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신앙생활>

    
• ‘슬기로운’ 시리즈

슬기로운 신앙생활! 예, 말씀 제목만 보아도 어떤 연유인지 짐작하시리라 생각

됩니다. 얼마 전 인기리에 방영된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제목을 딴 것입니

다. 출생에서 질병 죽음까지, 우리 인생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병원에서, 병원

장이나 특권층의 삶을 꿈꾸는 틀에 박힌 스토리가 아닙니다. 99학번 마흔의

젊은 의사 5명이 다투고 아파하고 배우며 사랑하는 이야기. 사실은 또 다른

주인공들이 있었으니 병실의 환자들, 대기실 복도에서 가슴 졸이는 보호자들

입니다.

“간경화로 죽어가던 딸을 두고 유일한 혈육인 아버지는 도망치듯 행적을 감추
지만, 몇 달 후 믿을 수 없이 감량된 몸으로 나타난다. 젊어서 돌보지 못한

딸한테 자기는 줄 게 간 밖에는 없노라고. 죽기 살기로 몸을 만들었다고. 늘

과민하게 의료진을 닦달하던 엄마, 딸아이가 죽자 문책을 기다리며 고개를 떨

군 의사에게 감사를 표한다. 그동안 우리 모녀를 받아줘서 고마웠다고.”

    
제가 마치 본 것처럼 말하지만, 사실은 한 편도 못 봤습니다. 그 드라마 때문

에 노래를 좋아하게 되었어요. “사랑하게 될 줄 알았어 우리 처음 만난 그 날

에”. 어디 성경 한 구석쯤에 나올 법한 말, 태풍후 저 맑은 하늘에서 주님이

내게 하실 것만 같은 말이지요. 99년 1월 31일부터? 아니 훨씬 더 이전부터.

“하나님은 세상 창조 전에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를 택하시고 사랑해 주셔서,

하나님 앞에서 거룩하고 흠이 없는 사람이 되게 하셨습니다”(엡1:4, 새번역)

    
그런데 사실은 <슬의생> 이전에, <슬감생>이 원조래요. 슬기로운 감빵생활,

인생의 끝으로 여겨지는 감빵, 후회 원망 불평 좌절의 장소에서 삶에 대한 희

망, 인간의 마음을 얻는 사랑을 그린 드라마입니다.

    
그래서인지 요즘 슬기로운 시리즈가 유행이더군요. 슬기로운 학교생활, 슬기로

운 집콕생활, 슬기로운 불법주차? 아, 이건 잘못됐군요. 아무튼 세상은 이렇게

어두움 가운데에서도 슬기롭게 희망을 찾고 있습니다.

    
• 슬기로운 신앙생활

이 시대 교회를 생각해 봅니다. 슬기로운 신앙생활이 필요한 때가 아닐까? 특

히 코로나 시대, 다른 누구보다 성도가, 다른 어떤 곳보다 교회가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교회에 모이지 못하기에 성전예배를 비롯해 모든 사역이 멈췄습

니다. 예전처럼 함께 모여서 찬양하고 기도하고 교제하며 마음을 나눌 수 없

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사실은 이보다 더 큰 문제가 있으니, 교회가 진리의 길에서 벗어나 있다

는 것이지요. 비이성적이고 반사회적인 광신도들이 있습니다. 가정예배로 드리

는 것을 교회박해라고 음모론을 퍼뜨립니다. 기독교인을 혐오하게 만들어 교

회를 벼랑끝으로 내몰고 있습니다. 교회 다니는 것을 말하기 불편한 시대, 전

도며 선교이며 교회 문이 점점 닫혀지는 느낌입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교회를 일으켜 세워야지요. 무너진 제단을 다시 수축해

야 합니다.

    
<끙끙 앓으시는 하나님>이라는 책이 있어요. 요즘 ‘하루에 한 장씩’ 말씀 일과

인 예레미야서 묵상집인데요, 망해가는 이스라엘, 무너져 내리는 예루살렘 성전

을 바라보시며 하나님께서 끙끙 앓고 계십니다. 오늘 이 시대를 향해서도 하나

님께서 그리하지 않으실까? ‘끙끙 앓고 계시는 하나님’.

새벽에 성전에 모여 예배는 드리지 못하지만 그 자리에 나갑니다. 목사로서

잠자고 있을 수만은 없지요. 우선 내 영혼부터 깨워야지요. 내가 깨어야 성도

를 깨우고 세상을 깨울 수 있으니 말입니다.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소설 <성자 프란체스코>에 나오는 한 일화입니다. 성 프

란체스코가 꿈에 눈물을 흘리고 있는 다미아노 성인을 만납니다. 당황한 프란

체스코는 “어찌 된 일입니까? 당신은 천국에 계시잖아요, 그럼 천국에도 눈물

이 있다는 말입니까?”. 성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래, 천국에도 눈물이 있다

네. 하지만 그것은 아직도 지상에서 헤매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눈물이지. 나

는 자네가 포근한 침대 위에 누워서 평화롭게 자는 모습을 보고 딱하다는 생

각이 들었다네. 왜 잠만 자는가, 프란체스코! 부끄러운 줄 알게! 교회가 위험

에 처해 있다네. 손을 뻗치게. 자네의 어깨로 교회를 받쳐서 그것이 쓰러지지

않도록 하게”. 프란체스코는 이것을 하늘의 부름으로 받아들였고 이후 그의

삶은 무너진 교회를 바로 세우는 일에 바쳐졌습니다.

    
그래서입니다. 그 어느 때보다 깨어 있는 성도들이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슬기

로운 성도! 신앙은 신앙이되 슬기로운, 지혜로운 신앙입니다. 교회가 바르게

행함으로 발에 밟히는 소금에서 맛을 내는 소금이 되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인

들이 사회적으로 윤리적으로 온전하여 썩은 냄새에서 좋은 냄새나는 향기가

되는 것입니다.

   
/사랑으로 샘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