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 잠이 있는 곳

    
• 가정의 달

5월 첫 주일입니다. 가정의 달인데요, 이해인은 <5월의 시>에서 “풀잎은 풀잎

대로 바람은 바람대로 축복의 서정시를 쓰는 오월” 이라고 노래합니다. 여러

분 가정에 부모는 부모대로 자녀는 자녀대로 하나님 주시는 푸르른 축복이 함

께 하시길 빕니다. 본디 5월 첫 주일은 어린이주일(꽃주일)인데 올해는 우울합

니다. 코로나로 인해 교회학교 예배는 물론이요 아이들을 교회에서 볼 수 없

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끝이 저기 보입니다. 이제 유치부 아동부 중고등부 청

년들이 교회 교실마다 가득한 날이 올 것입니다.

    
지난 주일부터 <성전에 올라가는 노래>를 보고 있습니다. 시편 120편부터

134편까지 열다섯 편, 이스라엘 백성이 이 시편 한 구절 한 구절을 암송하면

서 예루살렘 성전을 올라 간 것입니다. 그래서 대부분 좀 짧아요. 암송해야 하

니까. 어떤 사람은 즐거운 일이 있어 찬미하면서 가벼이 올랐을 것입니다. 어

떤 사람은 문제가 있어 눈물로 한 절씩 읊조리며 올랐을 것입니다. 우리도 삶

의 형편을 따라 <성전에 올라가는 노래>를 암송하며 성전에 오르면 좋겠습니

다. 그리할 때 거기에 맞는 은총을 성전에서 내리어 주시리라.

    
<성전에 올라가는 노래> 열다섯 편 가운데 가정에 관련된 말씀이 두 편 있으

니 127편과 128편입니다. 정말 복 있는 가정은 어떤 가정인가? 어떻게 복 있

는 가정을 이룰 수 있는가? 오늘은 첫 번째 127편입니다.

(1절)“여호와께서 집을 세우지 아니하시면 세우는 자의 수고가 헛되며 여호와

께서 성을 지키지 아니하시면 파수꾼의 깨어 있음이 헛되도다”

    
여기서 집은 넓게는 나라이고 교회이며 좁게는 가정이지요. 가정이 중요합니

다. (창1장)하나님께서 우주만물을 창조하실 때 매일같이 ‘좋았더라’를 연발하

십니다. 그런데 (창2장)성경에 처음으로 "좋지 않다"는 말이 나옵니다. (창

2:18)“아담이 혼자 사는 것이 좋지 아니하니”. 그래서 아담에게 가족을 만들어

주십니다. 그리고는 “심히 좋았더라” 하시지요. 가정은 하나님이 만드신 것 중

에 최초의 기관이고 최고의 작품입니다. 구원의 축복을 제외한다면, 하나님의

축복 중에 최고의 축복이 가정입니다.

    
<오늘은 일찍 집에 가자>

  -이상국-

오늘은 일찍 집에 가자

부엌에서 밥이 잦고 찌개가 끓는 동안

헐렁한 옷을 입고 아이들과 뒹굴며 장난을 치자

나는 벌 서듯 너무 밖으로만 돌았다

어떤 날은 일찍 돌아가는 게

세상에 지는 것 같아서

길에서 어두워지기를 기다렸고

또 어떤 날은 상처를 감추거나

눈물자국을 안 보이려고

온몸에 어둠을 바르고 돌아가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는 일찍 돌아가자

골목길 감나무에게 수고한다고 아는 체를 하고

언제나 바쁜 슈퍼집 아저씨에게도

이사 온 사람처럼 인사를 하자

오늘은 일찍 돌아가서

아내가 부엌에서 소금으로 간을 맞추듯

어둠이 세상 골고루 스며들면

불을 있는 대로 켜놓고

숟가락을 부딪치며 저녁을 먹자

<어느 농사꾼의 별에서>(창비, 2005)

저는 이번에 코로나로 인해 성전예배가 중지 되어서 안타까웠지만, 한 가지

유익함이 있었으니 가정예배가 회복된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런 말을 해요.

“하나의 교회 문이 닫히자 수많은 가정 교회들이 탄생했다”. 오늘도 교회 오

지 못하고 가정에서 함께 예배하는 성도들이 계신데요, 그 자리가 아름다운

성소가 되시길 바랍니다. 영락의 모든 가정들이 복된 가정들 되시기 바랍니다.

   
• 가정, 잠이 있는 곳

특히 가정은 어떤 곳인가? 잠이 있는 곳이라.

“...그러므로 여호와께서 그의 사랑하시는 자에게는 잠을 주시는도다”(2절)

잠이 많으신 분에게는 성경 전체에서 가장 은혜로운 말씀이 되겠지요. 흔히

설교 시간에 졸다가도 이 말씀으로 대처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동화책 숲속

의 잠자는 공주는 하나님 사랑을 가장 많이 받은 여인일까? 불면증에 시달리

는 그 성도는 사랑하지 않으신다? 자칫 시험에 드는 말씀이 될 수도 있습니

다.

