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게벳의 노래

    
• 요게벳

사람들은 모세에게 주목하지요. 생후 3개월 된 아이, 갈대상자, 애굽 왕자,

열 재앙, 홍해, 십계명. 성경에서도 모세의 이름은 813번이나 언급됩니다.

대략 마흔 절에 한 번 꼴로 그 이름이 나올 정도이니 참으로 위대한 인물이

지요. 거기에 비하면 요게벳은? 잘 모릅니다. (출2장)모세 출생 본문에도 어

미의 이름은 나오지 않습니다. 그저 ‘레위 여자’로 언급될 뿐. 성경 전체에

서 딱 두 번 언급되는데 (출6장)(민26:59)에 레위지파 족보 가운데 잠간 스

치듯 나옵니다.

“아므람은 그들의 아버지의 누이 요게벳을 아내로 맞이하였고 그는 아론과

모세를 낳았으며 아므람의 나이는 백삼십칠 세였으며”(출6:20)

    
우리에게도 생소한 요게벳은 모세에게 집중하도록 하는 보잘 것 없는 조연

일 뿐입니다. 저도 그녀에게 별 관심이 없었어요. 그런데 성경에서 잠자고

있던 그녀를 불러 세운 찬양이 있습니다. <요게벳의 노래>.

    
♬ 작은 갈대상자 물이 새지 않도록 역청과 나무진을 칠하네

어떤 맘이었을까? 그녀의 두 눈엔 눈물이 흐르고 흘러

동그란 눈으로 엄마를 보고 있는 아이와 입을 맞추고

상자를 덮고 강가에 띄우며 간절히 기도했겠지

정처 없이 강물에 흔들 흔들 흘러 내려가는 그 상자를 보며

눈을 감아도 보이는 아이와 눈을 맞추며 주저앉아 눈물을 흘렸겠지

너의 삶의 참 주인 너의 참 부모이신 하나님 그 손에 너의 삶을 맡긴다.

너의 삶의 참 주인 너를 이끄시는 주 하나님 그 손에 너의 삶을 드린다.

망치로 얻어맞은 듯, 이 찬양이 영혼 깊은 곳에 울려 깨웁니다.

“어떤 마음이었을까”.

돌도 안 된 3개월 핏덩이를 떠나보내야 하는 어미의 마음은. 그것도 나일강,

그 물살이 급하고 악어가 득실대는 죽음의 강으로. 얼기설기 갈대상자를 만

들고, 혹여 물이 새지 않도록 역청과 나무 진을 칠하는 마음, 금방 뒤집힐

터이지만, 그래도 할 수 있는 것이 이것 밖에 없기에 바르고 또 바르지 않

았을까? 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아이, 꼼지락 대는 손가락을 마지막

놓을 때, 갈대상자를 어떻게 띄워 보냈을까, 그날따라 나일강물이 얼마나 넘

실댔을까, 악어가 무서워 여인들은 평소에 가까이 가지도 못했던 강가. 폭포

가 가까울수록 물은 급류로 흐르는데, 아이가 얼마나 두려울까 얼마나 울어

댈까 얼마나 엄마를 찾을까, 두 눈에 눈물이 흐르고 흘러, 정처 없이 강물에

흔들흔들 흘러가는 상자를 보며. 주저앉아 또다시 눈물을 흘렸겠지.

    
• 갈대상자 인생

저는 지난 주 내내 이 찬양을 참 많이 들었습니다. 아이를 보내는 애달픈

어미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옵니다. 나일강에 띄운 배 아닌 배, 갈대상자(a

reed box). 사람의 눈으로 보기에는 절망의 상자요 불행의 절정입니다. 이

렇게 저주받은 인생이 어디 있겠어요? 갈대상자는 뒤집힐 수도 있고 악어밥

이 될 수도, 굶어 죽을 수도 있습니다.

