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가는 순례길>

• 이다지도 좋을까!

주중에 어느 성도와 통화를 했습니다. 교회 온지 얼마 안되시는 분인데 감사

의 말씀을 하십니다.

“목사님, 주일 예배에 회복이 돼요. 교회 못가면 마음이 축 쳐지는데요...”

성전에 올라 예배 드릴 때 말씀에 은혜 받고 기도하며 눈물도 흘리면 지친 영

혼이 회복된다는 것입니다. 안 그래도 그 성도를 뵈면 은혜가 돼요. 예배가 끝

나도 쉬 자리를 일어서지 않고, 두 손 모아 기도하는 모습을 자주 보았던 터

입니다.

“집사님, 힘이 나요. 그렇군요. 성전예배가 귀하군요. 이런 말이 있어요. ‘목사

도 교회 3개월 안가면 구원이고 뭐고 신앙 다 팔아 먹는다’”.

    
실제로 그렇습니다. ‘혼밥’ ‘혼잠’ 등 ‘혼삶’이 유행해서 혼자서 뭐든 하리라

생각되지만 신앙생활 만큼은 불가능합니다. 홀로 타는 장작은 쉬 꺼지기 마련

이지요. 장작들이 합쳐져야 계속해서 불이 타오릅니다. 그래서 주님은 이 땅에

교회를 세우시고 공동체를 주신 것입니다. 다윗은 그렇게 성도들이 성전에 올

라 함께 예배하며 교제하는 모습을 아름답다고 감탄합니다.

“그 얼마나 아름답고 즐거운가! 형제자매가 어울려서 함께 사는 모습!”

(시133:1, 새번역).

“이다지도 좋을까, 이렇게 즐거울까! 형제들 모두 모여 한데 사는 일!”

(공동번역)

    
‘목회자들의 목회자’라 불리우는 영성학자 유진 피터슨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러한 하나님의 말씀은 예배의 모든 순서에 나타난다. 예배가 시작될 때 우

리는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첫 마디를 듣고, 축도에서 마지막 말씀을 읽는 시

간에는 신앙의 선조들에게 하신 말씀을 듣고, 설교 시간에는 우리를 위해 재

현된 말씀을 듣는다. 성경 말씀을 쉽게 풀어놓은 찬송을 통해 우리는 하나님

의 말씀으로 명확하게 기도한다. 예배 때마다 우리의 지성은 고양되고, 우리의

기억은 하나님의 판단으로 새로워지고, 우리는 하나님이 말씀하신 것과 그분

의 결정, 우리를 구원하시는 그분의 방식에 친숙해진다... 만약 당신이 혼자

집에 있으면서 성경을 읽는 것으로 예배를 대신하려고 한다면 당신은 많은 것

을 놓치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당신은 당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주변 문화

의 영향을 받고, 편견에 사로잡혀 왜곡된 시각으로 성경을 읽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배 때에 당신은 회중의 일부가 된다. 이 회중은 성경의 모든 저자가

말씀을 선포하는 대상이다. 그리고 예배는 모든 찬송가 작곡자들이 예배자의

머리 뿐만 아니라 가슴까지도 어루만지는 진리를 표현하기 위하여 음악을 사

용하는 공간(空間)이다. 그 뿐만 아니다. 예배는 당신과 더불어 축복과 믿음,

의심과 상처로 엿새를 지낸 설교자가 회중의 언어로 성경의 진리를 해석하는

것을 듣는 자리이기도 하다...”

유진 피터슨, <제자도:한길 가는 순례자>, 127쪽.

    
• 공동체의 중요성

그러므로 신앙에는 개인적인 차원이 있고 공동체적인 차원이 있습니다. 하나

님께 예배하고 은혜를 받는 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차원입니다. 그리고 공동체

가 함께 교제하고 나누고 섬김을 통해 그 신앙이 더욱 견고해 집니다. 개인적

인 차원의 신앙은 ‘뿌리’라 생각합니다. 공동체적인 차원의 신앙은 ‘땅’입니다.

신앙이라는 나무에 먼저는 뿌리가 중요하지요. 그 뿌리는 예배요 하나님과의

인격적인 관계입니다. 그런데 그 신앙이 자리기 위해서는 땅이 필요합니다. 뿌

리가 땅에 깊이 드리울 때 그 나무가 견고해 집니다. 뿌리가 땅을 떠날 수 없

듯, 공동체를 떠난 믿음은 있을 수 없습니다. 장로교 창시자 칼빈은 말합니다.

