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을 이기는 힘

맥추감사주일입니다. 첫 수확을 앞에 두고 기뻐하며 감사해야 하는 절기이지
요. 그런데 마음이 무겁습니다. 우리가 지나온 2020년 6개월은 정말이지 가장

힘들고 어려운 시기였기 때문입니다. 코로나 19로 성한 곳이 없었습니다. 밖

에 나가는 작은 일에서부터 학생들 학교, 식당, 여행, 스포츠, 대기업에 이르

기까지, 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고통이 엄습했지요. 무엇보다 사람이 모여야 하

는 교회는 너무나 힘겨워서, 아직도 공동체 모임은커녕 예배조차 온전히 회복

되지 못했습니다. 이 와중에 무슨 감사절인가?

    
그러나 그래도 감사주일을 지키려 합니다. 쥐어짜서 하는 감사라 할지라도, 감

사가 세상을 이기는 근원적인 힘이니. 감사해야 행복의 문이 열리니, 감사가

가장 큰 믿음이니, 무엇보다 하나님의 명이시니.

성경의 하나님은 감사를 기뻐하십니다. “감사로 제사 드리는 자가 나를 영화

롭게 하나니”(시50:23). 하박국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한 사람입니다. 다

니엘과 세 친구는 ‘그리 아니하실지라도’ 감사했습니다. 느헤미야 시대 재건된

예루살렘 성전에 당당히 언급된 이름들이 있었으니, ‘맛다냐’, ‘박부갸’입니다.

저들은 ‘기도할 때에 감사하는 말씀을 인도하는’ 감사대장들이었습니다(느

11:17절).

    
이 시대 대표적인 영성가 헨리 나우웬(Henri Nouwen)은 최고 대학 교수직을

사임하고, 캐나다 정신박약 장애인 공동체 <라르쉬 데이브레이크>에서 일합니

다. 거기에서 “어떻게 하면 내 고통을 없앨 수 있을까?”가 아니라 “어떻게 하

면 내 고통을 성장과 배움의 기회로 삼을 수 있을까?”를 묻는 사람들을 만납

니다. 그들은 대부분 글을 읽을 수 없고 제 몸 하나 가눌 수 없는 사람들입니

다. 거기에서 감사에 대해 깨닫습니다.

“가장 깊은 의미에서 감사란, 삶을 고맙게 받아야 할 선물로 산다는 뜻이다.

진정한 감사는 좋은 것과 나쁜 것, 기쁜 일과 아픈 일, 거룩한 부분과 거룩하

지 않은 부분을 가리지 않고 삶 전체를 끌어안는다. 모든 사건 한 복판에서

하느님의 생명과 임재를 맛보기 때문이다...우리는 어두운 순간을 지날 때조차

도 우리 안에서, 우리 삶에서 일하시는 성령을 발견해야 한다... 감사하며 사

는 사람들은 인생의 힘들고 비통한 기억속에서도 기뻐하는 법을 배운다. 가지

치기가 단순한 벌이 아니라 준비임을 알기 때문이다. 과거의 일부만 감사제목

이 된다면 우리 미래도 그만큼 온전할 수 없다. 그러나 하나님의 가지치기 작

업에 자신을 내어 드릴 때, 우리의 끝은 슬픔이 아니라 희망이다. 우리 안에

서, 우리를 통해서 성취될 수 있는 일에 대한 희망이다. 수확철에 그 복을 누

린다.”

<춤추시는 하나님>, 헨리 나우웬. 33-36쪽 중에서

    
• 감사쏭

지난 주일에 <감사쏭>이라는 찬양을 소개했지요. 한 주간동안 익히면서 감사

를 생각해 오라고 숙제를 드렸습니다. 가사가 참 단순하고 유치합니다. 그러면

서도 부르다 보니 은혜가 됩니다.

    
"그래서 감사 그래도 감사 /그러나 감사 그러므로 감사

그렇지만 감사 그럼에도 감사 /그러니까 감사 아주 그냥 감사

그리 하실지라도 감사 /그리 아니 하실지라도 감사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 /이래도 저래도 감사

매일 매일 감사 항상 감사 /쉬지 말고 감사 범사에 감사"

    
2절에 백코로스 ‘감사 감사 감사’까지 합치면 마흔 번이 넘도록 감사를 노래

합니다. 이 노래를 지은 장신대 홍인종 교수는 ‘감사의 언어를 개발하라’고 합

니다.

‘그래서 감사’. 결과가 좋아서 감사하는 것입니다.

‘그래도 감사’. 결과는 좋지 않지만 상관없이 감사합니다.

‘그러나 감사’. 감사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의지적으로 감사합니다.

‘그러므로 감사’. 과정이나 결과와 상관없이 결론적으로 감사합니다.

‘그렇지만 감사’. 지금은 감사하지 못하는 결과이지만 감사하려고 합니다.

‘그럼에도 감사’. 마음의 소원과 간구대로 되지 않더라도 감사합니다.

‘그러니까 감사’. 선행 조건 때문에 좋은 결과가 있어서 감사합니다.

‘그리 하실지라도 감사’. 원치 않는 고통, 박해, 고난이 닥쳐도 감사합니다.

‘그리 아니하실지라도 감사’. 소원대로 되지 않더라도 나를 향하신 하나님의

계획하심과 선하심을 신뢰하며 감사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 감사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내가 모르는 하나님의

섭리가 있음을 믿고 감사합니다.

