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르시는 하나님

• 두르다

‘두르다’. 지난 주간, 묵상 중에 만난 단어요 이번 주일 설교 주제입니다. “산

들이 예루살렘을 두름과 같이 여호와께서 그의 백성을 지금부터 영원까지 두르

시리로다.”(시125:2)

 ‘두르시리로다’. ‘사비브’라는 히브리 동사인데요, ‘에워싸다’ ‘감싸안다’는 뜻입

니다. “주는 나의 은신처이오니 환난에서 나를 보호하시고 구원의 노래로 나

를 두르시리이다”(시32:7절). 엄마가 자녀를 품에 안 듯, 독수리가 새끼를 날

개 아래 보호하듯 하는 것입니다. 혹은 몸을 보호하기 위해 앞치마 같은 것을

걸칠 때도 ‘두르다’를 사용합니다. “저녁 잡수시던 자리에서 일어나 겉옷을 벗

고 수건을 가져다가 허리에 두르시고”(요13:4). 그러니까 ‘두르다’는 사람이나

집을 보호하고 지켜 주기 위해 병풍처럼 둘러 싸서 덮어 주거나 감싸 안는 것

을 말합니다. 에스겔서에서 이 ‘사비브’라는 단어가 25번이나 나오는데 주로

성전을 언급할 때입니다. 하나님께서 거룩한 성전을 두르시리라.

    
실제로 성전이 세워져 있는 예루살렘은 산과 언덕들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크

성전이 세워져 있는 예루살렘은 산과 언덕들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크게는 세

개의 산이 있는데, 동편에 ‘감람산’(올리브산), 안쪽 중앙에 ‘성전산’(모리아산)

이 있습니다. 그리고 남쪽에는 다윗성이 있는 ‘시온산’으로, 훗날 예루살렘 교

회가 세워지는 곳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둘러 있는 산들과 예루살렘 사이에는

깊은 계곡이 있습니다. 동쪽의 감람산에서 예루살렘으로 들어가려면 한참을

깊은 계곡으로 내려가야 합니다. 또다시 그 깊은 계곡에서 예루살렘을 향하여

올라가야 하는 지형입니다.

그러니까 예루살렘은 천혜의 요새입니다. 사방이 병풍처럼 산과 협곡으로 둘

러 있기 때문이지요. 강력한 군대 로마도 그 성을 공략하기가 쉽지 않았습니

다. 그렇게 ‘산들이 예루살렘을 두름과 같이’, 여호와께서 그의 백성을 감싸시

고 보호하시마 약속하십니다. “...그의 백성을 지금부터 영원까지 두르시리로

다”.

이렇듯 예루살렘은 천혜의 요새입니다. 사방이 병풍처럼 산과 협곡으로 둘러

있기 때문이지요. 강력한 군대 로마도 그 성을 공략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산들이 예루살렘을 두름과 같이’, 여호와께서 그의 백성을 감싸시고

보호하시마 약속하십니다. “...그의 백성을 지금부터 영원까지 두르시리로다”.

• 두르심의 믿음

우리에게도 이 두르심의 믿음이 분명하다면, 삶의 태도는 좀 더 담대할 수 있

을 것입니다. 우리가 위험한 환경을 만났을 때 두려워하는 이유가 무엇입니

까? 하나님이 우리를 두르고 계심을 알지 못하고 믿지 못하기 때문이지요.

(왕하6장)아람 군대가 도단성을 에워싼 것을 보고는 사환이 탄식하지만 엘리사

는 담대했지요. 하나님의 사자들이 두르고 있는 것을 보았고 믿었기 때문입니

다. “그가 보니 불말과 불병거가 산에 가득하여 엘리사를 둘렀더라”(왕하

6:17).

아무리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현실이 요동쳐도, 주께서 당신의 백성을 두르사

지키고 계십니다. 이것을 믿는 믿음을 가지면 세상 사람과 다를 것입니다. 육

신의 눈으로 보면 고달픔이 보이지만, 믿음의 눈으로 보면 하나님께서 두르고

계심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니 세상 눈으로 보이는 것을 의지할 것인가? 믿

음의 눈으로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의지할 것인가?

