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는 것은?

 
• 스크린을 축복하다

요즘 1,2,3부 예배를 드리니 교우들이 저를 염려해서 말씀 하십니다.

“목사님 힘드시지요. 설교 세 번 하시느라”.

저의 대답은 분명합니다.

“아니요 괜찮아요”.

주일 강단에서 마스크를 쓴 교우들을 보면 감동이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합니

다. 코로나19로 인해 교회 오기 쉽지 않은 때에 힘든 발걸음들을 하셨지요.

얼마나 답답하실까? 목사가 전심으로 설교하지 않을 수 없지요. 은혜 받는 모

습들을 확인할 때면 정말이지 열 번이고 스무 번이고 설교 한다 해도 힘들지

않을 것입니다. 게다가 3부예배는 사실 우리 소망이었잖아요. 그 소망을 이렇

게 이루어 주셨습니다. 농담만은 아니에요. 선취(先取, prolepsis)라 하지요.

그 소망을 미리 맛보게 하신 것입니다. 앞으로 예배마다 성도들로 가득 해서

정식으로 3부예배 드리는 날이 오리라 믿습니다.

    
예배를 인도하는 목사로서 어려운 순서가 언제일까? 예 물론 설교이지요. 설

교는 해도 해도 넘을 수 없는 산입니다. 그런데 때론 설교와 버금가게 힘든

순서가 있으니, 축복의 시간입니다.

“옆 사람과 인사합니다. 평안하셨습니까? 사랑합니다”.

가장 편안해야 하는 시간이지만, 성도들 얼굴이 금강석처럼 굳어 있다면, 교회

안에 문제가 있어 분위기가 어둡다면, 함께 예배하는 옆 성도와 불편한 마음

이 있다면, 그렇다면 손 내밀어 축복하기가 참으로 민망합니다. 무뚝뚝하니 앞

만 바라 보며 축복하고, 잘 아는 찬양인데도 스크린만 보며 찬양하는 성도들

도 적지 않습니다. 혹 예배 때마다 가장 큰 축복을 받는 건, 스크린이 아닐

까? 그때마다 생각합니다. “사랑한다는 것, 축복한다는 것, 쉽지 않구나.”

    
• 아픔을 모르는 사랑이라면?

어떤 랍비가 서재에 앉아 있는데 누가 문을 두드려 잠시 독서가 끊긴다.

"들어오시오".

랍비의 제자 중 하나였다.

제자는 스승이 너무 고마웠기에 와서 말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다.

"선생님, 제가 선생님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단지 그 말씀을 드리고 싶었습니

다."

랍비는 책을 내려놓고 안경 너머로 쳐다본다.

"나를 아프게 하는 것이 무엇인가?"

"네?"

제자는 어리둥절하여 랍비를 바라본다.

"나를 아프게 하는 것이 무엇인가?"

랍비가 다시 묻는다.

제자는 할 말을 찾고 서 있다가 결국 어깨를 으쓱하며 답한다.

"모르겠습니다".

그러자 랍비가 되묻는다.

"나를 아프게 하는 것이 뭔지도 모르면서 어떻게 나를 사랑할 수 있다는 거

지?"

(Ken Gire, <묵상하는 삶>, p163-164)

    
지난 주간 제 마음을 파고 든 글입니다. 나는 남편으로서 아내의 아픈 마음

을 아는가? 그러면서 사랑한다 하는가? 나는 아비로서 자녀들 가슴에 멍울진

것이 무엇인지 아는지? 무엇보다 성도들을 사랑한다는 목사로서, 저들이 무엇

으로 아파하는지 알고 있는가?

    
• 알면 사랑한다

그러고 보니 우리는 사랑한다는 말을 참 많이 씁니다. 그러나 ‘사랑합니다’ 는

백화점 직원의 인사에 감동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유권자에게 보내는 선거 후

보자의 손가락 하트는 마음에 와 닿지 않습니다. 예배할 때 축복하는 우리의

‘사랑합니다’가 이렇듯 새털처럼 가벼운 것이라면?

