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실물 관리법>과 감사

-추수감사주일

• 이 마트에서 있었던 일

얼마 전에 예은이가 엄마랑 이-마트에 갔는데, 어느 코너에서 주인이 잃어버

린 듯한 핸드폰을 발견했습니다. 아마 어떤 사람이 잠깐 놓았다가 잊은 모양

입니다. 최신형 새 것이어서 값으로 하자면 꽤나 비싸 보입니다. 안쪽으로 쑤

욱 들어간 곳에 있어서 찾기도 쉽지 않습니다. 어떻게 하지? 센터에 갔다 줄

까? 아니야 주인이 혹 잠시 놓은 것일 수도 있으니 찾으러 오겠지. 한참동안

신경만 쓰고 있다가 다른 매장으로 갔습니다.

그런데 오래지 않아 방송이 나옵니다. “핸드폰을 찾고 있습니다...ΟΟ색...습득

하신 분은 1층 고객센터로 가져 와 주시기 바랍니다”. ‘어? 아까 그거?’ 예은

이가 뛰어 가 보니, 아닌 게 아니라 여전히 거기 있었습니다. 제품과 색깔도

똑같습니다. 잘됐다 싶어 얼른 센터에 갔다 드렸습니다. 이러저러해서 어디에

있었다고 자초지종을 이야기했지요. 잃어버린 사람이 얼마나 반가웠을까요. 굉

장한 일은 아니지만 예은이가 일기장에 써도 될 착한 일을 했습니다. 근데 분

위기 좀 이상합니다. 그 핸드폰 주인이 젊은 엄마인데, 엄청 고맙다고 인사 할

줄 알았지만 그게 아닙니다. 감사의 말은 하는 둥 마는 둥, 마치 훔쳐 간사람

보듯 하더니만 어디 고장 난 데 없나 잠시 확인하고는 홱 돌아서서 가는 것이

랍니다.

“그래? 뭐 그런 사람이 다 있냐?”. 돌아오는 차안에서 그 이야기를 듣고 아빠

가 한 마디 편을 들어 줬습니다. 맞지요. 주인이 얼마나 기뻤을까요 잃어버렸

을 때 그 마음을 생각하면, 그것도 비싸고 귀한 물건인데. 혹 찾지 못했다면,

다른 사람이 가져갔다면...? 그러니 감사해서 과자라도 하나 사주어야 할 판이

지요. 근데 누굴 뭐로 취급해? 뭐? 눈을 째려 봤다고? 아, 째린 건 아니라네

요. 암튼.

• 법으로 정한 감사

아이는 별 거 아니게 말하는데 아빠가 다 서운했습니다. 원래는 물건 찾아 준

사람에게 감사해야 하지요. 인정(人情)으로도 그렇지만 법적으로도 그렇습니

다. 고맙다는 말만 해서는 안 되고 그 대가를 지불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유

실물 관리법> 제4조에 보면, 유실물 주인은 습득자에게 물건 금액의 5-20%

범위에서 보상해야 한다고 강제화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백만 원짜리 물건

이라면 5만원에서 20만원 한도에서 갚아야 한다는 말이지요. 이것이 마음에

차지 않으면 습득자는 소송을 통하여 법원의 판단을 구할 수도 있답니다. 물

론 이런 경우는 제법 장시간의 수고와 노력으로 물건을 되돌려 주었는데도,

제대로 감사하지 않는 경우일 것입니다. 만약 주인이 습득물만 되돌려 받고

감사하지 않으면 형사 처벌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횡령죄에 해당하여 1년 이

하의 징역을 살게 되는데, 그때 죄명(罪名)은 ‘감사하지 않은 죄’ 입니다. 마땅

히 감사해야 할 일에 감사하지 않는 것이 죄가 되는 것입니다.

재미있는 법이지요. “감사를 법으로 정한다?” 만약 이 법이 작동하면 주인과

찾아 준 이의 아름다운 만남이, 갑자기 채권자와 채무자의 관계로 돌변하겠네

요. 법이 감사를 강제하고 있을 만큼 우리네 세상은 팍팍한 곳이 아닌가 생각

해 봅니다.

