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성전

• 식당의 사진들

요즘 교역자들은 토요일 오후에 주일 영상을 찍습니다. 그 영상을 주일 오전

8시에 각 가정으로 보내게 되지요. 영상을 다 찍으면 함께 밥을 먹습니다. 멀

리에서 오기도 했으니 밥 한 끼는 먹여서 보내야지요. 때가 때인지라 어디 음

식점에 갈 수도 없고 도시락을 시켜 먹습니다. 사무실은 좁아서 불편하니 친

교실 식당에서, 그것도 서로 마주 하지 못하고 엇갈려서 앉습니다. 괜히 걱정

이 되어 서로 말도 제대로 나눌 수 없지요. 그냥 밥 한 숟갈 입에 넣고 우물

우물, 눈은 별 생각 없이 주변을 오갑니다. 그때마다 제게 들리는 소리가 있어

요. 환청일까요? 사실은 식당에 내려갈 때마다 들리는 소리입니다.

“목사님, 식당 좁아요 넓혀 주세요. 요즘 앉아서 먹는 곳이 어디 있어요 입

식!”

예, 그랬지요. 그렇게 주일이면 친교실에 돛대기 시장이 섰지요. 밥이며 국에,

반찬을 가득 담은 식판을 들고 앉을 곳이 없어서 두리번두리번. 때론 국을 쏟

고 옷에 걸려 넘어지던 곳, 할아버지에 손주들까지. 뭐가 그리 좋은지 왁자지

껄 한 주간의 이야기가 붐비던 곳, 15만원으로 150명을 먹였으니 실로 오병이

어의 기적이 따로 없었습니다. 그래도 우리는 배불리 먹고 12광주리를 남겼습

니다.

그런데 지금은 한산합니다. 친교실이 얼마나 넓어졌는지 훵한 빈 마음이 구석

구석 말을 달립니다. 문득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었으니, 병풍처럼 벽을 둘러

싼 50주년 사진들 말입니다.

“아, 저거라도 없었으면 어떻게 할 뻔 했어”.

그러고 보니 올해가 교회 창립 50주년입니다. 빛바랜 <사랑의 국수> 현수막처

럼, 코로나로 인해 잊혀져 가고 있었지요. ‘50년의 감사, 50년의 소망’. 그 50

년의 깊고 긴 성상(星霜)이 사진들 속에 오롯이 담겨져 있었습니다. 본당을 꽉

채운 성도들이 예배로 기도로 찬양으로. 교육관 이곳저곳에서 뛰어 다니며 해

맑게 웃는 아이들, “흰 구름 뭉게뭉게 피는 하늘에~” 힘찬 찬양이 들리는 듯

합니다. 전도하고 봉사하며 땀 흘리는 손길들, 전교인 수련회 그 연두색 티,

비행기를 10시간도 넘게 타고 다녀온 성지순례. 우스운 꼴로 기꺼이 망가져준

남녀선교회 아저씨 아줌마들. 자리 깔아 놓고 다시 하라면 부끄러워 아무도

안할 것이지요. 그냥 지나쳤던 그날들이 사진을 통해 다시 살아 왔습니다. 그

리고 찾아오는 마음의 그리움. 몰랐어요. 사진이 그렇게 아름답고 또 그리운 것인지.

“칼을 피한 자들이여 멈추지 말고 걸어가라 먼 곳에서 여호와를 생각하며 예

루살렘을 너희 마음에 두라”(렘51:50)

    
• 짙은 그리움으로

언젠가 대림절 어간에 목자의 글에 썼던 글인데요, 주님에 대한 그리움을 담

았습니다. 성전을 향한 그리움으로 다시 소환해 읽어 봅니다.

    
<그리움>

주님! 오늘
내 생명의 주인이신 당신이

그리워집니다.

    
보드라운 봄 햇살 와 닿으면 당신의 그 숨결이

한 여름 무더위 숨 막힐 때면 당신의 그 인내가

가을 하늘 곱게 수놓으면 당신의 그 마음이

겨울 바람 살을 에면 당신의 그 고통이

그리워집니다.

    
내 마음 속에 계신 주님

그 어디엔가 계실 주님

    
밝은 대낮 시끄러운 인파속에서

힘겨운 저녁길, 지치고 허리 굽은 인생길에서도

깊은 밤 호올로 달빛을 맞으며

내 영혼이 당신을

그리워합니다.

    
내가 주님을 그리워하는 건

당신이 먼저 나를

그리워하시기 때문입니다.

    
내가 하나님을 한 순간 그리워하면

당신은 나를 영원토록

그리워하십니다.

    
그리움은 기다림이 되어

첫 촛불을 켜는 오늘,

산마루 어두움 밝히시며 오실

당신을 그리워하는 것만으로도

나는 행복하여이다.

   
“내가 주님을 바라보며 내 두 손을 펴 들고 기도합니다

메마른 땅처럼 목마른 내 영혼이 주님을 그리워합니다”

(시143:6 표준새번역)

-2014년11월30일. 주보 목자의 글

    
• 그날의 그리움으로

성도 여러분, 성전에 오십시오. 코로나를 뚫고 오라는 말이 아닙니다. 그 마음

이 오십시오. 그리운 마음이. 그 옛날, 두고 온 성전을 향해 서쪽 창문을 열던

다니엘처럼. “우리가 바벨론의 여러 강변 거기에 앉아서 시온을 기억하며 울

었도다”(시137:1), 버드나무에 수금을 걸어 놓고 예루살렘을 그리워한 유다인

들처럼, 무엇보다 무너질 성전의 내일을 내다보시며 눈물짓던 감람산 우리 주

님처럼.

그렇게 성경은, 주님은 성전을 귀히 여기고 그리워하십니다. 사실은 성전 자체

가 아니라 성전에 오르는 성도들을 그리워하신 것이지요. 우리 또한 주님을,

그의 몸된 성전을 그리워함이 마땅합니다. 성전을 향한 그리움은 주님을 향한

그리움입니다. 그러므로 성전을 잊지 마십시오. 성전을 위해 기도해 주십시오.

지금은 오르지 못하지만, 우리 다시 모여 그날의 함성처럼 예배하고 교제하는

날이 올 것입니다. 성전을 그리워하는 성도, 이 곳에 마음을 두고 늘 기도하는

성도, 주께서 복을 주시리라. 아멘.

/사랑으로 샘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