물론 마음에 없더라도 ‘사랑합니다’ 하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함께 예배하

는 성도들을 다 알 수는 없는 노릇이지요. 교회가 클수록 더욱 그리합니다. 내

옆에 앉은 그 분이 어떤 아픔을 갖고 있는지 알게 무엇입니까? 그런 막연한

성도에게 손내밀어 ‘사랑합니다’ 축복하는 시간, 어색하지만 귀한 일입니다.

    
그러나 주님을 닮은 성도의 사랑이라면, 좀 더 깊어야 하지 않을까? 켄 가이

어의 글에 공감합니다. "나를 아프게 하는 것이 뭔지도 모르면서 어떻게 나를

사랑할 수 있다는 거지?" 사랑은 상대의 아픔을 아는 데에서 시작합니다. 알

면 공감하게 되고 공감할 때 사랑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알면 사랑한다’, 이 말이 맞습니다. 서로 잘 모르기 때문에 미워하

고 다투지요. “피리를 불어도 춤추지 않고 애곡해도 가슴을 치지 않는 세대

라”(마11:17). 아픔에 공감하며 함께 할 줄 모르는 세대를 비유해서 주님이 하

신 말씀하십니다. 히틀러가 600만 유태인을 학살한 이유, 아픔을 느낄 줄 몰

랐기 때문이지요. 엊그제 5,18을 보내면서 학살자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

이 떠오릅니다. ‘명령에 복종한 것 뿐이라’. 아픔을 모르니 잔인해집니다.

    
• 십자가 참 사랑

그러나 자식을 생각하는 엄마의 가슴은 항상 아프지요. 사랑이 머무는 자리입

니다. 아무리 돌에 맞아 마땅한 사람도 엄마는 사랑합니다. 자식을 알기에, 왜

그런 일을 저질러야만 했는가 알기 때문입니다. 그런 사랑의 가슴에서 시들어

가는 생명은 다시 살아납니다. 아픔을 알고 품을 때 생명의 역사가 일어납니

다. 십자가의 주님은 우리의 아픔을 깊이 아십니다. 그리고 그 아픔을 품어 주

십니다. 끝내 십자가의 품에서 죽어가는 영혼이 쉼을 얻고 영원한 생명을 얻

습니다. 십자가 주님의 사랑이 참사랑입니다.

“여인이 어찌 그 젖 먹는 자식을 잊겠으며 자기 태에서 난 아들을 긍휼히 여

기지 않겠느냐 그들은 혹시 잊을지라도 나는 너를 잊지 아니할 것이라 내가

너를 내 손바닥에 새겼고...”(사49:15-16)

코로나 19로 인해 성전을 생각하는 마음이 유난해졌습니다. 성전을 오지 못하

는 발걸음이 오히려 성전을 사랑하는 마음을 깊어지게 한 것일까? 오늘 본문

은 말씀합니다. “예루살렘을 사랑하는 자는 형통하리로다”(시122:6). 어떻게

성전을 사랑할까? 성전의 아픔을 아는 것입니다. 교회의 아픔, 성도의 아픔을

품어 주고 그 아픔을 이겨내도록 기도하며 격려하는 일입니다. 나아가, 이 시

대를 바라보시며 통곡하시는 주님의 아픈 마음을 헤아려 보는 일입니다. 그것

없이 “내가 주님을 사랑합니다. 교회를 사랑합니다” 고백했을 때, 주님은 등을

돌리진 않겠지만, 흔연히 기뻐하시진 않을 것입니다. 그의 아픔이 내 눈에 보

이고 그 아픔이 내 가슴에 들어올 때 사랑은 시작됩니다.

성전에 오른 성도들, 우리 조금 더 사랑하십시다. 주님의 마음을 채받은 참사

랑을 해 보십시다. 그런 자에게 형통함의 축복을 주시리라.

    
/사랑으로 샘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