“하나님이 아버지인 사람들에게 있어서 교회는 또한 어머니가 될 것이다”.

어떤 선교사님의 보고를 보면, 오지(奧地)에 가서 복음을 전하자 예수 믿겠다

는 결신자들이 생겼습니다. 그런데 잠시 다른 곳을 갔다가 찾아와 보니, 웬일

이래요. 모두 믿음을 떠났다는 것이에요. 믿음의 결단 후에 그것을 품고 견고

히 해 줄 교회가 없어서이라. 교회가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하나님과 내 관계만 중요하다?”. 그렇지 않습니다. 주님은 교회 공

동체를 통해 그 신앙을 키워가게 하십니다. 보세요. 세례도, 성찬도 공동체로

베푸십니다. 은혜도 축복도 지파별 교회별로 선포될 때가 많습니다. 교회의 시

발점이 된 오순절 성령 강림은 성도들이 함께 모인 마가 다락방에 임했습니

다. 심지어 구원(영생) 조차 공동체를 통해 개인에게 임합니다.

“보라 형제가 연합하여 동거함이 어찌 그리 선하고 아름다운고... 거기서 여호

와께서 복을 명령하셨나니 곧 영생이로다”(시133:1,3)

    
• 거리두기

‘코로나’가 인류의 재앙이라 생각되는 것은, 팬데믹에 치사율이 높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목사인 저는 이 ‘거리두기’(Distancing)가 심각한 문제로 다가 옵니

다. 사회적 거리두기, 생활속 거리두기. 한 마디로 사람을 가까이 하지 말고,

서로 모이지 말라는 것이지요. 그것도 한 두 달이면 끝날 줄 알았는데, 벌써

반 년이 넘게. 그래서 사람 만나는 것이 꺼려지고, 교회도 오지 못하는 성도들

이 적지 않으십니다.

‘거리두기’. 따지고 보면 무서운 말이지요. 사람은 만나서 손을 잡고 눈을 맞

추고 마음을 나눠야 하는 존재입니다. 거리두기는 사람을 멀리하게 되고 개인

주의 소외감을 만들어 냅니다. 우스개 소리인지, 이것 때문에 깨진 연인들도

많다나요. 영어 속담 그대로이지요. “Out of sight, out of mind” (눈에서 멀

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 시인 정현종은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고 읖었는데, 정말이지 사람들 사이가 출입금지 구역이 되어 점점

갈 수 없는 섬이 되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인가 봅니다. 돌아가신 신영복 선생님의 이 글이 마음에 크게 울려집니

다.

“없는 사람이 살기는 겨울보다 여름이 낫다고 하지만 교도소의 우리들은 없이

살기는 더합니다만 차라리 겨울을 택합니다. 왜냐하면 여름 징역의 열 가지

스무 가지 장점을 일시에 무색케 해버리는 결정적인 사실, 여름 징역은 자기

의 바로 옆사람을 증오하게 한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모로 누워 칼잠을 자야

하는 좁은 잠자리는 옆 사람을 단지 37℃의 열덩어리로만 느끼게 합니다. 이

것은 옆사람의 체온으로 추위를 이겨 나가는 겨울철의 원시적 우정과는 극명

한 대조를 이루는 형벌 중의 형벌입니다”.

신영복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중에서.

    
• 거리좁히기

사실 이전에도 교인이라 하면서 스스로 교회와 거리두기를 하는 것이 한국교

회 하나의 현상(trend)이었습니다. “교회에 깊이 들어가면 상처 받아요. 그래

서 적당히 교회만 오갑니다”. 나홀로 신앙, 기둥 뒤에서 예배만 드리고 가는

성도들이 늘어가는 것이지요. 대형교회를 선호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런 눈으로 성경을 보니, 성경에도 거리두기가 많이 나옵니다. 유대인은 이방

인과 철저한 거리두기를 했습니다. 바리새인들은 죄인들과 사회의 약자들을

정죄하며 저들과 멀리했습니다. 문둥병자는 ‘나는 부정하다’를 외치며 성한 사

람과 6피이트(2m) 이상 거리두기를 해야 했습니다. 사도행전에 보면 초대교회

에 가장 큰 위기는, 이방인에 대한 유대인들의 거리두기였습니다. 복음이 유대

를 넘어 이방에 전해져 유대인과 이방인 모두 예수를 믿게 되었지만, 서로간

의 갈등, 거리두기가 문제였습니다. 만약 강도 만난 사람에게 선한 사마리아

사람조차 거리두기로 지나쳤다면, 사람들에게 거리두기를 당해 늘 혼자였던

삭개오에게 예수님이 가까이 오지 않으셨다면. 그러나 주님은 이 거리두기를

철폐하셨습니다. 유대인과 이방인, 주인과 종, 남자와 여자. 무엇보다 하나님

과 우리간의 막힌 담들을 허무사 거리 좁히기에 목숨을 내신 일, 십자가입니

다(엡2:14).

