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이 오면>

-최현장- 

마스크를 벗어 던질

그 날이 오면

지뢰밭길 걸어가듯 아슬아슬 지낸 날들

마음의 빗장 풀고 치악산 시루봉에 올라

쇼생크 탈출 그 남자처럼

“이제 자유다”

하늘 향해 소리치며 뛰어 오르리라

    
서로를 가까이 해도 되는

그 날이 오면

한동안 주저하며 못 잡았던 손들

자모실 아기들이며 사택 뒷방의 어르신들

방앗간 꼬리치던 강아지도

내 평생 가장 서글픈 봄에게까지

일일이 손내밀어 악수하고 부둥켜 안아 주리라

    
어디든 마음대로 다녀도 되는

그 날이 오면

나는 대구행 고속버스를 탈테야

기침 하나에도 뱀눈으로 쳐다 보던 날들

다시 북적이는 서문시장에 동성로에

맨얼굴로 만나는 사람들이 반가워

그동안 고생하셨다고 눈인사라도 할까보다

     
봉산동 영락교회 은혜의 동산에 오르는

그 날이 오면

그 옛날 다니엘처럼 성전을 그리며
기다려 온 날들

노랗게 꽃망울을 터트린 산수유에

반가이 손짓하고
어느새 어색해진 본당 내 자리 찾아 앉아

저 멀리 강단 십자가 한참을 바라 보고는

고개를 파묻고 펑펑 울리라      

아아~ 그날이 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