돌아가신 새문안교회 김동익 목사님의 이야기예요. 설교시간만 되면 조는 성

도가 계셨답니다. 그것도 앞자리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는 교인이 눈에 들어오

니 신경이 쓰이지요. 나중에 심방을 가서 조심스레 물어 보셨답니다. 그 분께

서 대답하시기를, “목사님, 너무 송구스럽고 죄송해요. 제가 불면증에 시달리

는데 이상하게 설교 시간만 되면 잠이 쏟아지네요.” 그 다음부터 목사님은 교

인들 가운데 조는 분들을 보면, “아하, 하나님께서 불면증 환자를 치료하시는

중이군” 하면서 감사한 마음으로 설교를 하셨답니다.

자, 이 말씀을 다른 성경으로 보면 그 뜻이 좀 더 풍성해 집니다.

첫째, 우리말 쉬운 성경입니다.

“여호와께서는 그의 사랑하는 자들이 편하게 잠을 잘 수 있도록 하십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잠을 자게 하심으로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하십니다. 그

하나님을 사랑하는 성도는 편안하게 잠을 취합니다. 인생의 모든 염려와 근심

을 온전히 맡겼기 때문입니다. 물론 특별한 불면증이 아니라면 말입니다. 목회

자로서 그런 환자들을 위해 늘 기도합니다. 이 말씀 의지해서 좀 더 깊은 잠

을 취하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둘째, 공동번역 성경입니다.

"야훼께서는 사랑하시는 자에게 잘 때에도 배불리신다.“

다이어트 하는 분에겐 썩 내키지 않는 말씀일까요? 그러나 먹을 것이 없는 가

난한 자들에게는, 매일 매일 굶주림의 고통 가운데 있는 자들에게는, 하나님이

잠잘 때에도 배부르게 하신다는 이 말씀이 큰 위로와 은혜가 될 것입니다.

    
셋째, 표준새번역 성경입니다.

"진실로 주님께서는 사랑하시는 사람에게는 그가 잠을 자는 동안에도 복을 주

신다."

저는 이 번역이 참 좋습니다. 잠을 잘 때는 아무 것도 할 수 없고 아무 것도

모르지요. 하나님은 우리를 얼마나 사랑하시는지 그때에도 복이 임하도록 일

하십니다. 마치 잠자는 동안 요정들이 일을 해서 집안이 번쩍번쩍 궁궐이 된

것처럼, 잠에서 깨어 보니 어느덧 당신 앞에 복이 쌓여져 있습니다. 잠을 자는

동안에도 복을 주신다니 참으로 감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창세기 2장에 하

나님이 아담에게 가장 좋은 선물을 주시니 아내 하와였습니다. 아담이 하와를

얻기 위해서 무엇을 했나요? 그가 한 것은 단지 잠을 자고 일어난 것뿐입니

다. 잠을 자고 일어났더니, 그곳에 하나님의 최대 선물과 축복이 그의 앞에 생

겨진 것입니다.

“여호와 하나님이 아담을 깊이 잠들게 하시니 잠들매 그가 그 갈빗대 하나를

취하고 살로 대신 채우시고”(창2:21)

    
실로 하나님은 졸지도 주무시지도 않으시며 우리를 지키십니다. 혹 하나님이

불면증 아니실까? 그 좋은 잠을 우리에게 주신 하나님은 왜 주무시지 않으실

까? 마치 갓난아이 앞의 엄마 같지 않으실까? 아이가 잠든 동안에도 엄마는

잠을 잘 수 없습니다. 곁에서 사랑스럽게 바라보며 기저귀를 갈아 주고 이불

을 덮어 줍니다. 시끄러운 소리를 잦게 하고 가만히 기도하며 축복해 줍니다.

하나님이 그러하시다. 우리가 잠자는 동안에도 돌보시고 은혜를 베푸시며 축

복하고 계십니다. 그래서 우리가 평안합니다. 행복합니다.

    
• 성전에 오르며

타고난 의심병자인 우리는 말합니다.

“그런데 내 인생은 왜 이래요? 잠자는 동안에도 축복하신다 며요”.

저의 대답은 이것입니다.

“하나님이 일하셨기에 이 만큼까지 온 것이요, 그 하나님을 믿고 전적으로 의

지하며 나갈 때 반드시 더 좋은 길로 인도하실 것입니다”.

    
<성전에 올라가는 노래>, 우리도 성전에 오르며 이렇게 기도해 보십시다.

“주님, 내 안에 인생의 염려와 걱정이 있습니다. 그러나 주님을 믿습니다. 주

님만 바라봅니다. 주님께 내 인생을 맡깁니다. 그리고 다시 열심히 수고하겠습

니다. 끝내는 평안의 잠이 있는 가정을 이루실 줄 믿습니다”.

    
/사랑으로 샘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