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배의 고난, 두 배의 기쁨

    
• 코로나 세상

성도 여러분, 한 주간 평안하셨는지요. 가정에서 드리는 주일예배 일곱 번째

주일입니다. 몸으로 만나지 못하는 기간이 길어지고 있습니다. 코로나 19가

우리 일상을 여러 모로 바꾸어 놓았지요.

    
먼저 코로나로 가정불화가 많아 졌다는군요. 방콕, 삼식이. 개학을 했어야 할

애들이 벌써 몇 달째 집에서 바글바글 댑니다. 하루 한끼만 먹던 아빠, 회식도

없고 어디 사먹을 데도 마땅찮으니 삼시세끼를 다 집에서 해결합니다. 수입이

줄고 눈치는 보여서 우울증이 늘어난다고 합니다. 속히 회복되어야 하겠습니

다.

    
무엇보다 코로나로 일상의 감사가 회복되었답니다. 얼마전 어느 성도께서 기

도일기에 대해 말씀합니다. “목사님, 맨날 기도일기가 똑같아요”. 그렇지요.

기도가 뭐 맨날 다르고 새롭지 않지요. 매일 사는 게 비슷하고 변화가 없습니

다. 흔히 감사할 제목이 특별히 떠오르지 않으면 그냥 ‘범사에 감사’라고 말하

지요. 그런데 요즘 그 ‘늘 똑같다’라는 말이 정말로 감사 제목임을 실감합니

다. 주일마다 똑같이 드리던 예배, 똑같이 만나는 성도, 똑같이 먹던 식사. 그

똑같이 하던 일을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매일 똑같이 살던 때가 그립습니다.

가장 큰 감사 제목이 범사에 감사입니다.

    
• 특별한 사순절

나아가, 우리 성도는 이번에 특별한 사순절을 보냈습니다. 큰 고난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무슨 고난일까요? 다름 아닌 교회 오지 못하는 고난입니다. 여러

분, 지금이 로마 박해때도 아닌데 교회 오지 못하는 것이 고난이라 생각하십

니까?

어릴 때 집이 최고였지요. 뭐든 집에 가면 해결이 됐습니다. 근데 집에 못 들

어 갈 때가 있었어요. 부모님께 무슨 잘못이 있을 때, 형들과 싸웠을 때. 혹은

성적이 떨어졌을 때? 아무튼 집에 못들어가고 뱅뱅 돕니다. 해가 지고 어둠이

내리면 친구들은 다 집으로 들어 가는데, 갈 곳이 없지요. 가만히 쪼그리고 앉

아 땅만 쳐다 봅니다. 배는 고프고 외로움이 찾아 옵니다. 평소에는 집의 소중

함을 모르다가 이런 일이 있으면 집이 절실합니다. 그때 엄마가 부르시지요.

“장아, 어여 들어와. 아부지가 들어오래”. 그때 기가 삽니다. 맞아 죽는 한이

있어도 집에 들어가야 평안을 찾습니다. 엄마가 차려 주시는 밥을 먹어야 했

습니다. ‘괜찮다 다시 해라’ 하시는 아버지 말씀을 들어야 삽니다. 지지고 볶

고 싸우는 형들이어도 같이 이불을 덮고 잘 때 단잠을 이루었습니다.

우리 영혼도 마찬가지에요. 영혼의 집이 있습니다. 그 집에 들어가야 안식이

있습니다. 평안을 찾습니다. 거기서 영혼의 양식을 먹고 기도하며 서로 교제할

때 내 영혼이 기운을 차립니다. 우리 주님의 품이 영혼의 집입니다. 그리고 이

땅에서 그 곳을 가장 닮은 곳이 교회입니다.

“보라 내가 그에게 평강을 강 같이 주리니... 어머니가 자식을 위로함 같이 내

가 너희를 위로할 것인즉 너희가 예루살렘에서 위로를 받으리니”(사66:12-)

지난 한 주간, 구역별 릴레이 기도회를 했습니다. 성도들이 오랜만에 주의 집

성전에 올라 눈물로 기도했습니다. 오전에 어느 은퇴 권사님, 오랜만에 본당에

오셨는데, 저를 보고는 멀리서 펑펑 우십니다. 교회 온 것이 반갑고 못오는 것

이 안타까워서 이겠지요. 손이라도 잡아 드리고 싶은데 가까이 갈 수 없잖아

요. 어쩔 줄 몰라 안절부절하다 멀찌기서 간절히 기도해 드렸습니다.

    
• 두 배의 고난, 두 배의 기쁨

그러므로 코로나 19로 인해 교회에 오지 못하는 것, 고난 중의 고난이라. 이

제 그 고난이 고난주간과 함께 끝났으면 좋겠는데, 여전히 마음을 놓을 수 없

습니다. 나라 밖은 미국 일본을 비롯해 감염자가 폭발하는 팬더믹(Pandemic)

에 휩싸였습니다. 정부 당국와 교단 총회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조하면서 교

회가 동참해 줄 것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담임목사로서 깊은 고민이 있었습니다. 부활절에는 정말 온 성도들이 함께 모

여 찬양하며 예배 드리기를 소망했는데 이번 주일에도 성전에 모이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고난주간 내내 기도제목이었습니다. “이번 주일 어떻게 할

까? 부활절 예배인데...” 그때 금요일 새벽에 기도하다가 하나님께서 이런 마

음을 주십니다. “고난주간을 한 주간 더 하는 건 어떻겠니?”

    
가만히 생각해 보았습니다. 한 주일 후면 사회적 거리두기가 끝납니다. 물론

완전히 물러갈 때까지 기다릴 수도 있지만, 너무 오래되면 신앙의 구심점을

잃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장로님들과 상의해서 결정한 것입니다. 고난주간을

한 주간 연장해서 지키고, 한 주일 후 4월 19일에 부활절 성전예배를 드리자.

그날 온 성도들이 오랜만에 성전에 함께 모여 기쁨으로 찬양하고 봉헌하며 부

활의 은혜를 나누는 것입니다. 한 주간 새벽 말씀 주제도 정했습니다. <풍랑

앞에서>. 풍랑 앞에서 성도가 어떠해야 하는지 새벽에 주시는 말씀으로 은혜

받고 힘을 얻겠습니다.

    
부활주일을 연기하고, 고난주간을 두 주간씩이나, 이래저래 특별한 사순절 특

별한 부활주일입니다. 고난주간을 두 배로 보내니 부활주일의 기쁨이 두 배가

더하리라! 교회의 지침에 잘 따라 주심으로 풍랑 속에서 풍랑 중에서도 은혜

로운 절기가 되시기 바랍니다.

/사랑으로 샘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