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일기

    
• 2020 사순절

사순절이 시작됩니다. 2월 26일(수) ‘재의 수요일’로부터 4월 12일 부활주일

까지, 주일을 제외한 40여일입니다. 40은 성경에서 특별한 기간이지요. 예

수님 40일 광야기도, 모세의 시내산 40일 금식, 이스라엘 광야 40년, 예수

님 부활후 승천까지 40일 등. 이 기간은 교회 1년 절기 가운데 가장 길고

깊은 절기입니다. 주의 십자가 고난을 묵상하고 부활을 소망하는 절기이지

요. 이때가 되면, 교회마다 모든 예배와 말씀에 십자가를 강조합니다. 강단

드림천과 스톨은 회개를 상징하는 보라색으로 바꾸고, 밝고 신나는 행사들

은 할 수 있는 대로 자제합니다. 경건과 절제의 기간으로 삼아, 그동안 즐

기던 세상적인 오락과 취미생활은 줄이고, 말씀 읽기와 기도, 금식과 나눔으

로 느슨했던 영성을 채웁니다. 우리 교회도 지난 수년 동안 성경통독, 필사,

사랑의 저금통, 십자가 달기 운동 등을 했고, 특히 고난주간이 되면 가정 혹

은 구역별 릴레이 강단기도회와 특별새벽기도회 등을 해왔습니다.

    
올해 사순절에는 무엇을 할까? 기도일기입니다. 매일 한 장씩, 내 마음을 담

은 기도일기를 쓰는 것입니다. 보통 일기와는 달리 기도일기는 신앙적 관점

에서 하루의 삶을 돌아봅니다. 감사와 회개, 깨달음과 결단을 통해 하나님과

의 관계를 더욱 친밀하게 합니다. 그러니 일기 쓰는 자체가 일종의 기도이

고 영성훈련입니다.

  
기독교 교회사 속에는 영성일기라는 이름으로 눈물과 감동, 회심을 한 전통

들이 흐릅니다. 로욜라, 데이빗 브레이너드, 존 웨슬리 등. 우리에게 많은

영감을 주는 헨리 나우웬의 책 가운데 기도일기들이 많습니다. Genesee

Diary (제네시 일기), Gracias! (감사합니다!), Road to Daybreak (새벽으로

가는 길), Sabbatical Journey (안식년 여정) 등. 조지 뮬러의 기도는 유명

하지요. 어떻게 5만 번이나 기도 응답을 받았을까? 평균 하루에 두세 번 정

도 응답을 받았다는 것인데, 그는 필요한 것이 있을 때마다 하나님께 구하

였고 그 때마다 응답을 받았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가 기도일기를 썼다는

것이에요. 일기를 통해 그의 기도생활에 대해, 그리고 그 많은 기도 응답 횟

수를 알 수 있는 것입니다.

    
• 기도일기

하루를 마치고 잠자리에 들기 전, 기도를 드리고 기도일기를 적습니다. 어떤

내용이 담길 수 있을까?

1. 내게 생명을 주시사 하루를 살게 하신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오늘 내게 주신 가장 큰 선물은 하루 그 자체입니다.

하나님께서 내 영혼의 아버지, 주인이심을 찬미합니다.

2. 하루 종일토록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돌아보며 하나님께 아룁니다.

가장 좋았던 순간부터 마음이 상한 일까지 있는 그대로 내어 놓습니다.

그 순간순간마다 받은 은혜가 있다면 감사하는 글을 적습니다.

3. <하루에 한 장씩>, 주신 말씀 가운데 와 닿은 구절들을 씁니다.

그 말씀 따라 하루 순종하며 살아간 일들을 기억하며 적습니다.

하나님을 기쁘시게 한 일, 잘한 일이 있다면 자세히 적습니다.

4. 그러나 하나님 뜻 따라 살지 못한 죄와 허물을 회개합니다.

교만하여 미움과 분노로 다툼 가운데 거하지 않았는지 돌아봅니다.

게으르고 나태해서 선물로 주신 하루를 열심히 살지 못했는지.

하나님과 사람 앞에서 내게 주신 사명을 감당하지 못했음을.

형식적이 아닌 마음을 깊이 담은 회개가 되어야 합니다.

참회하는 글이 많으면 많을수록 기도일기는 풍성해 집니다.

5. 특히 사순절을 맞아 주님의 십자가를 깊이 묵상하며 결단합니다.

주의 길을 따라 사랑과 나눔의 삶을 살아갈 것을 고백합니다.

6. 자신과 가정을 위한 소원들을 적습니다.

내게 있는 기도 제목들을 적으며 주께서 응답해 주시기를 소원합니다.

7. 원주영락교회를 위한 기도의 제목을 씁니다.

교회의 사역과 부흥을 위해, 주안에서 하나 됨을 위해 기도합니다.

중보기도의 은총을 믿으며 성도들 한 분 한 분을 위해 중보기도 합니다.

8. 한국교회와 나라 민족을 위한 기도를 적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를 비롯해 이 땅에 그리스도의 평화가 임하기를 위해.

9. 이 밤에 주의 품에서 평안하기를 소망하는 글을 적습니다.

사랑하는 자에게 잠을 주시마 하신 약속을 믿으며 마무리합니다.

10. 영원한 안식이 있는 저 천국을 소망하며 잠을 청합니다.

• 밤 10시, 만남의 시간

기도일기를 꾸준히 습관화 하면, 경건생활에 큰 도움이 됩니다. 하나님과 더

가까워지고 자신을 더 객관적으로 보게 됩니다. 나의 감정을 분별하고 성도

로서 맞게 살고 있는지 점검하게 됩니다. 더 좋은 결정과 선택을 하고 삶의

질서가 생깁니다. 문제를 보는 새로운 관점을 갖게 되고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인생, 하늘의 축복이 임합니다. 현재 뿐만 아니라 미래에 다시 읽을 때

에도 신앙생활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온 나라가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교

회에 모여서 함께 기도하기도 힘든 때입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이 기도일기

를 통해 서로 만나는 것입니다. 시간을 정하겠어요. 밤 10시입니다. 물론 형

편이 여의치 않은 분들은 다른 시간으로 하셔도 되겠지요. 밤 10시가 되면

하던 일을 멈추고 각자의 자리에서 묵상기도를 한 후, 기도일기를 적는 것

입니다. 기도일기가 한 장 한 장 채워져서 40장이 다 될 때, 그 어느 때보

다 큰 부활의 기쁨과 영광이 임하게 될 것입니다. 예. 원주영락교회 모든 성

도는 이번 사순절에 기도일기를 씁니다. 주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길 빕니

다.

    
/사랑으로 샘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