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죄인입니다.

    
자식은 부모 앞에서 언제나 죄인입니다. 집 나갔다 망해서 돌아온 둘째 아들

탕자처럼, 반역해서 아비를 쫓아내고 그 자리에 앉은 압살롬처럼, 부모에게 노

심초사 근심거리로 살아 온 불효 인생. 병상의 어머니를 찾아뵈면 이 말 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죄송합니다 엄마”.

    
부모 또한 자식에게 죄인이지요. 자식 가진 부모는 다 죄인으로 삽니다. 아빠

찬스 엄마찬스라는 말도 있던데, ‘흙수저’로 태어나 살게 했습니다. 자식이 어

디 아파도 내 책임, 성격이 못된 것도 내 책임. <82년생 김지영>에게 이런 불

의한 세상을 물려주는 부모는 죄인이더이다.

    
평생 함께 사는 부부는 서로에게 죄인입니다. ‘돕는 배필’이 되라 하셨는데,

부족함을 도와주기는 커녕 지적하고 원망하고, 고슴도치처럼 서로 할퀴고 상

처주고, 다른 집 다른 사람 기웃거리며 삽니다. 남편은 아내에게, 아내는 남편

에게 서로가 죄인입니다.

    
한 교회를 섬기는 성도는 서로에게 죄인입니다. 일하다가 갈라지고 마음 문

닫고 끝내 용서하지 못하고, 그 마음 가지고 또 함께 예배합니다. 내밀어 축복

하는 손이 부끄러울 때 많습니다. 교회가 ‘하나님의 집’이라 했는데, 세상 집

처럼 때론 죄인의 집 감옥처럼 만들어 버렸습니다.

    
여전히 불법이 난무한 시대, 나는 벙어리로 사는 죄인입니다. 참과 거짓이 싸

우고, 진리와 불의가, 평화의 세력과 전쟁의 세력이 충돌하고 있는 시대, 우매

한 백성들은 갈 바를 알지 못하며 유리방황하고 있습니다. 그 옛날 예언자들

처럼 진리와 생명의 길을 외치며 살지 못하고 있으니, 나는 죄인입니다.

    
윗집에 사는 것도 죄이고, 배부르게 먹는 것도 죄이며, 걷다가 본의 아니게 생

명 있는 것들을 밟는 것도 죄입니다. 무엇보다 나로 인해 매일 배출되는 쓰레

기를 볼 때마다 죄짓고 사는 인생임을 느낍니다. 내가 먹고 입고 즐기며 인간

답게 살기 위해 하루에도 수없이 사용하는 비닐 플라스틱 일회용품. 비닐봉투

가 썩어 흙으로 가는데 30년이 걸린다는군요. 플라스틱 음료 캔이 50년, 스티

로폼은 무려 500년. “인생은 짧고 일회용품은 길다”는데, 하나님 지으신 아름

다운 이 땅에 참으로 죄짓고 사는 마음입니다.

   
무엇보다 하나님 앞에서 마음으로 지는 죄악들은 헤아릴 수 없습니다. 주님은

사람의 마음에서 나오는 더러운 죄악 13가지를 말씀하시지요.

“...안에서 나오는 것은 곧 마음에서 나오는 것인데 음행, 도둑질, 살인, 간음,

탐욕, 악의, 사기, 방탕, 시기, 중상, 교만, 어리석음 같은 여러 가지 악한 생

각들이다. 이런 악한 것들은 모두 안에서 나와 사람을 더럽힌다"(막7:20-23.

공동번역)

    
이것이 부모 자식간에, 부부간에, 서로가 서로에게, 피조물들에 죄인으로 살게

하는 근본적인 죄목록들입니다. 수염을 깍아도 깍아도 다시 자라듯, 매 주일

참회의 기도를 하면서도 시지프스처럼 다시 죄악의 바위를 굴리며 삽니다.

“아아 나는 얼마나 비참한 사람인가요 누가 이 죽음의 몸에서 나를 구해 내겠

습니까?”(롬7:24, 현대인의 성경).

    
/사랑으로 샘물