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 로쉬 하샤나

• 이스라엘의 설 명절

설 명절입니다. 2020년 새해를 맞은 지 한 달여 만에 우리식의 새해를 맞은

것입니다. 설은 ‘낯설다’라는 말에서 왔다지요. 새로운 한 해, 살아보지 않은

낯선 날들을 시작합니다. 올 한 해 어떤 일들이 우리 앞에 있을까요? 다시

시작하는 새해를 통해, 내가 서 있는 자리가 어디인지, 목표를 향해 열심히

달려가고 있는지 점검해 보는 것입니다.

이스라엘에도 설 명절이 있습니다. 신년 나팔절입니다. 오랜 민간력으로 새

해 1월(티쉬리월) 첫날입니다. 양력으로는 9-10월경이고, 출애굽을 원년으

로 하는 종교력으로는 7월 1일입니다. 첫날이 신년이고, 속죄일이 10일이

며, 초막절이 15일부터 일주일 동안 이어져서 하반기 절기가 집중되어 있습

니다. 나팔을 불어 새해가 되었음을 선포해서 나팔절이라, 이틀 동안 쇼파라

는 뿔 나팔 소리를 듣습니다.

설 명절을 히브리어로 ‘로쉬 하샤나’라 부릅니다. ‘로쉬’는 ‘머리’(head), ‘하

샤나’는 ‘해(the year)’, ‘한 해의 머리(시작, head of the year)입니다. 유대

인들은 이날을 하나님께서 천지를 창조하신 첫 번째 날이라 믿습니다. 혹은

아담과 하와가 창조된 날이라 생각하기도 합니다. 하나님은 창조자이시고

인간은 그 세계를 누리는 존재이라. 신년은 이러한 창조주 하나님을 기억하

는 날입니다.

또한, 신년은 심판의 날입니다(욤 하딘). 하나님 앞에서 자신을 돌아보는 날

이지요. 지난해 동안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잘못된 것은 무엇이고, 사람과의

관계에서 고칠 것은 없었는가? 그래서 화해하는 날입니다.

탈무드 전승에 따르면, 하나님께서 로쉬 하샤나에 3권의 책을 펴서 의인, 악

인, 그리고 의인도 악인도 아닌 사람의 이름을 구분해서 기입한다고 전합니

다. 세 번째 그룹의 심판은 속죄의 날까지 연기되며, 심판의 결과에 따라 이

스라엘의 새해 운명이 결정됩니다. 즉 개개인의 공과에 따라 개인의 운명

및 그가 속한 공동체의 운명이 결정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신년에는 구제

하기를 힘씁니다. 하나님의 혹독한 심판을 누그러뜨리는 세 가지가 있으니

곧 회개(테슈바), 기도(트필라), 구제(쩨다카)가 입니다. 그래서 새해를 맞기

전에 구제에 힘쓰며 준비합니다. 그렇게 저들은 생활 안에 철저하게 하나님

의 자리를 마련했던 것입니다.

• 로쉬 하샤나에 하는 일

로쉬 하샤나 명절은 이틀동안 계속됩니다. 해가 져서 새해 첫 날이 시작되

면 밤새도록 금식을 하며 새해를 맞습니다. 날이 밝으면 먼저 예배를 드립

니다. 그날은 ‘성회라’. (민29:2-6)구약시대때는 번제와 소제, 속죄제 등 화

제를 드렸습니다. 그 시대 이후에는 회당을 찾아서 평소 예배보다 더 많은

세 번의 예배를 드리고 여러 기도 시간을 갖습니다. 이 기도 시간은 7월 10

일 대속죄일까지 이어져서 철저히 회개하며 새해를 맞습니다. 이 기간을 회

개하는 10일, ‘아싸랏 여메이 테슈바’(תשובה ימי עשרת) 라고 부릅니다. 한 해

잘못들을 반성하는 시간이며, 하나님 앞에서 신년에는 동일한 잘못들을 반

복하지 않겠다고 결심하는 시간입니다. 특히 그 기간에 사람에게 지은 죄를

회개하는데, 그래야만 10일 대속죄일에 하나님께 지은 죄를 용서받을 수 있

습니다. 그래서 새해 (1-9일) 사이에 사람들을 열심히 찾아다니면서 용서를

구합니다.

