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p, 멈추라!

    
• 밥 한 톨의 무게

오늘은 총회가 지정한 제37회 환경주일입니다. ‘작은 생명 하나까지도’, 올해

주제인데요, 세상은 하나님이 지으신 신비로운 생명체이지요. 이 안에는 무수

한 생명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은 어떤 생명도, 홀로 저 스스로

살 수 없게 만드셨습니다. 모든 생명은 서로 그물망처럼 연결되어서, 조화와

균형을 이루며 존재합니다. ‘하나님의 창조질서’이라.

    
환경을 생각하는 분들은 꿀벌이 줄어드는 것을 심각한 위험으로 생각합니다.

“그깟 꿀벌들? 벌들이 줄어드는 게 뭐가 그리 문제인가?”

꿀벌이 이 땅에서 사라지면 인류는 4년 안에 멸망할 것이라 해요. 아인슈타인

의 말입니다. 꽃을 피울 수 없게 되어서 끝내는 식량난으로 이어지기 때문입

니다. “빙하가 다 녹으면?” 북극곰이 살 수 없다? 그 정도가 아니라 해수면이

66m나 상승해서 자유의 여신상이 잠겨 얼굴만 보입니다. 일본 전역은 물론이

요 우리도 잠겨서 남산 중턱 정도를 올라가야 땅을 밟고 살 수 있습니다. 케

빈 코스트너 주연의 <water world> 영화가 현실이 되는 것이지요. 그러므로

큰 생명체이든 작은 것이든 창조주 하나님 앞에, 그리고 피조물인 서로 서로

에게 참으로 소중한 존재들입니다. 어떤 생명체도 함부로 대해선 안 되는 이

유입니다.

    
무위당 장일순 선생님은 “좁쌀(밥) 한 알에 우주가 담겼다”고 했습니다. 맞지

요. 밥 한 톨은 그냥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태양빛으로부터 물 공기 바람 농부

의 땀과 눈물이 있어야 합니다. 무엇보다 자라게 하시는 하나님의 섭리가 있

어야 하지요.

“... 밥을 먹을 때 말이야, 밥알 하나 키우는 데도 바람과 비, 햇빛, 땅, 농부,

그리고 부모님 땀까지 온 우주가 힘을 모았다는 사실만 잊지 않았으면 좋겠구

나.” <좁쌀 한 알에도 우주가 담겨 있단다> 중에서.

    
一碗之食 含天地人(일완지식 함천지인)이라 하셨습니다. “밥 한 그릇에 하늘과

땅과 사람 즉 우주가 담겨 있다”. 우주같이 큰 것만 생각하는 사람은 밥 한

톨을 하찮게 여길 수 있지만, 밥 한 톨은 그냥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태양빛으

로부터 물 공기 바람 농부의 땀과 눈물이 있어야 하고, 무엇보다 자라게 하시

는 하나님의 섭리가 있어야 합니다. 이 모든 것이 합해져야 합니다. 밥 한 톨

안에 하늘과 땅과 사람이 담겨 있는 것이지요. 어릴 때 기억나요. 쌀이 귀한

시절, 밥그릇에 한 톨이라도 남기면 할아버지께 혼이 났습니다. 농사짓는 농부

는 그 한 톨을 얻기 위해 수많은 날들을 땀 흘렸기 때문입니다. 밥 한 톨의

무게라!

    
• 코로나가 생긴 이유

지금 온 세계가 눈에 보이지도 않는 바이러스로 인해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인류가 고도로 산업화됨에 따라 환경이 오염되어 기후 위기가 찾아 왔습니다.

개발을 위해 삼림을 훼손하니 야생동물들은 살 곳이 없어졌습니다. 백 년 전

만 해도 인간이 사는 땅은 지구의 14% 정도였는데, 지금은 77%로 확대 되었

습니다. 야생동물이 살아가던 공간에 사람이 집을 짓고 경작지를 만들고 대규

모 가축을 기릅니다. 이것은 동물들의 서식처를 빼앗는 일이지요. 온실가스 배

출을 증가시키고 탄소흡수를 감소시켜 기후위기가 더해집니다. 지구 온도가

상승해서 병충해나 박테리아, 바이러스로 인한 감염병이 전 세계적으로 확대

되는 이유입니다.

세계교회협의회(WCC)가 작년 5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발표한 <전 지구적 생물

다양성 위기에 관한 긴급 성명서>에 따르면 “지구상에 존재하는 동식물의 8분

의 1에 해당하는 100만종이 멸종위기에 처했다”고 경고합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시작된 숙주(宿主, the host)가 박쥐와 천산갑 등의 멸종

위기 야생동물이라 하지요. 유행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들은 그런 동물들을

숙주로 살아가는데, 이들이 줄어들게 되자 인간에게 달라붙은 것입니다. 그러

니 낙타나 박쥐를 탓할 일이 아니지요. 저들을 귀히 여겨야 사람 생명이 또한

안전합니다.

