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이 있는 교회>

    
• 자모실 아이들

주일에 교회에서 가장 평안한 인생이 누구일까? 자모실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엄마 품에 안겨 잠을 자고 있는 갓난아이들이지요. 엄마의 품은 평안입니다.

엄마의 심장 박동 소리를 들으며 젖을 먹는 아기를 보십시오. 아기의 눈은 엄

마의 눈을 바라봅니다. 엄마도 호수같이 맑은 아기의 눈을 사랑스레 바라봅니

다. 젖을 먹이면서 줄창 TV만 보는 엄마들은 없지요. 아이와 눈을 마주치는

것입니다. 아기와 엄마 사이에 무언의 교감이 일어납니다. 아기는 자기를 사랑

하는 엄마의 사랑을 온몸으로 느낍니다. 그리고 어느 결에 살포시 잠에 빠집

니다. 염려도 근심도 시름도 없습니다. 참 맛있는 잠입니다. 코로나로 인해 그

아이들을 많이 보지 못하는 것이 아쉽습니다.

    
시인 김기택은 그런 아기의 잠을 이렇게 표현합니다.

"아기는 있는 힘을 다하여 잔다. 부드럽고 기름진 잠을 한순간도 흘리지 않는

다. 젖처럼 깊이 빨아들인다... 남김없이 잠을 비운 아기가 아침 햇빛을 받아

환하게 깨어난다. 밤사이 훌쩍 자란 풀잎같이 이불을 차고 일어난다. 밤새도록

잠에 씻기어 맑은 얼굴, 웃음 말고는 다 잊어버린 얼굴이 한들거린다."

<사무원>, 김기택, ‘아기는 있는 힘을 다하여 잔다’, 1999

    
어미 품에서 푹 자고 일어난 아기의 얼굴에 담겨 있는 평안을 말하고 있지요.

어릴 때만이 아닙니다. 커서도 마찬가지이지요. 첫 휴가갈 때 부대에서 연습을

많이 합니다. 어머니 앞에서 이렇게 하라는 거예요.

“단결! 신고합니다. 막내아들 최현장 첫 휴가 나왔습니다.”

그땐 왜 이런 거 했는지 몰라요. 근데 막상 고향 집에 들어서면? ‘단결’이 어

디 있어요, “엄마” 하고 찔찔 울지요. 그게 자식이고 그게 어머니 품입니다.

거기에 평안이 있기 때문입니다.

    
• 성경, ‘품’의 이야기

성경은 하나님의 품을 떠난 인생들의 이야기이지요. 돌아온 인생들을 그 품에

품어 주시는 이야기이라. 잃은 양 한 마리를 찾은 목자, 양을 몰아세우지 않습

니다. 그 양을 “기뻐하면서 어깨에 메고”(눅15:5) 돌아옵니다. 목자의 어깨는

실로 생명이 고비에 처한 이를 평안하게 하는 품이며, 고단한 인생들이 기대

어 새 힘을 회복하는 버팀목입니다. 하나님 아버지는 우리에게 바로 이 목자

의 든든한 어깨와 같습니다. 탕자가 돌아왔을 때 아비는 과오를 추궁하지 않

습니다. 거지꼴의 아들을 그 품에 덥석 끌어안고 목에 팔을 두르며 입을 맞추

었습니다. 있는 그대로 받아 주십니다. 꺼져가는 생명은 바로 이러한 품에서

그 기력을 회복합니다. 그 품에서야말로 이룰 수 없는 생명의 역사가 일어납

니다. 백 마디 천 마디의 말보다, 말없이 자신의 품을 안식처로 내어주는 존재

에게, 생명은 감격해하며 새로운 삶의 의지를 다질 수 있게 됩니다.

    
십자가의 주님은 바로 이러한 분이십니다. 우리 기력을 소생하게 하는 생명의

어깨이며, 모든 인생의 염려가 봄볕에 눈 녹듯 녹아 사라지는 사랑의 품입니

다. 그 품이 얼마나 좋은지, 태초에 주님도 아버지 품속에 계셨다 하십니다.

“본래 하나님을 본 사람이 없으되 아버지 품속에 있는 독생하신 하나님이 나

타내셨느니라”(요1:18)

    
• 품이 있는 교회

얼마 전 중국 쓰촨성(四川)에서 지진이 일어났습니다. 이럴 때마다 감동을 주

는 일들이 보도되지요. 특히 죽음 앞에서 엄마의 사랑이 얼마나 위대한 지를

보여 주는 사건들이 있었습니다. 무너진 가옥에서 구조대원들이 포대기에 쌓

인 아기를 가슴에 품고 엎드려 있는 시신을 발견했습니다. 죽은 엄마의 품에

안겨있던 젖먹이는 다행히 숨을 쉬고 있었지요. 아기를 안고 병원으로 가던

중에 포대기 안에서 휴대전화를 발견합니다. 화면에 쓰여진 문자 메시지에 의

료진들은 왈칵 눈물을 쏟았습니다. “사랑하는 나의 보배야, 만약 네가 살아남

으면 꼭 기억해다오. 내가 널 사랑했다고”.