둘째, 신년 오후가 되면 시냇가로 가서 거룩한 의식을 행합니다. ‘탸술리크’

(תשליך). 흐르는 물에 자신의 죄를 던져 버리는 것입니다. (미7:18)에 기초하

는데, “우리의 죄악을 발로 밟으시고 우리의 모든 죄를 깊은 바다에 던지시

리이다”(미7:18-). 죄의 상징으로 빵이나 음식 또는 조약돌을 물로 던집니

다. 시편 이사야의 말씀을 암송하며 이 의식을 행합니다.

셋째, 새해에 먹는 음식이 있습니다. 좀 소박한데, 새해가 되면 밤새 금식을

한 후에 아침에 초를 밝히고 떡과 잔을 나눕니다. 신 것은 피하고 단 것을

먹는데, 꿀처럼 단 한 해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꿀 묻힌 사과를 먹습니

다. 석류를 먹기도 하는데, 석류 안의 많은 씨처럼 풍성한 한 해를 기원합니

다. 고기는 짐승의 머리 부분에 있는 혀나 머리 고기를 먹습니다. 한 해 머

리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입니다. 이런 음식을 ‘여히 라쪼(Yehi Ratzo)라

부르는데 ‘당신의 뜻대로 될 것이다’라는 의미입니다.

넷째, 새해의 덕담입니다. 우리는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건강하세요. 소망

이 이루어지시기 바랍니다.” 등이지요. 이스라엘 사람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샤나 토바’(Leshanah tovah), ‘행복한 한 해 되세요’라는 뜻입니다. 또는

“생명책에 이름이 기록되고 인봉되기를 기원합니다”라는 인사도 많이 합니

다.

• 나팔절

특별히 신년 절기의 특징은 나팔(쇼파르)을 분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나팔절

(욤 하트루아, יום התרועה)입니다. 전국 각지에서 나팔을 불러 신년이 시작되

었음을 알립니다. 이스라엘에게 나팔은 깊은 뜻을 가지고 있지요. 광야에서

진이 이동할 때, 전쟁을 시작할 때 나팔을 불었지요. 이렇게 월삭, 안식일,

신년의 시작을 알릴 때 나팔을 불었습니다. 양각나팔과 은나팔이 있는데, 은

나팔은 주로 국가 행사에 사용되었고 양각나팔은 종교행사, 절기나 성회 총

회때 사용했습니다. 신년에 부는 나팔은 숫양의 뿔로 만든 양각나팔입니다.

이때 소뿔로는 만들지 않았대요. 왜일까? 하나님이 금송아지 사건을 기억하

실까봐 염려해서라고 합니다. 유대인 성서주석인 미드라쉬에는 아브라함이

모리아 산에서 독자 이삭을 바치려고 한 날을 신년으로 했다고 해요. 번제

로 바쳐져야 할 이삭을 대신해서 죽은 수양을 기억하도록 신년에 숫양의 뿔

로 만든 양각나팔을 분다는 것입니다. 달이 그믐달에서 초생달로 바뀌는 순

간, 나팔절을 알리는 100번의 나팔을 붑니다. 나팔은 4가지 소리를 일정한

순서에 따라 반복해서 불게 됩니다. 나팔소리에 따라 그 마음 가짐이 달라

요.

첫째, ‘테키야’. 저음으로 길게 소리를 냅니다. 왕의 대관식을 알리는 소리입

니다. 새해 하나님께서 만물의 왕이시다. 왕이신 하나님께서 함께 해 주시기

를 비는 것이지요.

둘째, ‘슈바림’. 짧게 세 번 끊어서 내는 떨리는 소리입니다. “뚜,뚜,뚜”. 회

개를 요청하는 소리입니다. 마치 짧은 소리가 ‘회개하라,회개하라,회개하라’

이런 음성으로 듣습니다.

