대부분 메마르고 척박한 땅입니다. “이 땅에 젖과 꿀이 흐른다?”.

    
• 애굽과 가나안

본문 (신11:10-11절)에 보면 두 땅을 선명하게 비교합니다.

‘애굽 땅’과 ‘건너가서 차지할 땅’.

이스라엘이 살던 애굽 고센은 6690km의 유장한 나일강의 마지막 삼각주 지

역입니다. 나일강이 주기적으로 범람해서 땅이 비옥하고, 강물을 대서 농사

를 지으니 물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일찍이 인류 문명이 여기에서 발전

된 이유입니다. 젖이 풍성하려면 양떼들이 먹을 초지가 풍성해야 하고, 그러

기 위해선 물이 넉넉해야 합니다. 꿀벌을 키우려 해도 풀이 많은 곳이어야

하지요. 풀이 많아야 꽃이 많고 그러려면 역시 물이 필요합니다. 나일강가에

서 수차(水車)를 발로 저어 끌어올리기만 하면 농사짓는데 문제가 없습니다.

하늘을 쳐다 볼 이유가 없었으니, 나일은 실로 생명의 젖줄이고 신앙의 대

상입니다. 요셉시대 정착한 히브리인들도 수백 년 동안 거기서 농사를 짓고

목축과 양봉을 하면서 젖과 꿀이 풍부한 삶을 살았습니다.

“...거기에서는 너희가 파종한 후에 발로 물 대기를 채소밭에 댐과 같이 하

였거니와”(신11:10절)

    
반면에 ‘건너가서 차지할 땅’ 가나안은 애굽과 다른 곳이지요. 그 곳에서는

오직 하늘을 바라보아야 합니다. “...산과 골짜기가 있어서 하늘에서 내리는

비를 흡수하는 땅”(신11:11절) 입니다. 농사는 평지에서 지어야 하는데 산과

골짜기들이니 강물도 저수지도 없습니다. 하늘에서 내리는 비로 농사를지

어야 하는 천수답입니다. 이른 비와 늦은 비가 필요합니다. 그것이 한 해의

풍작과 흉작을 가늠합니다. 그것도 금방 비를 흡수해 버리는 박토(薄土)이니

곡물과 채소를 경작하기 어렵습니다. 애굽 고센에 비하면 사실은 사람 살

데가 못되는 땅입니다. 그 옛날 아브람도 이 땅에서 기근으로 인해 애굽으

로 내려갔습니다(창12장). 이삭도 가나안 땅에서 애굽으로 이주하려 했습니

다(창26장). 요셉시대 야곱 가족들이 가나안에 흉년이 들어 애굽으로 왔었

고, 엘리야 시대 무려 3년 반이나 기근이 있었습니다. 늘 가뭄과 기근으로

말라 있는 땅을 어찌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라 할 수 있겠습니까? 팩트 체

크, 예 정탐꾼의 보고를 오늘날 팩트체크 해 본다면, 열 명의 보고가 맞습니

다. 여호수아 갈렙은 신앙의 눈으로 바라본 것뿐이지요.

    
• 약속의 가나안

자, 그러니 이스라엘이 나온 고센 땅과 들어갈 가나안, 어느 곳이 더 좋은

땅일까요? 당연히 고센 땅입니다. 그런데 가나안을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

라 말합니다. 왜일까? 그 대답이 올해 주제 성구입니다.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돌보아 주시는 땅이라 연초부터 연말까지 네 하나

님 여호와의 눈이 항상 그 위에 있느니라”(신11:12절)

    
하나님께서 다스리시며 돌보시는 땅, 여호와의 눈이 항상 그 위에 있는 땅

이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이렇게 말씀하고 계신 것입니다. “애굽에서처럼

땅을 바라보고 내 힘으로 살 것인가, 하늘을 바라볼 것인가?”

그 신앙의 눈으로 보면 고센 땅은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땅이 아니었습니다.

물이 풍성하고 땅이 비옥하니 애타게 하늘에 비를 구하지 않아도 됩니다.

나일강이 그들을 먹이고 입히고 마시게 하니 하나님이 필요 없는 땅입니다.

