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

-담임목사 공지문

교우 여러분 모두 평안하신지요. 무더위에, 코로나 확진에, 시간마다 들려오는

뉴스들에 철렁하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마스크 끈을 동여매게 됩니다. 무엇보

다 교회를 향한 여론이 급속히 차가워지고 있습니다. 교회에 던져지는 돌들에

너무나 아파 피멍이 듭니다.

“이 교회가 어떤 교회인데, 어떻게 세워지고 지켜온 교회인데...”.

잘못된 신앙을 가진 이들로 인해 십자가가 돌팔매질을 당하고 있습니다. 그러

나 그 돌들을 맞고 있는 선한 성도들을 생각하면, 아니 십자가의 우리 주님을

생각하면 넋두리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겠지요.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시대를

분별하며 바른 길에 설 때, 무너진 제단을 다시 세울 것입니다.

    
현재 정부와 질병본부에서는 이번 주말이 고비라며 교회에 협력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총회와 원주시기독교연합회에서도 온라인 가정예배를 권면하고 있

습니다. 청정지역이라 했던 원주시에도 계속해서 확진자들이 나오고 있는 상

황입니다.

하여, 본 교회 당회는 이번 한 주간 모든 공예배, 즉 주일예배 수요일예배 새

벽예배를 가정예배로 전환하기로 결의했습니다. 교회학교 예배도, 중고등부 수

련회 또한 연기합니다. 원주시 안에 생각이 있는 교회들이, 정부당국의 행정조

치 이전에 자발적으로 비대면 온라인 예배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교회

가 전염병 극복을 위한 전사회적인 노력에 본이 되는 것이요, 이렇게 사회의

공동선(共同善, common good)에 헌신할 때 복음의 아름다운 빛이 발하게

될 것입니다.

    
어젯밤에 가만히 본당에 앉아 십자가 주님을 바라 보았습니다. 그럴 때마다

주님은 늘 인자한 모습으로 저를 바라보셨지요. 그런데 그날은 유난히 다른

곳을 보고 계세요. “주님 어디를 보시나요?” 그 눈을 따라 가 보니 내 옆의

이웃을 보고 계셨습니다. 교회 밖의 아파하는 이웃들, 교회를 향해 돌을 던지

는 이들. 그 이웃을 생각하라.

“'공중에서 날고 있는 새의 다리는 땅을 향하고 있다'. 이것은 아프리카 속담이

다. 하늘을 날더라도 뿌리는 땅에 있음을 뜻하는 이 속단을 나는 빗대어 즐겨

사용한다. 성서는 하나님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 하나님은 늘 인간을 향하고

있다”.

김호경. <인간의 옷을 입고 있는 성서>, 141쪽.

그렇습니다. 우리 신앙은 분명 하나님을 향해 있지만, 그 하나님은 내 곁의 이

웃을 향해 계십니다. 강도 만난 자들, 지극히 작은 자들, 뽕나무에 올라간 이

들, 세리와 죄인들. ‘그 이웃을 좀 생각하라’. 우리에게는 생명과도 같은 예배

이지만, 예배의 주인 되시는 하나님께서 이웃의 생명을 지켜 주라 하십니다.

무엇을 통해? 이번에는 ‘가정예배’를 통해. 성전에 모여서 함께 예배하는 것을

무엇보다 기뻐하시는 하나님이지만, 지금은 고통 받는 이웃을 위해, 아니 우리

자신을 위해, 모두의 생명을 위해, 흩어져 각자의 자리에서 예배하라는 것입니

다.

    
늦은 밤, 성전에 있는 데도 성전이 그립습니다. <예배를 사수하라>는 주일 말

씀 그대로, 어려운 가운데서도 성전에서 그리고 가정에서 예배를 지키는 성도

들에게 담임목사로서 감사드립니다. 주께서 예배하는 성도들에게 함께 하시길,

이 땅의 재난이 물러가고 함께 예배하는 그 날이 속히 오기를 소망합니다. 안

디옥 교회가 ‘그리스도인’이라는 이름을 얻었듯, “교회는 참으로 평안한 곳이

야, 이웃과 함께 하는 곳이야, 사회를 향한 공적인 책임을 다하는 곳이야”라는

아름다운 이름이 회복되는 날을 위해 힘써 나가십시다. 두루 평안하소서. 성전

에서 기도하며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즐거워하는 자들과 함께 즐거워하고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롬12:15)

     
 /사랑으로 샘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