셋째, ‘테루아’. 슈바림을 세 번 연속해서 9번 소리를 냅니다. “뚜뚜뚜,뚜뚜

뚜,뚜뚜뚜”. 이 또한 영적인 각성을 요청하는 소리입니다.

넷째, ‘테키야 그돌라’. 맨 처음 테키야 소리를 크고 길게 붑니다. 하나님의

음성을 상징합니다. 하나님께서 새해 우리에게 말씀하신다, 그 음성을 들으

라.

이렇게 네 종류의 소리를 조합해서 모두 100번의 나팔 소리를 냅니다. 이때

회개하며 하나님의 은혜를 구합니다. 그러므로 나팔을 부는 목적은, ‘새해

왕이신 하나님을 기억하라’, ‘회개하라’, ‘하나님 말씀을 들으라’는 뜻입니다.

어느 교회는 목사님께서 설 명절이 되면 성도들을 데리고 산에 올라가서 나

팔을 분다지요. 그러면 성도들이 회개하며 그렇게 은혜가 된다고 하네요.

탈무드에 보면 신년에 울려 퍼지는 쇼파 나팔 소리를 다음과 같이 해석합니

다. “잠에 빠져 있는 잠꾸러기들아. 잠에서 깨어나라! 선잠에 빠져 있는 잠

꾸러기들아. 정신을 차려라! 너의 행위를 점검하며 하나님께 돌이켜 회개하

라. 남기지도 못할 이익을 헛되이 구하며 세월을 허송하는 자여. 일상의 사

사로운 일에 빠져 영원한 진리를 바라보지 못하는 자여. 너의 창조주를 기

억하라. 너 자신을 자세히 살펴보라. 너의 삶과 행사를 높여라. 너의 악한

행위와 비천한 계획을 포기하라.”

• 나팔절과 그리스도

이러한 나팔 개념들은 신약성경에서도 이어집니다. 말일의 때에는 나팔 소

리와 함께 산 자와 죽은 자들이 모두 일어서 왕 되신 여호와 앞에 심판을

받게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나팔절은 다시 오실 예수 그리스도와 연관됩니

다.

구원론적으로 보면, 신년 절기는 옛 것이 사라지고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는

출발점입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영적으로 추수를 마치셨습니다. 사단의 세

력과 싸워서 최후 승리를 하셨습니다. 유대인들이 나팔을 불어 총회를 소집

했듯, 그리스도께서도 마지막 날에 나팔을 불어 자기 백성들을 땅 끝에서

불러 모으십니다.

“저가 큰 나팔 소리와 함께 천사들을 보내리니 저희가 그 택하신 자들을 하

늘 이 끝에서 저 끝까지 사방에서 모으리라”(마24:31)

이같은 나팔 소리는 교회에 대하여 특별한 신호를 알리는 마지막 나팔입니

다.

“보라 내가 너희에게 비밀을 말하노니, 우리가 다 잠잘 것이 아니요, 마지막

나팔에 순식간에 홀연히 변화하리니, 나팔 소리가 나매, 죽은 자들이 썩지 아

니할 것으로 다시 살고 우리도 변화하리라.”(고전15:51-52)

그러므로 최후의 나팔은 성도들에게 가장 기쁨을 주는 날이 될 것입니다.

“주께서 호령과 천사장의 소리와 하나님의 나팔로 친히 하늘로 좇아 강림하

시리니...”(살전4:16)

“나팔 소리가 나매 죽은 자들이 썩지 아니할 것으로 다시 살고 우리도 변화

하리라”(고전15:52)

우리는 나팔 소리가 울려 퍼질 때까지 주의 일에 힘쓰며 그 날을 준비해야

할 것입니다. 2020년 새 날을 주셨습니다. 나팔을 불지는 않지만, 하나님

말씀이 나팔입니다. 찬송이 나팔입니다. 회개하며 깨어서 기도함으로 새해를

맞이하고, 마지막 그 날을 준비하는 성도들 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