감사하지 않은 죄! 만약 하나님께서도 우리에게 감사하지 않는 죄를 찾으신다

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세상 실정법에서도 감사하지 않을 때 죄가 되는데,

하물며 하나님 은혜 앞에서 감사하지 못하는 인생이란 직무유기(職務遺棄)에

해당되지 않을까요. 광야 40년 동안 이스라엘 백성들을 보면서 얻은 결론은

이것입니다. “모든 불평은 하나님을 대적하는 것이다” (All complaining is

against God)

• ‘바덴’(Marty Baden)의 간증

아주 가난한 가정에 한 소년이 살았습니다. 집도 없고, 차도 없고, 아버지는

어렸을 때 병으로 돌아가셨습니다. 어머니는 근처의 식당에서 일하시는데 가

난했습니다. 소년의 옷과 신발은 다 떨어진 싸구려 뿐입니다. 어느 토요일 저

녁 어머니께서 신발을 사가지고 오셨습니다. 그날 밤에 신발을 신어보고 내일

친구들에게 자랑해야지 하고 문 밖에 내놓았습니다. 그런데 아침에 일어나 보

니 그 새 신발이 없어졌습니다. 소년은 하나님을 향해 원망이 절로 터져 나왔

습니다. "아니 하나님, 세상에 부자도 많고, 신발이 여러 컬레 가진 친구들도

많은데 하필이면 많은 사람 중 어떻게 나 같이 가난한 사람의 신발을 훔쳐가

게 놔두십니까?" 하며 하늘을 향해서 소리를 질렀습니다. 소년은 교회에 다니

지 않았거든요. 할 수 없이 어제까지 신고 다녔던 싸구려 떨어진 신발을 신고

서 하나님을 원망하며 걸어가는데 친구가 "야 오늘 추수감사절인데 교회 가자.

가서 하나님께 감사하자"라고 말했습니다.

그 말을 들은 소년은 "그래 교회에 가서 하나님께 따져봐야겠어. 하필이면 왜

내 신발을 잃어버리게 하셨는지"라고 생각하며 교회에 가게 되었습니다. 예배

당에 들어섰을 때 눈에 띄는 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저 앞에서 멋있는 한 남

자아이가 "하나님 감사합니다" 하며 기쁨으로 찬송하는 것이었습니다. 선생님

이 "오늘은 추수감사절인데 하나님께 감사한 것이 가장 많은 친구 손들어보세

요" 말하자, 그 친구가 손을 번쩍 드는 것입니다. “아니 쟤는 얼마나 좋은 환

경이 있어서 감사할 것이 그렇게 많은가” 하며 시기했습니다.

그리고 예배를 마치고 시간이 한 5분쯤 지나 모두 집으로 돌아가는데 그 남자

아이는 그대로 의자에 앉아 있었습니다. 그래서 “왜 집에 가지 않는 거니?”

하고 그 남자아이 앞으로 가서 그 남자아이의 모습을 보는 순간 소년은 자신

의 모습이 너무 부끄러워 눈을 들 수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그는 두 다리가

없어 일어나지 못하는 것이었습니다. 교통사고로 두 다리를 잃은 친구였습니

다.

소년은 그 옆에 조용히 앉아 기도하기를 시작했습니다. “하나님, 저 아이는 두

다리를 다 잃고서도 저렇게 감사와 기쁨으로 찬송을 드리는데 저는 단지 신발

을 잃어버렸다고 하나님을 원망하고 불평했습니다. 용서해 주세요. 감사할 수

있도록 내 마음과 입술을 고처주세요” 하고 기도했습니다. 실제 독일의 재무

장관이었던 바덴이라는 사람의 간증입니다.

• 감사하지 않는 죄

늘 거기 있다고 당연시 하지 마십시오. 평범한 것에서부터 감사를 찾아 보세

요. 감사의 최대 수혜자는 감사하는 사람 자신입니다. "감사하는 생활은 그것

자체가 벌써 축복이다"(P. Tillich). 생활 속에서 감사와 찬송을 앞세우지 않아

서 우리에게서 일어날 수 있는, 아니 일어나야만 하는 하나님의 은총들이 얼

마나 많이 취소되었을까요. ‘감사란 실로 이 모든 것이 주님께로부터 왔음을

고백하는 믿음’입니다. 감사는 행복해지는 연습이고 불평은 불행해지는 연습입

니다.

오늘 추수감사절을 맞아 <유실물법>은 우리에게 말합니다. 반드시 감사하라

고. 감사하지 않으면 죄이고 언젠가 감사할 일을 잃게 될 지도 모른다고 말입

니다.

“사람들은 하나님을 알면서도, 하나님을 하나님으로 영화롭게 해드리거나 감

사를 드리기는 커녕, 오히려 생각이 허망해져서, 그들의 지각없는 마음이 어

두워졌습니다.” (롬1:21, 새번역)

/사랑으로 샘물

(2012,1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