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지대(safety zone)

    
• 안전한 세상?

지난 한 주간도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불안과 고초를 겪었습니다. 가벼운

기침이나 재채기 한 번에도 주변의 눈총을 한 몸에(?) 받게 되지요. 교회 또

한 영향이 커서 빈자리가 적지 않습니다. 주일예배 뿐 아니라 새벽에도, 교

회학교는 심각해서 유치부 아동부는 예배와 모임이 어려울 정도입니다. 마

냥 손 놓고 지나가기만을 기다릴 수는 없지요. 교회 오기 어려운 아이들 젊

은 가정들 노약자들에게 연락을 취하며 보살피고, 관리부에서는 교회 전체

방역을 실시했습니다. 앞으로도 예배가 마치면 자주 부분 방역을 해서 청결

함을 유지하고자 합니다.

    
금요일에 관리부에서 방역을 하는 중이었어요. 잠시 목양실에서 쫓겨나(?)

있는데, 해야 할 일이 많아 얼른 들어가고자 했어요.

“집사님, 이제 방에 들어가도 되나요?”

“목사님 벌써요?”

“기생충도 아니고 목사야 안 죽겠지요”

“예, 목사님은 괜찮으실거에요. 들어가세요”

이럴 때마다 늘 드는 생각, ‘믿음도 좋으셔라’. 그러고 들어왔더니 연기가

아직 빠지지 않아 뿌여니 냄새는 매콤하고 정신이 몽롱해 집니다. “아, 어디

고 안전한 곳이 없구나”.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4개상을 휩쓸었습니다. 와이파이를 찾기 위해 변기

에 올라가야 하는 반지하 백수 가족, 박스 접기로 근근이 사는 저들 몸에서

는 퀴퀴한 냄새가 났습니다. 아들이 거짓으로 부잣집 과외교사가 되더니 누

나 아버지 엄마까지 데리고 들어가지요. 기생충이 온 몸에 퍼지듯, 그 집에

운전사 가정부를 모두 몰아내고 말입니다. 그런데 그 집 지하에는 진짜 기

생충 같은 인생이 살았으니 가정부 남편입니다. 이쯤 되면 제목에 공감이

가지요. 결국 한 집에서 서로 기생하며 살고자 했던 이들이 피나는 싸움으

로 모든 것이 망가져 버립니다.

봉준호 감독의 말마따나 영화를 보고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지만, 유독

‘집’이 현미경처럼 크게 보였습니다. 큰 저택, 반지하, 그리고 지하. 자본주

의의 모순인 빈부격차가 극명히 보이는 집입니다. 그 집에 평안이 있는가?

그 집은 안전한 곳인가? 기생충 인생들이 집에 득실대는 줄 모르는 박사장

네에게도, 온갖 술수로 주인집 저택을 차지한 반지하 식구들에게도, 사채업

자를 피해 지하에서 몰래 기생하며 사는 가정부 부부에게도. 그 집은 모두

에게 결코 평안과 안전을 주는 집이 되지 못했습니다.

    
• 안전지대(safety zone)

안전하지 못한 세상인 것은 전염병이나 영화에서만이 아닙니다. 우리 사는

세상이 안전하지 못함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어제도 일본에 7도가 넘는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이때마다 하는 말, “우리나

라도 지진에 안전지대가 아닙니다”. 화산이 폭발하고 테러공포에 대형 산불

에 홍수에 구제역에 가까이는 스쿨존에서, 내 삶의 자리는 결코 안전지대가

아닙니다. 오래 전에 어떤 가정이 이 땅은 전쟁공포증 때문에 살 수 없다고

모든 걸 정리해서 미국 이민을 갔는데, 슈퍼마켓을 하다가 남편이 총에 맞

아 죽었습니다. 한국이 불안하다고 떠났는데 이제는 미국이 불안하다고 돌

아오고 싶어 한다는 것입니다.

    
교회도 마찬가지이지요. 2017년 11월 미국 텍사스 주 서덜랜드 스프링스

제일침례교회에서 일어난 총기난사 사건은 끔찍합니다. 26명이 죽고 30명이

넘게 부상당했습니다. 지난 10여 년 동안 미국 교회에서만 150건이 넘는 총

기 사고가 났습니다. 매월 한 차례 이상 예배당에서 총성이 울리고 사상자

가 발생한 셈입니다. 교회가 스스로 무장하자는 강경론이 제기되는 이유입

니다. 교회가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 때문이지요. 실제로 총기 참

사 이후, 텍사스 교회에서는 성의(聖衣) 속에 총을 지니고 강단에 오르는 목

회자들이 생기고 있다고 합니다. 목회자가 무장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하냐

는 기독교윤리적인 논란이 있습니다.   

