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영락교회 50주년 기념

<전교인 필사성경>을 제작하며

    
• 50년의 감사, 50년의 소망

오랜만에 올해 교회 표어를 다시 새겨 봅니다. <50년의 감사, 50년의 소망>.

그러고 보니 교회 창립50주년이지요. 다시 한 번, 50년 전에 이 곳 원주 봉산

동에 교회를 세워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그 어느 때보다 희망차게 시작

했던 2020년, 부흥 사경회를 했고 <시와 찬미> 초청 찬양콘서트, 사진전에,

은퇴식에. 그리고 메인이었던 마을잔치를 풍성히 하려던 순간, 예상치 못한 코

로나 19로 인해 모든 활동이 중지되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social

distance), 정부 방역당국의 시책을 따라, 모임은 물론이요 주일예배를 비롯해

성전에서 드리는 공예배들까지 폐했습니다. 그렇게 봄과 여름을 지나 어느새

추석 명절이 가까운 이 가을, 세계적인 팬데믹 현상은 도무지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문제는 우리들 신앙이지요. 너무 길게 성전예배를 쉬었습니다. 서로 만나 교제

하고 봉사하며 마음을 나누지 못한 기간이 오래입니다. 성도 또한 사람인지라,

우울 불안 답답 분노에까지 이르는 피폐함이 마음 속 깊이 엄습해 있습니다.

이러한 때에 신앙의 거룩한 영성(Spirituality)을 유지할 수 있는 길은 무엇일

까?

    
몇 주일 동안 <슬기로운 신앙생활>이라는 주제로 말씀을 나누고 있지요. ‘믿

음 안에 있는가 확중하라’, ‘교회와 삶, 균형을 잡으라’, 이번 주일에도 ‘홀로

서기의 신앙’이라는 주제입니다. 성전에 오르지 못하지만 가정과 삶이 중요한

때이지요. 가족들과 더 가까이 하면서, 그 동안의 삶을 뒤돌아보며 침착하고

지혜롭게 이 상황을 이겨내야 합니다. 무엇보다 지금까지는 교회에서 ‘함께 했

던 신앙’이라면 당분간 삶에서 ‘홀로 하는 신앙’입니다. 홀로 성경을 펴서 묵

상하고, 홀로 은밀한 골방을 만들어 기도하며, 홀로 하나님을 대면하는 일입니

다. ‘사회적 거리두기’(social distance), ‘영적 거리 좁히기’(Spiritual

Nearing).

    
• 써바이벌? 써바이블!

그래서입니다. 이 가을 새롭게 거룩한 사역을 하고자 합니다. 일명 ‘써바이블’.

생존을 위해 살아남는 ‘써바이벌(survival)’ 게임에서 온 말이지요. 성경을 써

서 살아남는다, 써바이블. 그러니까 ‘써’(Write) ‘바이블’(Bible). 한 마디로 온

교우들이 분량을 나누어 성경을 써서 <전교인 필사성경>을 만드는 일입니다.

    
우리 가운데에는 적지 않은 분들이 성경 필사의 경험이 있으십니다. 혼자 성

경 전체를 필사한 것이지요. 성도라면 누구나 성경필사의 소망을 가지고 있지

만, 66권 1189장, 1754쪽이나 되는 방대한 분량을 혼자 쓰는 것은 아무래도

부담스럽습니다. 그런데 전교인이 함께 쓴다면 어떨까요? 백짓장도 맞들면 낫

다는데, 온 성도가 한 마음으로 함께 써 내려가면 훨씬 수월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개인적으로 쓰는 때와 교회공동체 모두가 써서 한 권의 성경책을 만

드는 일에는 또 다른 의미가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내가 교회공동체의 일원이

라는 소속감, 거룩한 사역의 한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는 사명감, 우리 공동체

에 대한 소중함을 깨닫게 되는 계기도 되지 않을까요. 더욱이 창립 50주년을

보내면서 <전교인 필사성경>으로 만든다면 더욱 큰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 세상에 하나뿐인 성경

키보드 좌판이나 핸폰으로 글을 쓰는 시대에, 손 글씨를 쓰는 것은 여간 불편

한 일이 아닐 것입니다. 더구나 지우려 하면 Delete 키로 간단해야 하는데,

필사는 일점일획이라도 잘못 쓰면 화이트로 지우고 다시 써야 합니다. 그래서

필사는 어렵기도 하고 거룩한 일이기도 합니다. 성경을 읽고 보고 듣는 것보

다 쓸 때의 효과는 5배나 있다고 하지요. 성경을 직접 필사하며 받은 은혜들

이 참으로 많은 이유입니다.