이런 엄마도 있었어요. 생후 백일 가량 딸아이와 함께 갇혔는데, 윗옷을 머리

위로 벗어 흙이 흘러내리지 않도록 덮어 주고 자기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숨져

있었습니다. 아이는 불그스레한 얼굴로 죽은 엄마의 젖꼭지를 물고 있었다지

요. 구조작업에 참여했던 한 의사는 말합니다. “죽은 엄마는 자기가 죽더라도

얼마동안은 아이가 젖을 물고 버틸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던 것 같다.”

세상의 모든 엄마의 마음은 다 이와 같습니다. 그래서 엄마라는 이름만 들어

도 가슴이 떨리고 눈가에 눈물이 맺혀집니다. 그 엄마의 품이 있는 한, 세상은

희망이 있습니다.

    
품이 있는 교회. 그렇게 엄마 품이 있는 교회 말입니다. 무엇이든 받아 주는

품, 감싸 주는 품, 기운을 차리게 하는 품, 깨닫게 하는 품, 다시 시작하게 하

는 품. 우리 교회가 품이 있는 교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광야 같은 세상

목마른 이들이 찾아와, 새 힘과 은혜를 받아 누리는 오아시스 같은 어머니 품.

예배드릴 때 그 따스한 주님의 품을 만난다면, 그리스도의 품을 닮은 성도들

을 볼 수 있다면. 세상은 평가하고 재단하지만 참 교회는 먼저 품어 줍니다.

교회는 실로 세상 어느 곳에서도 발견할 수 없고, 오직 하나님만이 주실 수

있는 지친 영혼의 쉼터입니다. 이것은 세상을 부정하고 세상을 피하라는 말이

아닙니다. 참된 안식을 통해 자아를 회복하고 새 힘을 얻어 세상으로 나가라

는 파송의 말씀입니다. 그러므로 예배시간에 하나님 품을 느끼는 성도는 복이

있습니다. 내 앉은 자리에서 주님이 안아 주심을 경험하는 성도는 행복합니다.

교회생활이 행복한 사람은 그의 모든 생활이 행복합니다.

(시131:2)“실로 내가 내 영혼으로 고요하고 평온하게 하기를 젖 뗀 아이가 그

의 어머니 품에 있음 같게 하였나니 내 영혼이 젖 뗀 아이와 같도다”

    
• 젖 뗀 아이

그런데요, 다윗은 여기서 그냥 아이가 아니라 ‘젖 뗀 아이’라 했습니다. 갓난

아이와 젖 뗀 아이는 다르지요. 갓난아이는 끊임없이 엄마의 젖을 원합니다.

어찌 보면 원하는 것이 엄마가 아니라 젖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저도

세 아이들 키우면서 아내에게 많이 해 본 말인데요, “애 젖 좀 물려, 그럼 조

용해지지”

예, 어릴 때 엄마 젖이 최고였습니다. 지금까지 그 기억이 생생하신 분은 젖

늦게 떼신 분들입니다. 때로는 이빨로 젖을 아프게 해도, 엄마들은 아이가 힘

이 넘치기 때문이라며 아픈 것도 모르고 좋아하셨습니다. 그런데 두세 살이

되면 어느 순간 엄마가 달라지지요. 아무리 젖 달라고 난리쳐도 소용없습니다.

어떤 때는 드디어 젖을 물기는 물었는데 쓴 맛이 납니다. 뭘 발라 놓은 것입

니다. “일찍부터 인생에 쓴 맛을 보았다?” 젖을 뗄 때가 된 것입니다. 밥을

먹어야 하는 때가 된 것이지요. 당장은 밥이 맛없어도, 내가 씹어야 하는 수고

가 있어도, 밥을 먹어야 합니다.

    
신앙도 마찬가지로 비유할 수 있겠지요. 아이들 신앙에서 어른 신앙으로 성숙

해야 합니다. 소원성취 하는 것이 신앙의 목표가 아닙니다. 이제는 엄마 젖을

떼고 엄마 ‘자체’로 기뻐해야 합니다. 그리할 때 인생에 진짜 평안이 찾아옵니

다. 병이 들려도, 좀 억울해도, 때론 좀 응답하시지 않아도, 내 안에 주님으로

인해 기뻐합니다. 오래전 영성 모임의 모토가 생생합니다. “그리스도 완전 충

만! 일체 은혜 감사!”

    
/사랑으로 샘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