기생충에 잠시 빛이 가렸지만, 요즘 잘 나가는 또 하나의 영화 <남산의 부

장들>. 1979년 10월 26일, 그날 저녁 대통령 주위에는 국가 안전의 대명사

로 불리는 육군참모총장, 대통령경호실장, 중앙정보부장 등이 모여 있었습니

다. 그런데 묘하게도 안전한 집 ‘안가’(安家)에서 살해됨으로 18년 독재가

끝장났습니다. 세상에 안전한 지대란 그 어디에도 없습니다.

    
• 하나님 품

사람들은 선천적인 4대 욕구가 있다고 하지요(A. H. 매슬로). 이 욕구들은

일련의 계층적 단계를 이루어 낮은 단계의 욕구가 충족되면 더 높은 단계의

욕구를 의식하게 된다고 합니다. 가장 기본적인 욕구는 생존유지에 대한 것

입니다. 그 다음이 안전에 대한 욕구이고, 그 다음이 소속감입니다. 그리고

더 높은 단계의 욕구가 자아실현이라고 합니다. 이 이론에 의하면, 사람들은

기본적인 욕구로 생존유지가 이루어지고 나면 바로 안전을 요구한다는 것입

니다. 안전은 안정된 삶을 말하며 이런 삶을 유지시켜 주는 곳이 안전지대

입니다. 우리에게는 과연 그런 안전지대가 있습니까? 우리는 지금 안전지대

에서 살고 있습니까? 내 자식은 안전한가? 내 재산은? 모든 질병과 재해로

부터 안전한가?

그러므로 안전은 장소의 문제가 아닌 듯싶습니다. 세상 어디에도 안전한 곳,

안전한 시설은 없습니다. 바다와 같은 세상, 풍랑 그칠 날이 없습니다. 해아

래 에는 안전지대가 따로 있지 아니하니, 내 있는 곳을 안전지대로 만드는

사람이 지혜롭습니다. 어떻게요? 우리 피난처와 방패가 되시는 하나님을 의

지하는 것입니다. 성 어거스틴이 고백하듯, 우리는 하나님의 품, 그 품에서

진정한 평안과 안식을 얻을 수 있습니다. 세상에 안전한 곳이 따로 있는 것

이 아니라 그 하나님과 동행하는 곳이 안전지대입니다. 하나님과 함께 하는

가정이, 일터가 안전지대입니다.

그래서 시편46:1절은 고백합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피난처시오 힘이시니

환난 중에 만날 큰 도움이시라”. 이 말씀은 교회사적으로 대단히 유명한데,

종교개혁자 요한 칼빈이 성경을 불어로 번역하면서 첫 구절로 (시46편)을

번역했습니다. 마틴 루터는 종교개혁이 난관에 부딪혔을 때, 이 말씀으로 은

혜를 받고 힘을 얻습니다. 그때 지은 찬송이 384장이지요. “내 주는 강한

성이요 방패와 병기되시니 큰 환란에서 우리를 구하여 내시리로다”. 하나님

이 우리의 피난처, 곧 안전한 곳이라는 찬양이지요. 독일사람들은 이 찬송을

국가처럼 애창합니다.

그러므로 성도의 고백은 분명합니다. “하나님만이 우리의 참된 안전지대가

되십니다”. 하나님이 함께 하시면 전쟁터도 안전지대가 됩니다. 우리 잘 아

는 용비어천가 중의 한 소절이 있지요.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아니뮐

새….” 뿌리가 깊이 드러워진 나무는 어떤 바람에도 쓰러지지 않습니다. 아

무리 키가 큰 나무라고 할지라도 뿌리가 깊게 내리지 않으면 그 나무는 비

바람이 불 때 심히 흔들려 넘어집니다. 뿌리가 나무를 보호하고 양분을 주

며 나무를 지켜 줍니다. 하나님께 깊이 뿌리를 내린 인생, 안전합니다.

“그러므로 너희가 그리스도 예수를 주로 받았으니 그 안에서 행하되 그 안

에 뿌리를 박으며 세움을 받아 교훈을 받은 대로 믿음에 굳게 서서 감사함

을 넘치게 하라”(골2:6-7절)

/사랑으로 샘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