이스라엘이 4백년이 넘게 그 풍요한 삶에 빠져 있었지요. 광야에서 불평할

때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가 애굽에 있을 때에는 값없이 생선과 외와 수박과 부추와 파와 마늘들

을 먹은 것이 생각나거늘 이제는 우리 정력이 쇠약하되 이 만나 외에는 보이

는 것이 아무 것도 없도다”(민11:5)

    
• 젖과 꿀이 흐르는 땅

그러나 가나안은 하나님을 찾아야 합니다. 하늘에 의지해서 살아야 합니다.

하나님께 간구해야 했고, 교만해지거나 자만할 여유가 없습니다. 하나님이

기뻐하시지 않는 우상숭배 같은 일은 삼가고 하나님 눈치를 살펴야 합니다.

하나님은 이스라엘에게 하나님을 알게 하기 원하셨습니다. 하나님의 택한

백성이 되길 원하셨습니다. 그러니 애굽의 기름진 고센 땅에 있어서는 안되

었지요. 마침 기회가 왔습니다. 포악한 애굽 왕들에게 하비루(habiru)들이

핍박을 받게 되자, 저들을 광야로 이끌어 내셨습니다. 하나님을 찾고 예배하

는 법을 가르치시고 끝내 가나안으로 인도하신 것입니다.

    
그러므로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란 고센 땅도 가나안 땅도 아닙니다. 땅만

파면 물이 나오고 개업만 하면 손님이 들끓는 목이 좋은 장소도 아닙니다.

하나님을 알고 하나님을 의지하며 하나님 은혜로 사는 곳입니다. 그 은혜에

감사하며 말씀에 순종해서 하나님의 백성으로 거룩하게 사는 곳입니다. 그

것을 온 백성들이 보고 열방이 구원 받게 하시는 땅입니다. 비록 메마른 땅

이지만 하늘 문을 열어 주시면 비가 내려 곡식과 포도주와 기름이 풍성하게

됩니다. 그때에야 젖이 흘러넘치고 들에 풀과 꽃들이 피어 꿀이 가득하게

됩니다. 실제로 이스라엘은 광야에서 그런 삶을 살았습니다. 2백만 명이 40

년 동안, 만나와 메추라기로 불기둥 구름기둥으로 반석에서 물을 내시사 발

이 부릍지 않게 하시고 옷이 해지지 않게 하셨습니다(신8:4). 하나님의 은혜

를 가장 크게 경험한 곳, 광야였습니다.

    
(신11:13절)은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을 이렇게 말합니다.

“내가 오늘날 너희에게 명하는 나의 명령을 너희가 만일 청종하고 너희의

하나님 여호와를 사랑하여 마음을 다하고 성품을 다하여 섬기면 여호와께

서 너희 땅에 이른 비, 늦은 비를 적당한 때에 내리시리니 너희가 곡식과

포도주와 기름을 얻을 것이요 또 육축을 위하여 들에 풀이 나게 하시리니

네가 먹고 배부를 것이라”(신11:13절)

    
• 그 땅에 이르는 성도들

그러므로 (신11:10절)과 (11절)은 애굽과 가나안이 갈라지는 지점입니다.

“...거기에서는 너희가 파종한 후에 발로 물 대기를 채소밭에 댐과 같이 하

였거니와”(신11:10절)

“너희가 건너가서 차지할 땅은... 산과 골짜기가 있어서 하늘에서 내리는

비를 흡수하는 땅이요”(신11:11절)

    
땅을 보며 사는 인생과 하늘을 보며 사는 인생. 세상적인 관점과 신앙적 관

점, 세상적인 삶의 방식과 성경적인 삶의 방식. 당신은 어느 쪽에 속하십니

까? 한 해 동안 어떻게 사실 것입니까?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은 세상에 없습

니다. 그 곳은 어디 고정된 장소가 아니라 말씀에 순종하며 주님과 동행해

서 하나님 은혜로 살아가고 주의 뜻이 이루어지는 곳입니다. 올 한 해, 그

땅에 다 이르시기를 바랍니다.

    
/사랑으로 샘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