존 번연 (J. Bunyan)의 <천로역정>은 주인공 ‘크리스천’이 멸망할 도시를 떠나

영원한 도성인 시온산을 향해 가는 순례길을 그린 소설입니다. 한번은 크리스

천이 ‘고난의 산’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산을 올라가는데 두 사람이 혼비백산

해서 되돌아옵니다. 이름이 ‘불신’과 ‘두려움’인 사람들입니다. 저들은 “저 앞

에 사자 2마리가 있어서 물려 죽을까 봐 되돌아온다”라는 것입니다. 크리스천

도 잠시 고민을 하다가 그곳에 이르렀더니, 아니나 다를까 우는 사자 2마리가

문 앞에 버티고 있었습니다. 식은땀이 흐르고 두려움이 앞섭니다. 그런데 좀

이상해요. 사자가 으르렁 대긴 하는데 달려들지 못해요. 자세히 보니 다리가

묶여 있습니다. 사자와 사자 사이 가운데로 가면 문제 없이 통과할 수 있었습

니다. 사람들이 사자만 보고는 지레 겁을 먹고 되돌아간 것이지요.

인생길도 동일합니다. 우리는 자주 사나운 사자를 만나 두려워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사자들이 으르렁거려도 하나님께서 묶어 놓으셨습니다. 십자가 예수

그리스도께서 악한 원수 마귀를 결박하셨습니다. 발이 묶여 있는 사자와 다름

이 없다는 것, 겁만 주고 포효만 하지 결코 우리를 해치지 못합니다. “나사렛 예

수 그리스도 이름으로 명하노니 물러가라. 두려움과 절망은 떠나갈지어다.”

♬(찬270장)“십자가 단단히 붙잡고 날마다 이기며 나가세...”

• 두르시는 하나님

한 주간 이러 저런 일들 가운데 가만 돌아보니, 목사인 저도 이 믿음이 부족

했습니다. 사자 앞에서 지레 겁먹고 두려워했습니다. ‘사카크’, 엄마가 아기를

품에 품듯 주께서 나를 두르고 계시는데 믿음의 눈으로 보지 못했습니다. 그

래서 먼저 사람을 찾았지요. 두려워하고 절망하기도 했습니다.

20세기 가장 위대한 종교사상가 중의 한 사람인 마틴 부버(M. Buber), 그는

독일계 유대인 신학자인데, 백여년 전에 그가 쓴 책 <나와 너>(Ich und Du)

는 서구 사상에 코페르니쿠스적인 전환을 가져 왔다고 평가됩니다. 삶을 곧

‘만남’(Begegung)으로 보고, ‘나와 너(Ich-Du)’ 그리고 ‘나와 그것(Ich-Es)’의

관계와 차이를 설명했습니다. 피상적인 만남은 ‘나와 그것’의 만남이고, 인격

적 만남은 ‘나와 너’의 만남이라. ‘나와 그것’의 관계에서 ‘나와 너’의 관계가

되어야 하는데, 인간은 영원자이신 하나님과의 인격적인 만남을 통해 자기를

완성하고 진정한 의미의 자신을 발견한다고 말합니다.

    
부버가 이 사상을 갖게 된 일화가 있었으니, 회히러라는 친구 목사가 있었습

니다. 당시 유대인들은 과거 유대의 역사를 재현하자는 시오니즘(Zionism) 운

동을 일으켰습니다. 부버는 베를린을 방문한 회히러 목사와 시오니즘에 관해

대화를 나누고는 기차역까지 배웅하러 함께 길을 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회

히러 목사가 갑자기 멈춰서더니 묻습니다.

“부버, 자네에게 할 말이 있네. 우리가 시오니즘을 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신앙이네. 당신 하나님을 믿지?”.

갑작스런 질문에 부버는 엉겁결에 “믿고 말고!” 하고 대답했습니다. 배웅을 마

치고 돌아오면서 “자네 하나님을 믿지?”라는 질문이 떠나지 않았습니다. 멈춰

서서 생각합니다. “나는 어떤 하나님을 믿지? 믿는 것도 아니고 안믿는 것도

아니고, 내 신앙은 왜 이렇게 희미할까?”.

한참을 서서 고민하는데 섬광 같은 생각 하나가 스쳤습니다.

“나는 지금까지 하나님을 3인칭(Es)으로 모시고 있었구나. 역사의 기록 가운데

계신 하나님일 뿐, 그 하나님이 오늘 ‘나’의(Ich) 삶 가운데 ‘나’를 만나 주시

고 ‘나’의 인생을 두르고 계심을 얼마나 신뢰하고 있는가?”

이것을 깨닫고 쓴 책이 바로 <나와 너>입니다. 그렇게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났다면, ‘그’의 하나님이 아니라 ‘나’의 하나님으로 믿는다면, 성경의 하나님

만이 아니라 내 삶에서 나를 두르시는 사카크의 하나님이심을 믿는다면, 우리

는 두려움을 이기고 담대하게 승리할 줄 믿습니다.

    
당신은 어떠십니까? ‘그’의 하나님이 아니라 ‘나’의 하나님, 사카크 나를 지금

도 두르고 계심을 분명히 믿으십니까?

    
/사랑으로 샘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