    
사실은 우리 인생이 그렇습니다. 갈대상자 같은 인생. 세상이 풍랑이는 나일

강과 같습니다. 도처에서 전쟁이 있고 불난리가 끊이지 않으며 화산이 폭발

하고 있습니다. 며칠 전 우리가 돕는 필리핀(나보타스 교회) 박선호 선교사

님께서 다급하게 기도부탁을 하십니다. 필리핀 탈 화산 폭발의 잔재가 선교

지 근처까지 날아와 초긴장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렇듯 날마다 불안하고 두려운 시대, 흔들리는 인생입니다. 때론 베드로처

럼 풍랑 속에 빠지고, 욥처럼 파산해서 절망의 강물에 떠내려갑니다. 이 풍

랑의 끝은 도대체 언제인지. 이러다 내 인생이 끝나는 것은 아닌지.

    
• 희망의 배

그러나 나일강의 갈대상자를 뚫어지게 주목하신 분이 계셨습니다. 그분은

모세를 이 땅에 내시고 지금도 갈대상자가 목표를 향하여 가도록 바람의 방

향과 속도까지 조종하시는 분입니다. 우리를 사랑하는 하나님! 그 하나님의

목적을 이룰 때까지 갈대상자는 절대 뒤집히지도, 끝장나지도 않을 것입니

다. 목적 없이 아슬아슬 떠내려가는 것처럼 보일 뿐, 하나님의 보이지 않는

손길에 의해 운전되고 있습니다. 이제 하나님의 때, 절묘한 타이밍으로 강에

서 건짐 받고 제국의 왕자로 자랄 것입니다. 그리고 80여년이 지난 후 호렙

산 불타는 떨기나무 사이에서 소명을 받아 하나님의 백성 이스라엘을 구원

하는 일에 지도자가 될 것입니다. 요게벳은 그런 하나님을 바라보고 그 하

나님께 이 갈대상자를 맡긴 것입니다.

♬ 너의 삶의 참 주인 너의 참 부모이신 하나님 그 손에 너의 삶을 맡긴다.

너의 삶의 참 주인 너를 이끄시는 주 하나님 그 손에 너의 삶을 드린다.

    
그러므로 <요게벳의 노래> 처음 시작은 깊은 슬픔이었지만 끝까지 들어보

면 크나큰 희망의 노래입니다. 하나님은 요게벳의 눈물을 요게벳의 노래로

바꾸셨습니다. 요게벳의 노래에는 그녀의 기도와 믿음이 담겨 있습니다.

“믿음으로 모세가 났을 때 그 부모가 아름다운 아이임을 보고 석 달 동안

숨겨 왕의 명령을 무서워하지 아니하였으며”(히11:23절)

    
이 믿음으로 나가면 기적을 만듭니다. “내 힘으로 안 될 때 빈손으로 걸을

때 그때가 하나님의 때”. 기차가 기적소리를 내는 곳이 주로 어두운 터널을

만날 때라고 하지요. 왜 그 소리를 ‘기적’이라고 할까? 물론 한자로 ‘기적’

(汽笛)이지만 재미있는 상상을 해봅니다. 인생의 터널이 아무리 길고 어두워

도 하나님이 손대시면 ‘기적’(奇蹟) 소리가 납니다. 고질병에 점 하나를 더하

면 ‘고칠병’이 되고, 빚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 더하면 ‘빛’이 됩니다. 하나님

을 분명하게 믿는 인생은 오늘도 이런 기적이 일어납니다. 요게벳의 눈물을

요게벳의 노래로 바꾸십니다.

“주께서 나의 슬픔이 변하여 내게 춤이 되게 하시며 나의 베옷을 벗기고 기쁨

으로 띠 띠우셨나이다”(시30:11)

저는 2020년, 한 해를 시작하는 우리를 갈대상자로 비유하고 싶습니다. 무

엇보다 50년의 새로운 항해를 앞두고 있는 우리 교회를 생각해 보면 더욱

그리합니다. 망망대해를 향한 우리 배가 항공모함일까, 유람선일까, 작디 작

은 갈대상자는 아닐까? 갈대상자 인생, 요게벳처럼 하나님을 바라보십시다.

그 하나님께 맡기고 의지하십시다. 끝내 당신도 요게벳의 노래를 부르게 하

시리라.

/사랑으로 샘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