근간에 산불이 자주 발생 합니다. 고성 안동 캘리포니아 호주 아마존 등. 작년

여름 호주 산불은 9개월간 지속됐습니다. 한반도 면적보다 넓은 1,000만 ha

를 잿더미로 만들었어요. 사람이 부주의해서? 우연히? 그렇지 않습니다. 기후

변화로 인해 대기가 건조해지고, 강수량이 적어지며, 섭씨 48,9도까지 올라간

것이 역사상 최악의 산불을 만들어 낸 것입니다.

    
• 멈추라

하나님께서 코로나 19를 통해 인류에게 경고하시는 것은 아닌가? 존 파이퍼(J.

S. Piper) 목사는 코로나를 ‘하나님의 천둥소리’라 표현합니다. Stop, ‘멈추라’

는 것이지요. 욕심과 욕망을 멈추라, 고기 한 점을 위해 달려가는 경주개처럼

멸망을 향한 발걸음을 멈추라, ‘모이기에 힘쓰라’ 하셨지만 모이는 것조차 잠

시 멈추고 돌아보라. 마음대로 산에 가고 강에 바다에 해외에 가던 것이 얼마

나 감사한 일인지, 이렇게 교회에 와서 예배 드리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

지, 멈춰 서서 생각해 보라.

    
놀랍지요. 누구도 할 수 없었던 일을 바이러스가 해내고 있습니다. 여행부터

시작해서 먹는 것, 모이는 것, 메이저리그, EPL까지, 끝을 모르고 질주하던 인

류의 행보가 2020년에 일단은 멈춰 섰습니다. 인류의 모든 자유와 편안함, 즐

기고 향유하던 문화를 멈추게 한 것입니다. 학교도 식당도 심지어 성전예배까

지 멈추게 되어 안타깝지만, 인류가 잠시 멈췄는데도 자연이 회복되고 있다잖

아요. 물과 공기가 맑아지고, 관광객이 줄자 바다거북들이 알을 낳기 위해 해

변에 몰려 든다고 합니다. 마산만에는 사라졌던 ‘잘피’가 돌아왔다는 소식도

들립니다. 모든 바이러스가 나쁜 게 아니듯, 바이러스는 지구의 균형을 유지하

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 ‘작은 생명 하나까지도’

올해 환경주일 주제가 ‘작은 생명 하나까지도’입니다. 이참에 제가 하는 일을

한 가지 나누고자 합니다. 아시는 성도들은 아는데요, 벌레가 방안에 들어 왔

을 때의 행동 요령입니다. 쉽게 죽이면 안 되겠지요. 멸종위기종인지 어찌 알

아요. 그렇지 않더라도 하나님 만드신 생명인데, 그도 오늘 저녁 먹을 것을 가

지고 집에 들어가야 하는 가장일 수도 있으니. 무엇보다 그를 죽이면 나도 죽

을 수 있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물론 매미채가 있으면 잘 담아서 밖에 놓아

주세요.

그렇지 않다면,
1. 벌레가 가만히 앉을 때까지 기다립니다.

2. 다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컵으로 덮습니다.

3. 얇은 종이를 컵과 벽 사이에 살살 끼워 넣습니다.

4. 종이로 덮은 컵을 가지고 밖으로 나갑니다.

5. 종이를 벗겨 벌레를 나무나 숲에 던져 줍니다.

    
그리하면 하나님께서 기뻐하실 것입니다. 자기 세상으로 돌아가는 그 벌레가

돌아서서 “고맙습니다” 하며 인사하는 모습이 보이실 것입니다. 저는 굉장히

많이 보았습니다. 그렇다고 최목사는 회도 안 먹고 채식만 하느냐? 그렇지 않

습니다. 하나님께서 먹으라고 주신 생명들입니다. 탐욕으로 먹는 것이 아니라,

정말 감사하는 마음으로 기도하고 먹습니다. “이 음식을 주시니 감사합니다.

이것이 나를 살리기 위해 쓰여진 것처럼 이 음식을 먹는 나도 생명을 살리는

일에 쓰여 지게 하옵소서”. 작은 생명 하나까지도 소중히 여기는 마음, 감사한

마음으로 먹고 마시는 것입니다.

    
환경주일을 맞아, 죽어가는 세상이 다시 회복되도록 거룩하고 경건하며 절제

하는 삶을 사십니다. 올 주제처럼 ‘작은 생명 하나까지도’, 귀히 여기며 소중

히 여기는 일입니다.

    
/사랑으로 샘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