<생명의 삶>, 2009년 11월호. 감사와 경건훈련, 홍인종. 165쪽

    
• 맥추감사절

<감사쏭>을 부르다 보니 두 가지 감사가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그래서 감사,

그래도 감사. ‘그래서 감사’류(類)는 ‘그래서 감사’, ‘그러므로 감사’, ‘그러니까

감사’ 입니다. 반면 ‘그래도 감사’류(類)는 ‘그래도 감사’, ‘그러나 감사’, ‘그렇

지만 감사’, ‘그럼에도 감사’, ‘그리아니하실지라도 감사’,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 등 입니다. 모든 감사가 다 귀하지만, ‘그래도 감사’가 ‘그래서 감사’보

다 귀합니다. ‘그래서 감사’는 조건을 따른 감사이고, ‘그래도 감사’는 어떤 상

황에서도 감사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맥추감사주일은 ‘그래도 감사’하는 날입니다. 하나님은 일 년에 두 번의

감사절을 명하셨지요. 첫 수확시에 맥추절, 마지막 수확 시에 추수절입니다.

가을의 추수감사절은 ‘그래서 감사’하는 날이지요. 모든 수확을 마치고 들녘이

풍성한 계절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맥추절은 ‘초실절’이라고 해서 처음 열매

를 거두었을 때입니다. 농사의 맨 첫 열매인 보리를 거두면서 감사하는 절기

이지요. 그러니 가장 배고플 때입니다. 작년 추수이후 먹을 게 다 떨어졌어요.

고작해야 수확이라곤 겉보리 얼마입니다. 앞으로 가을 추수 때까지 먹고 살

게 걱정입니다. 그래도 감사하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하라. 그리할 때 헨

리 나우웬의 말대로, 훗날 ‘수확철에 그 복을 누리게 되리라’. 그러므로 맥추

절은 ‘미리 하는 감사’입니다. 반드시 주께서 풍성케 하실 것을 믿기 때문입니

다.

    
• ‘그래도 감사’

맥추감사절 맞으면서 지난 6개월을 돌아 보니, 힘겨운 순간도 많았지요. 감사

하지 못할 일들을 꼽자면 한이 없습니다. 그래서입니다. ‘그래도 감사’ 하렵니

다.

    
첫째, 구원 받았기 때문에 ‘그래도 감사’입니다.

아무리 세상에서 잘 되었어도 구원 받지 못하면 소용없습니다. 백만장자라도

빈손으로 가야 합니다. 백수를 누렸어도 그 날이 있습니다. 그날 이후를 준비

하고 분명한 확신 가운데 살지 않는다면 허망한 인생일 뿐입니다. 성도는 예

수 그리스도를 통해 영원한 생명을 얻었습니다. 죽어도 다시 사는 천국 백성

이 되었지요. 삶이 좀 힘들어도, 부족해도, 내 맘대로 되지 않았어도, 나는 ‘그

래도 감사’입니다.

    
둘째, 오늘 주께서 나와 함께 하시기에 ‘그래도 감사’입니다.

천국백성이 되었어도 이 땅이 또한 중요하지요. 살아 있기 때문이고 살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땅의 인간은 연약합니다. 삶은 먹고 살기 힘이 듭니

다. 무엇보다 외롭습니다. 가족도 친구도 다 떠나고 함께 갈 사람이 없습니다.

그러나 성경은 약속하지요. 임마누엘, 주께서 함께 하신다. 그것도 세상 끝날

까지. 이것을 확증하시기 위해 예수님께서 이 땅에 오셨습니다. 연약해도 외로

와도 주님 나와 함께 하시니, 나는 ‘그래도 감사’입니다.

    
셋째, 합력해서 선을 이룰 것이기에 ‘그래도 감사’입니다.

지금 내 삶을 보면 감사가 나오지 않습니다. 조건이나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코로나는 모두에게 온 것이니 그래도 낫지요, ‘왜 나만 겪는 고통입니까?’ 그

러나 합력해서(synergeo) 선을 이룬다면, 오늘의 실패가 내일의 회복과 합력

하는 것이라면, 오늘의 상처가 더 단단한 인생으로 합력한다면, 그렇다면 희망

이 있습니다. 역경 가운데 인내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은 이 실패와 상처와 절

망을 이기고 끝내 선하신 뜻을 이루실 것임을 믿기 때문입니다. 내가 ‘하나님

을 사랑하는 자, 곧 그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가 되기만 하면 됩니다. 그래

서 나는 ‘그래도 감사’입니다.

    
만일 우리 감사가 직장 잡아서 감사하고, 통장 잔고가 늘어나서 감사한 것에

그친다면 세상 사람과 다를 바가 무엇입니까? 예수 안 믿는 사람들도 그런 때

는 다 감사하고 기뻐합니다. 성도는 불평하고 원망해야 할 때 감사합니다. 분

노하고 정죄해야 할 때 기뻐합니다. 우리가 참으로 하나님을 믿는다면 하나님

만으로 기뻐합니다. 우리 곳간이 비어도 기뻐할 수 있는 것은 구원하신 하나

님, 임마누엘 하나님, 합력해서 선을 이루시는 하나님, 그 하나님을 믿기 때문

입니다. 그러므로 감사는 조건과 환경에 따른 문제가 아니고 믿음의 문제입니

다.

    
여러분은 어떠십니까? 오늘 ‘그래도 감사’ 하십니까?

    
/사랑으로 샘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