    
광야 성막 지성소 안에 안치된 언약궤를 보면 재미있는 모습이 있어요. 그 뚜

껑을 속죄소 혹은 시은소(施恩所, mercy seat)라 하지요. 거기에 하나님의 은

혜가 내려 온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자세히 보면 시은소 위에 날개 달

린 천사 둘이 서로 마주 보고 있습니다. 하나님이 바로 거기에 임재하셨습니

다.

“거기서 내가 너와 만나고 속죄소 위 곧 증거궤 위에 있는 두 그룹 사이에서

내가 이 자손을 위하여 네게 명령할 모든 일을 네게 이르리라”(출25:22)

즉, 하나님은 두 사람이 서로 얼굴을 마주하고 있는 곳에서 말씀하십니다. 그

것도 서로 사랑으로 포옹하고 너그러이 돌보는 마음으로 함께 할 때 임재하시

리라.

    
• 함께 가는 순례길

부족하지만 이제까지 영락교회 목사로서, 서로 함께 먹고 마시고 마음 나누며

목회해 왔습니다. 병원에 성도 계시면 찾아가 손잡아 주고, 가정에 아이들 태

어날 때부터 입학에 졸업에 군대에 취직에 결혼에 함께 축복해 주고, 힘든 일

무너지는 일에 그저 손잡고 같이 울어 주는 일이었습니다. 어두운 성도 얼굴

보면 목사 마음도 무겁고, 누구랑 누구랑 다퉜다 하면 불러다 하소연 들어주

며 서로의 편이 되어 주고, 영업집 심방 가서 손님 많은 거 보면 안먹어도 배

부르고. 그렇게 만나서 얼굴 마주 보며 같이 웃고 아파하고 오해하기도 하고,

그렇게 함께 해 왔는데. 그게 목회이고 교회이고 주께서 주신 짐이자 복이라

생각하며 왔는데.

    
그런 의미에서 성전에서 예배 드리지 못하는 교인들이 걱정됩니다. 물론 가정

에서 영상으로 예배드리지요. 다른 큰 교회 영상이라도 꼭 예배 드려서 주일

지키라 권면하지만, 영적 상태가 어떠할지, 험한 세상에서 믿음을 지키며 잘

살아 가고 계신지...

그래서입니다. 성전에 오르지 못하는 것이 너무 오래 가서는 안됩니다. 까치발

로 오래 서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지요. 때가 되면 믿음의 형제들이 함께 드

리는 예배에 참여해야 합니다. 형제가 연합하여 동거하진 못해도, 함께 식사하

며 눈인사라도, 평안을 빌어 주는 한 마디 말이라도 주고 받아야 합니다. 그래

야 광야길 함께 이겨낼 수 있습니다. 기러기가 V자로 날아서 서로 힘을 준다

는 이야기를 들어 알고 있지요. 우리 믿음의 순례길은 혼자 빨리 가는 길이

아니라, 함께 멀리 가는 길입니다. 앞선 이들이 험한 바람을 헤쳐주어 뒤 따르

는 이들의 길을 열어주는 것입니다. 그러다 지치면 뒤 따르던 이들이 앞서 나

가 모진 바람 헤쳐 주는 것입니다. 만약 머나먼 믿음의 순례길에서 낙오하는

분이 생기더라도, 다시 소생하여 이 길에 합류할 때까지 땅에 내려가 돌보고

감싸주는 것입니다. 그래서 영락의 순례자들이 한 분도 낙오함 없이 저 천국

에 다 도달하시면 좋겠습니다.

    
<홀로 아름다운 것은 없다>

-문수현-  

산이 아름다운 것은

바위와 숲이 있기 때문이다

숲이 아름다운 것은

초목들이 바람과 어울려

새소리를 풀어놓기 때문이다

산과 숲이 아름다운 것은

머리 위엔 하늘

발밑엔 바다

계절이 드나드는 길이 있기 때문이다

세상이 이토록 아름다운 것은

해와 달과 별들이 들러리 선

그 사이에 그리운 사람들이

서로 눈빛을 나누며 살고 있기 때문이다

    
/사랑으로 샘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