    
믿음은 매 순간 하나님을 마주하려는 태도이자 결단입니다. 그러기 위해 우리

는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하신 일을 기억해야 합니다. 성경은 곧 하나님께서

하신 일의 기록입니다. 그 말씀을 통해 우리를 향하신 하나님의 마음을 마주

하게 됩니다. 그 말씀들을 쓰면서 하나님 마음을 헤아리는 것입니다. 특별히

온 교우들이 함께 성경을 쓰면서 오르지 못하는 교회공동체를 생각해 보기도

하고, 그 말씀이 내게 주시는 뜻을 깊이 묵상하기도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코

로나 시대, 자칫 느슨해 질 수 있는 내 신앙을 다잡는 기회로 삼는 일입니다.

    
물론 온 교우들이 참여하는 일에 문제도 많을 것입니다. 눈이 어두우신 어르

신들, 생업에 바쁘신 분들, 아직 글자를 모르는 어린아이들, 혹은 나는 글씨가

안 예뻐요(?), 하는 분들도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예, 필사한 종이들을 모아

보면, 제각각이겠지요. 정갈한 글자도, 삐뚤빼뚤한 글자도 있을 것입니다. 그

러면 어떻겠어요. 자기 형편에 따라, 한 글자 한 글자 마음을 담아 꾹꾹 눌러

쓰는 것입니다. 오랜만에 써 보는 손 글자 속에 성경 원문 기자의 영성이 담

겨져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직접 필사해서 만들어진 성경은 이 세상에 딱 하나뿐인 귀중한 성경이

될 것입니다. 저는 담임목사로서, 온 교우들이 참여하는 이 필사성경 제작과

봉헌을 통해 50년 원주영락교회가 더욱 말씀 위에 삶의 뿌리를 견고히 내리는

계기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더욱이 코로나 시대 홀로 신앙을 붙잡고 가게 하

는 견고한 끈이 될 것입니다. 하나님 말씀을 붙잡고 산다는 것은 하나님 능력

을 붙잡는 것입니다.

    
• 홀로의 신앙

성도 여러분, 교회에 오지 못한다고 신앙이 멈춰서는 안 됩니다. 성전예배가

중지되었다고 신앙생활이 중지되어서는 안 됩니다. 홀로 삶의 자리에서 끊임

없는 말씀과 기도로 우리 신앙의 끈을 이어나가야 합니다. 코로나의 어려움을

성경 필사를 통해 이겨나가 보심은 어떤 지요. 이 가을, 각자의 자리에서 말씀

을 나눠서 쓰는 성도들에게 복이 임하길 바랍니다.

“이 말씀이 나의 고난 중의 위로라 주의 말씀이 나를 살리셨기 때문이니이다”

(시119:50)

<필사성경 방법>

1. 구역장은 구역별 필사 인원을 파악한다.

가능한 모든 구역원들이 참여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교회학교 아이들, 어르신들도 한 장이라도 쓰도록 합니다.

2. 교역자는 구역별 개인별 필사 범위를 정해 전달한다.

분량은 개인당 10페이지 정도가 되도록 합니다.

3. 필사시 필요한 공책과 볼펜 화이트, 필사방법을 수령한다.

모두가 정해진 규칙을 따라 해야 성경 전체가 온전해 집니다.

4. 10월 첫 주에 시작해서 12월 첫 주일에 제출한다.

장중하게 편집을 해서 성탄절에 봉헌하도록 합니다.

/사랑으로 샘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